낮은 자존감이 칼이 되지 않도록

불쌍한 인생.

by 갑순이

독서열풍에도 유행이 있다. 에세이, 주식, 부동산 그리고 ‘자존감’.

나 역시 언제나 그 열풍에 참여했다. 「자존감 수업」부터 「너는 나에게 상처를 줄 수 없다」까지 탐독했다. 자존감이 낮은 건 못난 것이라기 보다 결국 더 나은 인간이 되지 못한다는 걸 너무나 잘 알았기에 그 자존감 관련된 책들을 찾아 읽었다.

심리학적으로 풀어낸 것부터 에세이 형식의 글까지 고루고루 읽어댔다. 뿌리가 튼튼하지 못했던 나 역시 낮은 자존감으로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어려움을 겪어봤기 때문이리라.

자존감이 낮아 스스로 힘들 게 하는 이들보다 정신과를 가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만큼 피해주는 이는 되고 싶지 않았다. 나는 모두가 나처럼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살아가길 원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세상은 요지경.

전 회사에서 부장과의 관계만 아니면 꽤나 잘 마무리했다고 생각했다. 난 그들에게 진심을 다했고 시간과 돈을 써가며 추억을 공유했다. 그러나 착각이었다.

개저씨로부터 괴롭힘 당하던 동지가 퇴사를 하며 담담하게 내게 털어 놓은 진실. 내가 동지에 대해 입에 담기 힘든 험담을 내뱉었다는 것. 있는 말 없는 말을 만들어 동지에게 전했다. 우리의 관계가 끝났다 생각해서였을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그의 환심을 사고 싶어서였을까.

애잔할 정도의 몸부림은 나를 제물로 바치는 것에서 끝나지 않았다. 회사 모든 이들의 험담과 뒤에서 은밀하게 이뤄졌던 성희롱들에 대해 늘어놨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너무나 낮은 자존감으로 남을 까 내려야만 본인이 올라갈 수 있다 착각하는 망상에 휩싸인 부류. 낮은 자존감을 칼로 만들어 주변에 무차별적으로 휘둘러대는 인간. 그런 사람이라는 걸. 참 안타까웠다.

나는 그를 응원하고 싶었다. 매사에 열정적인 그가 인맥으로 승진하는 이에게 눌릴 때마다 진심을 다해 응원했고 그에 대한 험담이 들려올 때면 아니라고, 그런 게 아니라고 오지랖을 부렸다.


그런 그는 그 진심을 받을 줄 모르는 사람이었다.

찔렸던 걸까? 뜬금없이 그에게 전화가 왔다. 그리곤 늘어놓는 말은 변명의 연속. 내가 무얼 잘못했길래 나한테 그러냐는 물음에 모두가 다 그랬다는 말로 덮으려는 그를 보며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자신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로 맺는 그에게 애잔함을 느꼈다.

그 통화를 끊고 나에 대해 돌이켜봤다. 나는 그런 못난 모습을 칼처럼 휘둘러대고 있진 않았을까. 나는 그러고 있지 않을까. 사람들에게 함부로 대하고 있진 않은가. 나는 건강한 인간인가.

삶을 살며 겪는 이런 풍파를 통해 나를 돌이켜 보는 시간. 내가 고삐가 풀린 건 아닌지 돌이켜 보라고 하늘이 준 기회겠지.

오늘도 내일도 우린 괜찮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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