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퇴사 대신 투쟁을 결심했다.
체계를 만들자는 게 분란이라니요?
체계에 목이 마르다. 명문화된 규정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때그때 다른 해석과 적용, 차별일 수 있다는 걸 모르는 걸까?
체계 없는 회사를 안다녀 본 건 아니다. 그러나, 이번 회사는 혼돈, 정말 카오스 그 자체다. 출장 경비에 대한 해석이 사람마다 다르고, 적용 또한 달랐다. 누구는 출장비를 받고, 누구는 못 받고. 이 부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조용히 좀 해달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다른 팀에서 근거 없이 내 업무 역량에 대해 헛소문을 낸다면, 진상 파악을 한 다음 소통의 가교가 돼 달라고 했다. 그럴 필요가 없다는 말로 일축하며, 자신의 팀원에 대한 허위 사실을 유포하는데 앞장섰다.
이에 굉장히 불편하니 멈출 것을 요구하자 “그래~ 너는 그럴 수 있겠다.”는 말로 일축했다. 면담을 진행하며 내가 이렇게 당신에게 끊임없이 요구하는 이유는 회사를 좋아하니까, 체계를 만들어야 하니까. 신고하면 끝나는 문제인데 신고를 하지 않고 이렇게 열심히 당신에게 말하는 거다라고 말하자 그는 “난 그래서 네가 싫다고!”라며 생채기를 내는데 스스럼이 없었다.
결국, 나는 정의를 쫓는 척 무체계와 동호회보다 못한 이 바닥을 떠나겠다 마음을 먹었다. 그 이야기를 친한 회사 동료에게 말하자, 회사에 가장 높은 이에게 말을 해보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 조언해줬다.
그래, 이렇게 포기할 순 없지. 결국 면담을 신청했고 이야기했다. 결론은, 그런데 걔도 힘들데. 너랑 성향이 안 맞을 뿐이야.
체계가 없어 업무 혼선이 발생해 이를 바로 잡아달라는 게 어떻게 성향이 되는 거지? 좌절했다. 좌절 속에 그래, 그냥 나도 이렇게 무채색 회사원이 되는 것도 나쁘지 않지. 매번 어떻게 고쳐나가나, 포기하는 것도 미덕일 수 있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냥 그렇게 살다, 더는 방관할 수 없는 일이 터졌다. 이곳에 자세히 이야기할 순 없지만, 눈 감을 수 없었다. 이에 회사 이사에게 이런 사실을 고했다. 내부에 이런 무체계가 만연하고 이에 대해 아무런 수용이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그저 언니·동생하며 자기들끼리 묵인하고 있다고.
결국 문제가 제기됐고 회사는 문제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잡기보다는 말한 사람이 누구인지 색출하는데 혈안이 됐다. 그들은 분란을 조장한다며 굉장히 분노했다.
결국 내가 지목당하고, 불려 다니며 이런저런 모욕적인 말을 들으며 버텨냈다. 내가 틀렸다 생각하지 않기에.
이쯤에서 포기할까? ‘왜?’에 대한 질문 없이 ‘어디서 감히’라는 태도로 일관하는 이들에게 나는 도대체 어떤 희망을 품은 거지? 무엇을 위해 나는 이렇게 마음을 쓰고 애를 썼나.
그때쯤, 이런 일을 알고 있는 동료가 내게 와 말했다.
“나 결심했어.”
“뭘?”
“나 그만둘 각오하고 구이 쌤의 억울함을 말할 거야. 세상을 바꾸겠다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겠다고 만든 이 회사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왜 체계 만들자고 한 사람만 병신 만드냐고, 나 다 지를 거야. 지금까지 내가 본 거 겪은 거 다 토할 거야. 그래야 미래의 나한테 안 부끄러울 것 같아.”
그의 앞에선 웃었지만 눈물이 차올랐다. 감동 그리고 벅참.
‘알아, 네가 틀리지 않은 거. 그런데 네가 참아야지. 그게 회사야.’
지금껏 들어온 말이었다. 그들 역시도 날 위해 한 말이었지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는 작아졌다. 내가 이상한 건가? 내가 틀린 건가? 우리는 그저 수용하고 수긍하며 사는 노예가 되어야 하는가.
처음이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고. 나와 함께 해주겠다고.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또 다른 동료가 말했다.
“나도, 지금까지 문제 제기했고 발전해나가자 했는데 안 들은 이들은 그들이니까.”
내가 틀리지 않았음을, 내가 가는 길이 조금은 고달파도 옳은 길임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준 이들 덕분에 나는 이 투쟁을 포기하지 않을 거다.
이번엔 이력서 대신 투쟁문을 써볼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