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넘어져도 괜찮아.

처음이었다.

by 갑순이

항상 도망치는 연애를 했다. 무서워서 도망쳤다. 이 관계를 저 사람이 먼저 놓아버릴까 봐, 나는 아직 아무것도 놓지 못했는데 그가 날 놓아버릴까 봐. 조금이라도 내게 서운함을 표하면 나는 사과와 함께 이별을 통보했다. 바보 같지만, 내가 놓지 않은 상태에서 상대방에게 일방적인 이별을 통보받으면 나는 처절할 정도로 매달린다는 걸 알기에 내가 날 지키기 위한 방법이었다.


그런 내게 친구들이 묻는다.


“지금은 어떻게 이렇게 오래 사귀어? 너넨 너무나 다르잖아.”


그 말에 나도 모르게 떨리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 인생에... 괜찮다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실패가 아니라 쉬어가는 거라고 처음 말해준 사람이었거든...”


코끝이 아릿해지고 눈앞에 이슬이 어른거렸다. 지금 내 짝을 만나기까지 넘어지면 큰 일 나는 줄 알았다. 넘어짐과 동시에 패배자가 되는 줄 알았다. 내 주위의 사람들은 항상 말했다.


“너는 꼭! 잘돼야 돼. 최대한 빨리 직장 구해서 너 앞길 너가 챙겨야지. 너 동생들도 너가 성공해야 성공한다.”


쉬고 싶어요, 저 조금 힘들어요를 말하고 싶었다. 그런데 주위에서는 ‘어른스러운 아이’, ‘앞가림 잘하는 씩씩한 아이’라며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낼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넘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달렸다. 잔잔하게 도약 한번 제대로 하지 않고 잔잔한 구보로 계속 달렸다. 한 번쯤 숨을 고르고 목표를 쳐다보고 마음을 다잡아 도약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나는 그냥 달려야 했다. 그 누구도 내게 쉬어도 된다 말해주지 않았다. 일이 너무 힘들어 부모에게 전화하면 들었던 말.


“세상은 다 그래. 너만 그런 줄 알아? 그것도 못하면 구걸이나 해야지.”


그래서 한 번을 못 쉬었다. 너무 힘들어 매일매일 이유 없이 울고 다녔던 한 달동안도, 매일매일 죽고 싶다 생각했던 날들도 나는 그저 앞을 향해 나가야 했다.


처음, 그렇게 꿈꾸던 기자직을 때려치울 때, 세상이 무너졌다. 넘어져버렸으니까. 그렇게 넘어졌고 애써 밝은 척, 괜찮은 척 버텼지만, 마음은 곯았었다. 한동안 마음을 치유하기 위해 병원을 다녔고 그런 내게 가장 믿었던 친구는 “야, 그것도 못 견뎌서 정신과를 가냐?”며 아무렇지 않게 날 짓밟았다.


그런 내게 가만히 나무처럼 있어준 사람. 그렇게 무너져 지구 끝 저 바닥에서 기어 다니는 내게 괜찮다, 이렇게 쉬어갈 때도 있는 거라고 말해 준 사람. 그런 사람이기에 놓을 수 없었다. 정말 놓아버리고 싶은 순간도 수십, 수백 번이었지만, 내 마음 한켠에 깊게 새겨진 “괜찮아.”라는 그 말이 그를 놓을 수 없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괜찮아.”라고 말해주는 사람. 더 열심히 해야지, 더 성공해야지. 채근 대신, 누군가 힘들어 엎어져 울고 있으면 꼭 말해줄 거다.


“괜찮아. 이렇게 쉬어가는 거야.”


참 힘든 요즘, 불쑥불쑥 저 괜찮다는 말이 치고 올라와 널 그립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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