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눈물이 났다.

내가 날 바라보는 시간

by 갑순이

요즘 지난한 시간을 견디고 있다. 회사에서는 날 쫓아내겠다 마음먹었다. 협박과 모욕을 아무런 죄책감 없이 자행하고 있다. 그걸 견디는 건 괜찮다. 차곡차곡 증거를 모아 한 번에 처리하면 되는 문제니.


회사에 있는 부서장들의 합동 공격이 마냥 괜찮은 건 아니다. 분명 괴롭고 힘들지만, 그게 날 집어삼킬 만큼의 문제는 아니라는 걸 안다. 그런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왜 우는지, 왜 눈물이 흐르는지 단어의 정형화가 어렵다. 이걸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며칠 전 우연히 성인애착 유형 테스트라는 걸 해봤다. 테스트 전에도 나는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집착형 불안정 애착 유형. 누군가 날 떠날까, 누군가 내게 멀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그 두려움이 왜 있는지도 어렴풋이 안다.


정신과 상담에서도 말하지 못했던 지난 이야기. 불쑥불쑥 튀어나와 나를 옥죄지만, 그걸 온전히 직면할 용기가 없다. 지금도 없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야기를 꺼내야 하는지, 누구에게 이 이야기를 풀어야 하는지 모를뿐더러 무섭다.


그러다 드디어 처음으로 직면한 애착 유형 테스트. 정확하진 않겠지만, 그 결과를 토대로 여러 영상을 찾아봤다. 그리고 내게 이야기해줬다. ‘그래, 그랬구나. 나는 이랬구나. 그래서 힘들었구나.’


그리고 한참을 흐느꼈다. 이제야 내가 나를 봐주는 것 같아서. 이제야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귀를 기울이고 마음을 다독여주는 것 같아서.


한바탕 울고 나니 지금을 직시하게 됐다. 왜, 나는 원만한 회사 생활이 안 되는 걸까? 남들은 무던하고 무탈하게 해내는 과정을 나는 왜 이렇게 통증을 느끼며 괴로워하는 걸까? 나에게는 정말 아무런 문제가 없을까? 부딪히지 않고 넘어갈 것을 굳이 그들이 원하는 대로 마음이 부서질 때까지 부딪히는 건 아닐까?


마음이 아플 때면 종종 병원을 찾았다. 그럴 때마다 나는 항상 현재만 이야기했다. 선생님은 조심스럽게 과거를 물었지만, 과거를 이야기하지 않았다. 그게 문제이지 않을까?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고 지금 당장 보이는 상처만 치료하려는 내가 틀리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누군가 자신의 가족 이야기를 했다. 자신이 아이에게 대하는 태도, 그 아이를 이해하는 방법, 아이와의 문제에서 어떻게 대처하는지. 그에게 “선생님은 참 좋은 부모예요. 당신은...” 그러던 중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너무 당황스러워 울면서 웃었다.


그리고 나는 진료 예약을 했다. 지금 내가 아픈가 보다. 이제 내가 나를 보듬을 시간이다. 내가 날 바라봐줄 시간이 된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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