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의 민낯

이젠 진짜 안녕.

by 갑순이

비영리의 품을 떠났다. 안녕. 정말 더러웠고 다신 만나지 말자. 노동자 인권부터 사회 민감 이슈, 그리고 사회적 약자를 대표하는 단체를 두루두루 거쳤다.


내가 비영리를 선택했던 건 일말의 희망이었다. 세상에 아직 정의는 있을 거라는 희망. 비영리를 거치면 거칠수록 희망은 좀 먹어가며 어느새 시니컬해지는 내 모습을 직면할 수 있었다. 매번 낙하산 인사들과 치열하게 싸워야 했고, 그 과정에서 상처받고 나가떨어지는 건 나였다.


세상의 모순을 타파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했으면서, 정의를 세우고 원칙을 세우기 위함이라 말하면서 정작 그들의 행보는 정의를 팔아 영리를 추구하는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공무원을 욕하면서 그 누구보다 정부 예산에 올망졸망 모여 기대는 모습. 공무원보다 더한 철밥통으로 최소한의 도덕성도 지켜지지 않는 모습. 정치권을 욕하면서도 선거철이면 우리와 손잡아줄 정치인을 찾아다니는 모습. 갑작스레 돈이 필요할 때면 여는 모금 캠페인. 그리고 그 끝에 다는 말은 항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함”이라던 그들. 역겨웠다.


당신에게 정의가 돈이면 차라리 창업하지 왜, 이곳에서 왜 사람들을 속여가며 도대체 왜. 이번에는 다를 줄 알았다. 전국민적 지지와 응원을 받으며 탄생한 곳이었으니. 다를 거라고 희망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똑같았다. 그냥 내가 무지했다. 비영리에서는 낙하산 인사가 이상하지 않다는 걸 몰랐고, 그 어떤 조직보다 돈 한 푼 두 푼에 목숨 건다는 걸 몰랐다. 다만 그 모든 행위에 그럴싸한 가치를 포장한다는 것을. 그들의 행위를 내 글로 포장하는 것도 하루 이틀. 그들의 무지함에 그리고 이면적인 모습에 점점 복지국가와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가 싹을 틔우기 시작했다. 고등학고 졸업 이후 돈 한 번 벌어본 적 없는 자기 아들을 위해 기본소득을 지지한다는 사람, 저축 한 푼하지 않고 노후는 정부가 책임지게 만들어야 한다는 사람, 주식과 청약을 이야기하는 내게 어린애가 돈을 좋아한다며 조롱하는 사람, 여성인권운동을 한다면서 여자라서 안 된다는 말을 달고 사는 사람. 모두가 거기 있었다.


이제 그만해야 할 때가 왔구나. 차라리 이런 세계가 있다는 걸 몰랐다면 그냥 한 줄기 희망으로 생각하며 응원하며 살았을 텐데. 각 분야에서 이름 날리는 이들과 일해봤고 그들의 이면을 봤을 때 충격. 인권 운동가의 민낯, 사회운동가의 민낯, 노동 운동가의 민낯. 그럼에도 불구하고 뻔뻔하게 다 내 탓이라는 뻔뻔함. 내가 본 비영리는 또 다른 정치판이었다. 내가 또 이 자리를 해 먹으려면 누굴 쳐내고 어떤 줄을 잡아야 하는지, 이사회는 어떻게 꾸려야 내게 유리한지, 정부 예산은 어떻게 털어먹는지.

그래서 난 대놓고 돈을 추구하는 기업에 왔다. 앞뒤 똑같이 ‘우리의 목적과 목표는 돈’이라는 이들과 함께라면 환멸감은 느끼지 않지 않을까?


이제 약 한 달, 나름 ‘돈’,-‘수치’로만 이야기하는 이 업계에 적응하고 있다.


이 또한 안 맞으면 스스로를 사회 부적응자로 규정하고 다른 날 위한 무언가를 찾아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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