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어른이다_추가금 전쟁

인테리어가 끝판왕이다.

by 갑순이

결혼을 앞뒀다. 스튜디오도, 드레스도, 메이크업까지 모든 것이 무탈했다. 너무 무탈하고 부드러운 진행에 우린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결혼 준비하다 왜 싸운데? 싸울 게 없는데?”, “그러게 말야.”는 건방진 소리를 내뱉었다.

진짜 최고봉은 따로 있었다. ‘인테리어’ 정말, 진절머리 나고 몸서리 쳐지는 그 이름. 집은 밍구덕에 잘 해결됐고 다만 조금은 낡은 아파트라서 인테리어를 하자고 마음먹었다. 토털 인테리어 서비스를 알아보자 내 자취방 전셋값에 50%에 해당하는 가격을 부르신다.

깜짝 놀라 발품을 팔았다. 어떻게 해야 저렴하게 잘했다 칭찬을 받을까. 나름 신나 콧노래를 부르며, 그래 이때까진 행복했다. 웃을 수 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하우스텝이란 곳을 알게 됐다. 마라탕 재료를 고르듯 도배, 장판 등 개개별 옵션을 고를 수 있고 대략적인 가격도 알려준다. 개개별 옵션을 고른다는 게 어떤 단점이 있다는 걸 한 치 앞도 예상하지 않았다.

다음은 입주 청소, 그다음은 가구 가전 배송 일정 픽스. 완벽한 일 진행에 스스로 대견스러웠다. 어떤 지옥이 펼쳐질지도 모르고.

첫 번째 변수가 발생했다. 주말에는 그 어떤 인테리어 공사도 금지. 도배도 장판도 안 된다는 아파트 경비실의 통보. 그래, 아파트니까. 일정을 변경했다. 두 번째 변수가 발생했다. 도배를 하려 천장 벽지를 뜯었는데 천장이 무너졌다.

일을 하고 있는데 울리는 진동, 다급한 사람들의 목소리. 도배 진행이 불가능하단다. 천장 수리 어서 하란다. 숨고를 통해 고수를 찾았다. 다른 돈 백을 그냥 부른다. 어찌어찌 고수를 찾았고, 고수는 내게 당당히 50만 원이라고 말했다. 추가금은 해봤자 5%라고 단언했다.

고수를 찾고 일정에 맞춰 장판을 깔았다. 신혼이고 노묘가 있으니, 큰 마음먹고 5T(그냥 엄청 비싼 장판)을 깔았다. 장판 아저씨는 작업을 마친 뒤 내게 전화를 걸었다.

“그런데 천장 어떻게 해요?”

“아 내일 수리 들어와요.”

“이 장판 얼마나 비싼 건데, 보양 작업 그쪽에 해 달라하세요.”

“네...?”

“목수한테 해달라 하면 해줘요.”

“네.”
그렇게 용기 내 숨고 고수님께 전화를 걸었다.

“장판 비싼 거라서 보양을...”

“저희는 그런 거 안 해요. 그건 장판 하는 사람이 해주고 나가야지 무슨 소리야?”

“네? 장판 아저씨는 여기에 말하라고”

“아니, 무슨 소리야.”

그렇게 천장 아저씨와 장판 아저씨 핑퐁 게임에 짜부라져 눈물이 찔끔 나오고 그지 같은 집구석이라는 욕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는 그때 무너질 수가 없었다. 내가 지금 손을 놓아버리면 내 사랑 가전과 가구가 못 들어온다. 참아야 한다.

네이버를 켜고 ‘보양’을 검색했다. 또 어떻게 당일 보양 작업을 해주는 분들을 찾아 보양을 진행했다.

그런데 현장을 방문한 목수는 “까다로운 현장이라 추가금 붙어요,”

“얼마요?”

“십 프로?”

“저번 통화에서는 붙어봤자 5%라고 하셨잖아요.”

“아니, 10%”

“ㅎ”

“천장에 실금이 많아서 우레탄도 쏴야 할 것 같아요. 3만 원 추가요.”

내가 3만 원을 벌려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3시간가량 참아가며 웃어야 하는데 3만 원, 10만 원 나가는 게 이렇게 쉽구나.

물론, 현금영수증도 안 된다. 다음 무너진 천장으로 하지 못했던 도배. 추가 인건비 15만 원. 이사 청소 업체는 추가가 없겠지? 했는데 역시나 보양작업과 문틀 필름 떼는데 3만 원 추가. 물론 현금 영수증은 안 된단다.

그렇게 피땀 눈물이 들어간 인테리어는 가전 가구 배송 전 완료될 수 있었다. 하루에 수십 번 울리는 전화에 노이로제가 걸릴 것 같았지만, 도대체 이 고생을 왜 같이 안 하고 나만 해야 하나 열이 뻗쳐 죽을 것 같았지만, 예쁜 집을 보니 마음이 스르륵 녹아내렸다.
사실 안 녹았다. 여전히 화가 난다. 이래서 결혼 준비하다 싸움이 나는구나. 이래서 사람들이 그냥 몇 천씩 써서 토털 인테리어를 하는구나.

이번 인테리어 공사를 통해 다시금 깨달은 교훈.

‘돈은 사람을 배신하지 않는다.’

만약 인테리어를 할 일이 있다면 (정말 없었으면 좋겠다.) 몇 천만 원 적금 깨서라도 토털 인테리어를 진행하겠다고 굳게 다짐해본다.

인테리어를 하며 느낀 건

‘아, 비로소 어른이구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