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에서 만난 따뜻함

당신의 친절에 온기를

by 갑순이

그날은, 조금은 꼬인 하루였다. 약속이 있어 연차를 썼는데 상대방이 일방적으로 약속을 취소했다. 그렇게 갑자기 시간이 붕 떴다. 나와 데이트나 하자는 생각에 삼각지역 근방 카페로 발걸음을 돌렸다. 사방이 통유리로 돼 있는 키 작은 건물이었다. 세월의 흔적이 꽤나 묻어있는 가게였지만, 그 흔적을 따뜻한 색으로 잘 담아낸 그런 곳이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떨어진 당을 채우고자 아이스 초콜릿을 시켰다. 그 카페의 따뜻함을 가득 담아낸 느낌의 사장님은 작은 종이봉투와 따뜻함 한가득을 건넸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수제 쿠키예요. 이 앞에 그림도 화가님이 직접 그리신 거예요.”


갑작스러운 온기에 깜짝 놀라 감사하다는 말을 얼떨떨하게 전했다. 새해 복. 처음 보는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과 새해 복을 건넨 일이 나는 있었나? 별거 아닌 친절이 내게 이렇게 큰 온기를 전해주는데 나는 누군가에게 온기를 전해 준 적이 있을까?


이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2층으로 올라가 창가에 자리를 잡았다. 커다란 통창, 한 켠에서는 공부를 하는지, 일을 하는지, 노트북에 몰두한 한 사람. 지긋한 세월을 주름과 흰머리에 담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던 두 어르신. 저 사람들에게 지금은 평범한 일상일까? 조금은 특별한 하루일까? 내게 오늘은 변수 같은 하루인데.


귀에 이어폰을 꼽고 창밖을 멍하니 내려다봤다. 삼각지 그 복잡한 도로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내 눈높이에 있던 하늘은 정말 파랬다. 구름 한 점 없이 인스타그램 필터를 먹은 듯한 파란색.


아이스 초콜릿에 꽂혀있던 빨대를 쥐고 한참을 휘젓다가 한 모금 빨고 한 주를 돌이켜 봤다.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일, 스스로 반성해야 하는 일. 그리고 요즘 알 수 없는 불안을 주는 원인을 차분히 돌아봤다.


마음이 아파서 병원에 다니고 있다. 차분히 이야기를 나누고 원인을 같이 찾아 나가고... 또 홀로 답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아직 답은 찾지 못했다. 여전히 잘 모르겠다. 그런데 여전히 마음은 아프다. 이 아픈 마음, 어떻게 치료해나가야 할까?


이런 고민이 나를 둘러싼 요즘 타인에게 받은 온기는 참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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