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 편지

너무 가까워 전하지 못한 말

by 갑순이

그냥 그런 하루를 보내고 있다. 불을 켜지 않아 노르스름한 방 안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뒹굴거렸다. 오늘 기상 시간은 8시. 심장이 두근거리는 불쾌감에 눈을 떴다. 다시 눈을 감고자 했으나, 미친듯한 두근거림에 그럴 수 없었다. 한 숨 한 번 크게 금연약 한 알, 마음 약 두 알. 입에 털어 널고 고양이 화장실을 치우고, 밥그릇을 채우고 다시 침대로 들어왔다. 전기장판의 열기로 따끈한 그 느낌에 베개 밑에 손을 넣어 꼼지락 거려본다. 머리맡에 놓인 일의 기쁨과 슬픔을 뒤적이다, 구직 사이트를 어슬렁거린다.


그러다 문득 이게 뭐하는 짓인가 싶어 회사를 나갈까 잠시 고민을 하다, 미세먼지를 확인하고 출근을 포기한다. 이내 몸을 일으키고 노트북을 켠다. 그러다 어떤 글을 쓸까 잠시 고민하다 의식의 흐름에 손을 맡겨보기로 한다.


노트북이 내 손을 탄지도 벌써 5년. 기자 일을 시작하고서 처음 발급받은 신용카드로 질렀던 노트북이다. 내 가장 뜨거웠던 시절 나와 함께했던 노트북이 이제는 나이가 들어 버벅 거리고 한글 파일조차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지만 그래도 꿋꿋하게 내 마음을 기록해주고 있다.


올 한 해 내가 꼭 지켜내고 싶은 건 ‘꾸준함’을 유지하기. 지난해 내 꾸준함은 운동에 국한됐다. 올해는 금연 꾸준하게 하기. 다이어트 꾸준하게 하기. 마음 보살피기 꾸준하게 하기. 브런치에 꾸준하게 솔직함 내어 놓기.


그리고 제일 중요한 꾸준하게 사랑하기. 내 고양이도, 내 반려인도, 그리고 나도.


1월 1일, 내 주변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 카톡을 돌렸다. 한 해 동안 고마웠음을, 지난 묵은 날 털고 빛나고 마음 따뜻한 새해가 되길 축복했다. 그러다 문득 옆에 앉아 나와 똑같이 카톡을 돌리는 반려인을 바라봤다.


“오빠, 우리 타인에게는 복을 빌면서, 정작 내가 제일 사랑하고 소중하게 여기는 오빠한테는 말하지 못했네. 조금 특별하게 복 편지를 써볼래?”


“그래!”


한 해 동안 그와 함께했던 일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갔다. 울고불고 싸우고, 상처받고 상처 주고,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함께 춤추고 장난치고.


그 시간을 지나 여전히 내 옆 평온한 얼굴로 앉아 날 바라보는 그에게 감사와 미안함을 꺼냈다. 사랑한다는 이유로, 날 떠나지 않을 걸 알기에 때로는 너무 함부로 한 건 아닌지. 못난 내 모습, 아무에게도 보이지 못한 내 밑바닥 또한 나로 봐주는 너에게 나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너무 가까워 생략하기 쉬운 말, 고마워, 미안해. 복 편지를 핑계 삼아 전해 본다. 매년 우리는 새해 서로에게 복 편지를 써주기로 했다. 복을 빌어주며 전하지 못한 말을 전해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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