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청년들이 행복할 권리마저 박탈해버렸다 생각해요
여전히 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난다. 사람 만나기가 지겹다 말하면서도 지난 6년간 몸에 배어버린 습관처럼 사람을 만난다.
최근 한 사람과의 대화가 마음에 엄청난 울림이 왔다. 물욕이 터져 버린 요즘, 언제나 내가 옳다 말하는 짝꿍이 ‘이제 그만’을 외쳐버릴 만큼 물욕이 터져버렸다.
그런 나의 상황을 고백하자, 그 사람은 작년을 기점으로 돈에 대한 관념이 바뀌었다 말했다. 부족함 없이 자랐고, 부동산은 재산을 증식시키는 방법 중에 하나라 생각했던 자신의 생각을 지난 부동산 정책이 바꿔놓았다 말했다.
경제 흐름의 이유도 있었겠지만, 실패한 부동산 정책의 여파가 어떤지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가 정의를 내려줬다.
“옛날에는 내가 열심히 살면, 내가 열심히 일하면 언젠가는 내 가족들과 함께할 따뜻한 집을 마련할 수 있었잖아요. 그런데 지금은 사실 불가능하잖아요. 저는 이게 청년들이 행복할 권리마저 박탈해버렸다.라는 느낌을 받았어요. 나라가 뭐라고 우리가 행복할 권리를 빼앗아 버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너무 슬펐고 그래서 어떤 물건보다 내 행복을 지키기 위해 부동산을 사모아야겠다 생각이 들었어요.”
그 말에 한동안 멍했다. 나 역시 집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게 불과 몇 개월 전이다. 전셋집 하나 얻고 행복해하던 게 불과 2년 전이다.
이 말 끝에 최근 택시를 타 기사님과 나눈 이야기가 떠올랐다. 요즘 백화점에서 태우고 나오는 손님의 절반이 20, 30대다. 다들 그렇게 명품 쇼핑백을 들고 탄다. 돈 없어 결혼 못한다 난리인데 막상 그런 걸 보면 그게 이유가 아닌 거 같다. 요즘 친구들은 왜 돈을 모으지 않는 걸까?라는 물음을 30대인 나에게 던졌다.
그에 나는 답했다.
“자포자기 아닐까요? 가방 하나 안 산다고 집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아니니까요. 아끼면 됐던 옛날과 달리 아껴봤자 서울 전셋값도 마련할까 말 까니까요.”
이에 그는 또 말을 이었다.
“옛날에는 반지하에서 시작했는데 요즘은 무조건 아파트에서 시작하려니까 그런 건 아닌가요?”
“둘이 모은 돈을 합쳤는데 갈 수 있는 곳이 반지하라면 그 둘의 끝은 계속 반지하일 테니까요. 예전에는 반지하에서 1층, 2층, 3층, 그리고 소형 평수 아파트, 그다음엔 34평의 아파트가 가능했는데 요즘은 그 시작이 끝일 확률이 높으니까요.”
결혼 준비를 하며 함께 결혼 준비하는 친구들, 혹은 오랜 연애 후 결혼을 생각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결혼을 쉽게 빠르게 준비하는 친구들의 특징은 ‘집’이 해결됐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오랜 연애 후 결혼을 생각하지만 선뜻 추진하지 않는 이유 역시 ‘집’이었다.
집은 열심히 살 목표이자, 열심히 살아 누리는 행복이었다. 이젠, 로또 같은 존재가 돼버렸다. 그런데도 여전히 주거 대책은 한 숨이 나올 뿐이다. 언제쯤 강제로 박탈당한 행복을 되찾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