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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Sep 07. 2022

사회초년생의 눈물

그대는 잘하고 있어요.

이제 막 사회에 발 디딘 동료가 힘들다며 눈물을 보였다. 물 밀 듯 밀려오는 일을 쳐내지 못하는 자신 스스로 자괴감이 느껴져 이게 사실 내 길이 아닐까 싶어 혼란스럽다며 벌게진 눈으로 날 바라보는 그를 보며 지난날이 떠올랐다.


아가 기자 시절, 자꾸만 쫓아내는 경찰들, 쫓겨났다는 이유로 온갖 고함과 육두문자를 날리던 데스크. 그 사이에 끼여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파출소 앞 벤치에 앉아 눈물을 닦았다.


학교에선 고학번으로 어른 취급을 당하다 사회에 나오니 그렇게 차갑고 나 스스로가 그렇게 하찮을 수가 없었다. 학교에서 배운 교과목에는 ‘냉대’가 없었는데 사회 나오니 ‘냉대’는 기본값이었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기사 쓰는 법을 가르쳐줬지, 취재하는 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다. 취재가 이렇게 힘들 거라는 생각도 못해봤다. 드라마 속 기자들은 그저 뻗치기 하면 특종이 떨어지고 경찰들에게 물어볼 기회가 있었는데, 물어볼 기회조차 없는 현실 속에 놓인 내가 하찮게 느껴졌다. 자연스레 드는 생각은 ‘사실 이 길은 내 길이 아니지 않았을까?’, ‘나는 기자와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 아닐까?’였다. 그리고 자괴감. 내 동기는 저렇게 단독을 잘 물어오는데 나는 왜 이렇게 못하지라는 자책들이 이어졌다.


그때 느낀 그 감정을 이 친구는 지금 느끼는 거란 걸 알았다. 나보다 나이는 많지만, 사회에 첫 발을 디딘 그녀에게 조심스레 말을 건넸다.


“제가 나이는 어리지만, 그래도 사회생활은 이제 6년 차니까 그냥 말하는 건데 흘려들어도 괜찮아요! 지금 겪는 건 성장통이라 생각하면 조금은 마음이 나을 거예요. 사실 그 시간을 견디고 해내면 지금은 일이 무서운데 이제 더는 일이 무서울 일은 없을 거라 확신해요.”


그 말이 이어지자 맺혀있던 눈물이 떨어졌다.


“지금 힘든 게 저는 정상이라 생각해요. 사실 너무 다르죠. 이론과 실무는. 그렇다고 회사에서 친절하게 1+1부터 가르쳐주는 게 아니니까.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면 그 모든 게 본인의 능력이고 자산이 될 거라고 저는 확신할 수 있어요. 나도 그랬으니까...”


“고마워요, 진짜 이런 말을 기다렸는데 다들 어떡하니만 하고 그러니 더 막막하고. 이제 좀 명확해졌어요. 이렇게 고통스러워하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그 말만으로도...”


그와 대화 후 26살 내게도, 지금의 26살들에게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겪는 고통이 이상한 게 아니라고. 나약해서 괴로운 게 아니라 그 누구보다 열심히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나 역시 벤치에서 남몰래 눈물 훔치며 결국 단독을 따내고 기자로서 바이라인을 달고. 그리고 이직한 곳에서는 단 한 번도 일이 무서운 적이 없었다. 언제나 스스로 ‘나란 인간은 결국 해낼 수 있다.’라는 자기 효능감을 느끼며 해냈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미숙했을지라도 단 한 번도 일을 못한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지금 고통스러워하는 당신도 결국 그렇게 될 거라고.


딱 12개월, 그 회사의 1년을 견뎌내면 더는 큰 산은 없을 거라고. 그다음에 나오는 산은 ‘하, 이걸 또 해내면 난 또 성장하겠지?’라는 말을 내뱉을 수 있을 거라고.


그녀의 눈물을 다독이며, 6년 전 벤치에 울며 앉아있던 나 역시 다독일 수 있었던 귀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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