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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갑순이 Sep 29. 2022

경험이 주는 위로

내가 이상하지 않았다는 걸

새 회사에 입사한 지 4개월. 언제나처럼 잘 적응한 척 버티고 있었다. 이번 회사는 3개월이 지났음에도 내기 말하는 ‘퇴사각’이 안 나왔다. 퇴사할 이유가 없는 회사, 지금까지 중 가장 상식적이고 정상적인 회사를 다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대표는 내가 함께 수행을 나가는 것에 있어 항상 고생했다, 고맙다는 말을 한다. 혹여나 자신 때문에 야근을 하게 되면 미안하다며 택시비를 손에 쥐어 준다.


별 게 아니지만, 별 거라는 걸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그리고 오늘 정기 면담이라며 고충을 편하게 털어놓는 시간이 있었다.


내 또래의 인사 담당자와 이런저런 사담을 나눴다. 결혼 준비는 어떤지, 업무량은 어떤지. 그리고 이내 그가 말했다.


“매니저님은 강점이 참 많은 사람이에요. 인사 담당자가 아님에도 신입들이 오면 항상 먼저 말 걸고 어색할까 동갑이 있음 나서서 인사시키고 같이 과자 먹자고 말도 해주고.”


칭찬을 듣는 건 여전히 어색하다. 어색한 웃음과 감사의 말을 전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고마워요. 사실 내가 이상할 수 있는데, 어떤 의미로는 회사 업무 분위기를 해친다 생각하실 수 있는데...”


그 말을 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나이가 든 건지 울컥하는 눈물을 주체하기가 참 힘들다. 지난날, 돌이켜보면 난 항상 이상한 애였다. 내가 비영리와 영원히 이별을 하게 만들어 준 그 회사. 직원들이 대체로 I 성향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하기 내 나름의 노력을 했었다. 그런 노력을 하는 내게 누군가 말했었다.


“너만 성향이 그래서 조용한 애들이 힘들 수 있어. 그러니 조심 좀 해,”


그들의 언어대로 조용한 이들이 다수면 내가 힘들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할까? 왜 내가 이상하다고 말할까? 조용하다는 이유로 그들이 내게 함부로 하는 것에 대해 말 한 번 편하게 못하는 걸까? 무얼 조심하라는 걸까?


외눈박이 세상에선 두눈박이가 이상한 거라는 그 말을 상기하며 그냥 참았었다. 그런데 나도 모르게 그게 가슴에 상처로 남았었던 거겠지. 그러니 오늘 저 말을 듣고 나도 모르게 울컥했을 거다.  


이게 경험이 주는 위로가 아닐까? 나는 똑같은데 나는 변한 게 없는데 어떤 곳에선 조심해야 하는 단점이고 어떤 곳에선 칭찬받는 강점이라니.

단점이라 지적받았던 부분에 대해 칭찬을 받은 오늘, 나는 치유받은 기분이다. 아마. 그 사람은 모르겠지. 본인의 그 한마디에 지난날의 내 상처를 씻어 냈다는 걸. 사람이 주는 위로. 경험이 주는 위로. 조금 지친 요즘 큰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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