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갑순이 Oct 06. 2022

청첩장, 쉽지 않네.

주기도, 안 주기도 참.

결혼 준비에 쉬운 게 없다. 드레스 투어도, 혼수 장만도. 참 쉽지 않았다.


이제 결혼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정말 친한 친구들이야 밥 한 끼 사면서 청첩장을 돌렸다. 출혈은 크지만, 괜찮았다. 그런데 진짜 문제는 회색 지대에 있는 사람들.


인스타그램을 통해 활발히 소통하지만, 직접 만나 같이 밥 먹긴 애매한 사이. 그렇다고 내 일생일대의 이벤트를 알리지 않기엔 암묵적 손절을 통보하는 느낌.


그렇다고 모바일 청첩장만 ‘띡’ 보내기엔 대놓고 돈 좀 달라는 압박으로 비칠 것 같은 느낌. 어려웠다. 한참을 고민하다 내가 내린 결론.


커피 기프티콘과 모바일 청첩장을 함께 보내기.


간단한 안부를 전하고 절대 부담을 주려는 의도가 아니라 일생일대 큰 행사인 만큼 알리는 게 예의일 것 같아 연락드렸다는 말과 얼굴을 비추지 못함에 대한 사과의 말을 전했다.


결과는 괜찮았다. 그 누구도 불쾌해하지 않았다. 오히려 챙겨줌에, 잊지 않고 청첩장을 보내줌에 진심으로 고마워했다. 사실, 이 고민은 내가 몇몇 사람들의 결혼식을 겪으며 느낀 점이었다. 나와 내적 친밀감이 높은 이들은 당연하단 듯 내게 밥을 사줬고, 애매한 사이의 이들은 내게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왔었다.


그때의 느낌은 성의 없이 당연하게 수금하는 느낌이었다. 사실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석한다는 건 7일 중 2일뿐인 소중한 휴일의 반나절을 당신의 결혼이라는 이벤트를 위해 할애한다는 건데.


무엇보다 결혼식을 앞두고 가장 걱정되는 건 하객 수였다. 예식장에서 강제한 280명 할당. 당장 액수를 채운다는 것보다 280명을 채우지 못했는데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됐다. 누구든 와서 밥만이라도 먹고 가면 우릴 위해 귀한 걸음 해줬는데 축의가 대수인가 싶을 만큼.


그런데 최소한의 성의도 없이 모바일 청첩장만 보내는 건 너무하다 생각했다. 물론 그 성의가 반드시 물질적일 필요는 없다. 진심 어린 사과와 신혼여행 이후라도 얼굴 보려 날을 잡으려는 노력 정도. 딱 그 정도여도 괜찮았을 텐데.


청첩장을 받고, 돌려보고 느낀 점은 결혼은 결국 ‘내 축제’다. 우리의 축제가 아닌 내가 내 결혼을 축복받기 위해 사람을 끌어 모아 축하받는 자리. 그 자리에 주변 사람들은 선의로 귀한 시간 내 발걸음 했다는 사실을 잊지 말고 최선을 다해 마음 쓰고 최선을 다해 성의를 표하는 건 어떨까?

작가의 이전글 경험이 주는 위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