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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Feb 05. 2019

<우리가족: 라멘샵> 후기, 음식에 담긴 가족의 추억

브런치 무비패스│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시사회 후기


1.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요약:


이 영화는 크게 '일본과 싱가포르의 음식' 그리고 음식과 얽혀있는 가족의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어느 한 작은 시골이 처음에 등장하는데 그 정돈되고 고요한 모습은 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는 한국과 일본의 영화 <리틀 포레스트>를 비교하기도 하지만 이 영화들처럼 음식만 계속 나오진 않습니다. 음식으로 힐링한다기보다는 음식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찾아가는 영화랄까요. 


주인공 '마사토(사이코 타쿠미)'의 아버지는 일본인, 어머니는 싱가포르인이었습니다. 덕분에 영화는 싱가포르와 일본의 서민음식인 '라멘'과 '바쿠테'문화가 자세히 소개됩니다. 일본 라멘이야 워낙 유명하니까 다들 아시겠지만 싱가포르의 음식 '바쿠테'는 생소하실 것 같아요. 우리나라의 '갈비탕'이나 '설렁탕' 정도를 연상하면 비슷하다고 합니다.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은 '라멘'이라는 음식으로 시작해, 싱가포르의 '바쿠테'까지. 정갈하고 맛깔스러운 음식이 등장하기도 하고 거기에 얽힌 기쁘거나 슬픈 사연들을 소개하기도 합니다.





2.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줄거리:


조용한 일본의 시골에서 아버지와 삼촌, 그리고 아들이 작은 '라멘집'을 운영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시작하자마자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되는데, 그 돌아가신 아침에도 아들의 '아침밥'을 꼭 챙겨줬기 때문에 더 아들은 마음 아파합니다. 장례를 치르고 아버지의 유품을 정리하다 더 일찍 돌아가신 어머니의 일기를 발견하게 되는데요, 일기에 등장하는 외가댁 식구들과 어렴풋 생각나는 엄마와의 추억을 찾아 아들은 싱가포르로 떠나게 됩니다.


싱가포르에 도착한 아들 '마사토(사이토 타쿠미)'는 오래전부터 블로그로 소통하던 '미키(마츠타 츠요시)'의 가이드로 싱가포르 로컬 음식을 맛보기도 하고 엄마와 엄마의 식구들을 찾기 시작합니다. 미키는 싱가포르에서 결혼해 아이를 낳고 살고 있다가 이혼을 한 싱글이었는데, 마사토에게 특별히 마음을 표현하진 않지만 그의 부모님 때문에 괴로워하는 마사토를 따뜻하게 앉아줍니다. 마사토가 가족을 찾는 동안 같이 다니면서 묘한 사랑 기류가 설레기도 합니다.


드디어 찾은 외삼촌과 외할머니. 외삼촌은 마사토를 보고 반가워하고 기뻐하지만, 외할머니는 마사또를 거들떠보지도 않습니다. 전범국이었던 일본 사람들의 잔인함을 똑똑히 기억하는 할머니는 자신의 딸이 일본인과 결혼하는 걸 허락하지 못 했던 거죠. 반대를 무릅쓰고 일본으로 떠나 결혼하고 살았던 딸이 병으로 일찍 죽게 되자 그 미움을 평생 간직하고 있었던 겁니다.


엄마와 아빠도 국제결혼 반대에 힘들게 살다 돌아가셨는데, 할머니의 모습을 보고 실망한 마사또는 술 마시고 찾아가 고래고래 엄마가 힘들게 살았다고 할머니에게 울부 짖습니다. 당연히 그 후 마사또와 외할머니의 관계는 더 악화됩니다.


마사또와 할머니의 관계를 도와주려고 하는 외삼촌의 도움으로 마사또는 외할머니에게 자신이 해줄 수 있는 '라멘'요리를 들고 가 용서를 구하고, 결국 할머니의 마음이 풀어집니다. 그리고 해주시는 할머니의 모든 요리에선 '엄마의 추억'이 떠올라 마사또는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그 '밥 한 끼'를 맛있게 먹습니다. 





3. 영화 <우리가족: 라멘샵> 감상문:


저는 이 영화를 보는 내내 어릴 적 엄마가 해줬던 '새우젓찌개'가 생각났어요. 아마 그 음식이 애틋하게 떠올랐던 이유는 어느 시점 이후엔 '새우젓찌개'를 먹지 못해서였습니다. 대단한 음식은 아니었지만, 흔하게 먹을 수 없었고, 제가 해보려 해도 영 그 맛이 안 나서 더 생각나는 것 같아요.


엄마의 고향 싱가포르에서 '바쿠테'를 찾았던 마사토의 마음도 그와 비슷했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사또는 엄마의 손맛과 비슷한 삼촌과, 할머니를 만났으니 다행입니다. 더불어 '가족'을 찾기도 했고, 단순한 재회가 아니라 그동안의 얽혔던 마음을 풀기도 했던 모습을 보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불'을 써서 음식을 하는 건 '인간'이 유일합니다. 인간과 98% 이상 비슷한 유전자 조직을 갖고 있고, 인간과 비슷한 지능을 갖춘 동물이라도 불을 사용해서 요리를 하진 못합니다. 동물들도 나름의 방법으로 서로를 따뜻하게 대해주겠지만, 인간은 그 표현을 '따뜻한 밥 한 끼'를 차려주는 것으로 대신할지도 모르겠어요.


가족을 흔히 '식구'라고 하잖아요. 그 한문은 밥(식)에 입(구) 자를 쓴다고 해요. '한 집에서 함께 살면서 끼니를 같이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생각해보면 '밥을 함께 먹는 것'은 단순하게 배부르기 위한 행동이 아니라는 걸 느끼게 됩니다.




<우리가족: 라멘샵> 영화 정보: https://movie.daum.net/moviedb/main?movieId=1191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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