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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Feb 22. 2019

유럽의 중세 수도원 배경 영화「장미의 이름」

영화「장미의 이름(The Name Of Rose), 1986」

당신을 믿겠지만, 믿음을 남용하진 마십시오.

영화 '장미의 이름' 중



영화정보


제목: 장미의 이름, The Name Of Rose, 1986년 제작

장르: 드라마, 미스터리, 스릴러, 범죄, 시대극

국가: 이탈리아, 독일(구 서독), 프랑스


감독: 장 자크 아노

주연: 숀 코너리, F. 머레이 아브라함 외

평점: 8.6 / 10점 (다음 '영화')




영화후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원작

'움베르토 에코'는 한국에서도 이미 유명한 작가죠. '기호학 박사'였고, 실제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기호학' 교수로도 재직했습니다. 그는 역사학자, 철학자 타이틀뿐만 아니라 모국어인 이탈리아어부터 시작해서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등 다양한 언어를 구사하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지식으로 이야기를 만들었기에 그의 원작 소설 '장미의 이름'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영화로는 원작의 가상세계를 그대로 연출해내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데요. 그래서 감독 '장 자크 아노'는 이 영화를 위해 몇 년간 유럽에 있는 중세 교회들을 찾아다니기도 하며 촬영지를 선정했고, 원작 소설에 등장하는 '미궁(미로)'처럼 표현하기 힘든 장면까지 연출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했다고 전해집니다. 각고의 노력 끝에 제작된 영화는 프랑스에서 1년간 상영되며 성공하게 되죠. 1986년에 제작된 영화지만 실제로 지금 봐도 전혀 손색없는 영상미 좋은 영화였어요. 마치 중세 시대였던 유럽의 중세 시대인 14세기를 정말로 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기독교(가톨릭)의 힘이 절대적이었던 14세기 초반 유럽의 수도원의 추악한 범죄들을 고발하는 영화

이탈리아 북부의 한 수도원에서 의문의 살인사건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윌리엄'과 그를 따르는 젊은 사제 '아르소'는 수도원에 방문해 7일 동안 머물게 살인사건을 조사하게 됩니다. 그런데 조사하다 보니 살인뿐만 아니라 동성애, 성매매까지 얽혀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사람들은 굶주려 죽어가는데 "천국에서 백배로 돌려받는다"라며 수도원은 곡물과 가축을 받아 창고에 쌓아두는 것도 온당치 않은 일이겠지만, 그 쌓아둔 음식을 몰래 주는 대가로 소녀와 성관계를 갖는 수도사들도 있었던 거죠. '가장 성스러워야 할 수도원'에서 이런 일들이 밝혀졌으니 기득권 세력은 이를 은폐하려 합니다. '종교의 존재 의미'는 무엇일까요. 윌리엄은 위험할 줄 알면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정의'를 위해 수도원에서 벌어지는 의문의 사건들을 샅샅이 찾아내고 고발합니다. 그래서 보는 내내 수도원장과 따르는 그를 추종자들을 상대로 펼쳐지는 심리전이 팽팽하고 긴장감 넘치는 영화예요.  


 "최근에 한 형제께서 하느님의 부름을 받으신 모양이군요" - 윌리엄의 대사

윌리엄이 살인사건을 조사하려고 처음 수도원에 도착했을 때 했던 대사입니다. 무시무시한 말을 이렇게 격 있게 말하다니요. 이 대사가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수도원과 마을을 보면 "아 저런 곳에선 사람을 죽이고도 그 사실을 완벽히 은폐할 수 있겠구나"싶기도 했어요. 그만큼 '중세 수도원'은 세상과 동떨어졌고 폐쇄적인 존재로 느껴졌습니다. 수도원에선 '신념'과 '규칙'을 따르지 않으면 가차 없이 '종교재판'이나 '마녀사냥'으로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수도원 사람들은 "믿는 것에 대한 신념의 변화를 두려워하는구나" 싶었어요. 맞아요 정말로 무서운 건 그들이 믿는 '신념'이었습니다. 만약 그게 누군가를 해치는 데 사용된다면, 당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나게 무서운 존재였던 거죠.


베네딕토 수도회 vs 프란치스코 수도회

두 수도회는 쉽게 말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처럼 진보와 보수의 대립과 비슷합니다. 살인사건이 일어났던 수도원은 당시 교황의 측근이었던 '베네딕토 수도회' 세력권이었고, 반면 주인공 윌리엄은 '프란치스코' 수도회 출신이었습니다. 이 두 수도원의 차이는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 였는데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다소 진보적이었던 모양입니다. 예를 들어 '베네딕토 수도회'는 아주 엄격한 분위기이고, 수도사들 교육할 때 침묵을 강요하고 '웃지도 못하게'했던 반면 윌리엄이 속한 '프란치스코 수도회'는 웃음을 좋게 생각했던 거예요. 웃는 게 좋은 건가 나쁜 건가를 두고 언쟁을 하는 장면은 유치하기도 하지만 그 시대엔 그 사소한 진리 하나에 목숨이 오갈 수 있었다는 게 놀랍기도 합니다. 그런데 왜 '베네딕토 수도회'는 웃지 못하게 했을까요. 그 이유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면 종교를 찾지 않을 거란 그릇된 신념 때문이었습니다. 지금은 말도 안 되지만요. 14세기의 유럽이라는 걸 감안하고 영화를 보면 아마 그 시대의 흥미롭거나 답답한 신념들을 볼 수 있는데, 그 과정을 거쳐 온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 지도 깨닫게 되는 것 같았어요. 결과론적으로 보자면 '베네딕토 수도회'가 아무리 변화를 막아봤자 세상은 변해서 지금에 이르렀고, 그렇다면 그때 '프란치스코 수도회'가 더 진리에 가까웠던 게 되는 거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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