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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May 31. 2019

영화「튤립 피버, 2017」 후기

부제: 사랑의 바보




영화 정보



제목: 튤립 피버, Tulip Fever, 2017

장르: 네덜란드 시대극, 치명적 불륜, 귀족 남자의 사랑

국가: 미국, 영국 제작 /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저스틴 채드웍

주연: 알리시아 비칸데르, 데인 드한, 크리스토프 왈츠 외

평점: 7.4 / 10점 (다음 영화)




영화 에세이 <사랑의 바보>



이 영화는 실제로 17세기 네덜란드에 있었던 '튤립 열풍'이야기를 픽션 한 작품입니다. 주식이 오르듯 '튤립'이라는 꽃의 가치가 하늘을 찌를 듯 올랐고, 그 꽃처럼 열기가 올랐다가 식고 말아 버린 안타까운 '불륜'의 이야기도 함께 있는 영화입니다.



어리고 아름다운 여자 '소피아'는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랐는데, 튤립을 포함한 무역업으로 부자가 된 상인 '코르넬리스'에게 거의 팔려가듯 시집을 가게 됩니다. 아빠뻘 되는 것 같은 운명 참 기구하죠. 소피아 덕분에 수녀원의 동생들은 경제적 혜택을 받게 되니, 엄연히 따지면 소피아는 '희생'한 게 됩니다.



하지만 결혼 생활은 소피아에게 가혹한 운명을 가져다줍니다. 첫 번째 부인을 잃었다는 늙은 부르주아 코르넬리스는 오직 가문을 잇기 위해 마치 '새끼를 낳아야 하는 교배'처럼 의무적이고 열정 없이 성관계를 매일 해대니 소피아는 도저히 행복함을 느낄 수 없었겠죠. 



그러던 어느 날, 늙은 남편 코르넬리스는 젊고 멋진 화가 '얀'을 불러 어린 부인과 초상화를 의뢰합니다. 늙은 남편 외에는 다른 남자에 관심을 가질 수 없었던 소피아는 얀에게 사랑을 느끼고 그렇게 둘은 깊은 관계가 되고, 사랑이 깊어지는 만큼 파멸로 빠르게 다가가게 됩니다. 둘은 사랑을 얻는 대신 각자의 모든 걸 잃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채 빠져들기만 하게 되죠..



이런 사랑이 오래갈 리가 있겠습니까. 거짓말로 오랫동안 늙은 남편 코르넬리스를 속이는 데 성공하지만 언젠간 그 진실은 들통나게 돼있었어요. 소피아와 얀은 불륜을 일삼다 결국 도망가게 되고 혼자 남은 코르넬리스는 그동안의 모든 사실을 알게 됩니다.


출처: Wikimedia


이 영화는 17세기 네덜란드에서 있었던 실화를 그린 시대극이기도 하지만 어쩌면, 고대 그리스 북부의 왕국 마케돈의 왕 '알렉산드로스'의 첩과 그가 고용한 화가의 불륜 이야기를 모티프로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의 첩이었던 '록사나'의 나체를 숭배하듯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왕은 '아펠레스'라는 화가에게 그녀의 몸을 그리게 하고, 결국 록사나와 아펠레스는 사랑에 빠지게 되는 이야기예요.



그때 '알렉산드로스'왕은 둘의 불륜 사실을 알고서도 용서하고 더 나아가 둘의 사랑을 인정해줬다고 까지 합니다. 이 영화에서도 소피아와 얀의 사랑을 코르넬리스는 이해해 주면서 영화가 끝나죠. 알렉산드로스처럼 코르넬리스는 '사랑의 바보'입니다.



코르넬리스는 마치 사람을 '구매'한 듯 아이를 낳지 못하면 돌려보내리란 마음으로 '소피아'를 데리고 왔습니다. 잔인하지만 소피아를 데려온 목적이 분명했었죠.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소피아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소피아는 젊은 화가와 눈이 맞아 떠나고 맙니다. 


돈만 많고 냉정하고 잔인하게만 보였던 늙은 부자 코르넬리스. 그래 보였지만 '첫 번째 부인'을 잃고 나선 어렵게 얻은 '두 번째 부인'마저 잃어 슬퍼하는 모습을 보고 같은 남자로서 그 마음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됩니다. 그래선 안 되겠지만, 만약에, 아주 만약에 말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분이 '코르넬리스'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미워하겠습니까, 용서하겠습니까, 끝을 내려고 하겠습니까. 저는 아직도 저런 상황을 어떻게 할지 몰라 영화를 보는 내내 마음을 조리며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끔찍하고 난해한 저런 인 없어야 맞겠지만, 인생이란 게 내 맘대로만 살 순 없는 거니까 '코르넬리스'처럼 사랑에 실패할까 봐 괜히 두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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