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 후기 2 /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주연
영화 정보
제목 : 300
장르 : 액션, 모험, 드라마, 전쟁
주연 :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외
개봉 : 2007. 03. 14.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요약 : 스파르타 정예부대 300명 vs 페르시아 20만 대군.
1. 남자의 육체미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잘 다져진 '남자의 육체미'를 최고의 아름다움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영화 <300>에서도 줄곧 근육질 남자들이 '팬티와 망토'만 입고 전쟁을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실제로 고대 그리스 때 만든 조각이나 회화에서 보면 사람들이 거의 알몸에 가까울 정도로 옷을 벗고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어요. 하지만 영화처럼 '팬티와 망토'를 입고 싸우진 않았고, 갑옷과 옷을 입었다고 전해집니다. '복장'외에도 실제 역사와 다르거나 과장된 부분이 많아서 이동진 평론가의 경우는 '나쁜 오락'이라는 짧고 비판적인 평과 함께 2점이라는 낮은 평점을 주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재밌게 봤기 때문에 박한 '고증'점수를 받았음에도 영화 자체는 흥행했던 작품이었죠.
'300'이라는 영화 제목은 그리스 도시국가였던 '스파르타'의 정예부대 300명을 의미합니다. 아주 강력하고 이성적이고 독립적이고 보수적이었던 스파르타인들은 어릴 때부터 혹독한 훈련을 통해 높은 전투력을 가지게 됐고, 전쟁에서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는데요, 특히 이 영화의 시점이었던 '테르모필레 전투'에서 스파르타 정예부대 300명이 페르시아의 20만 대군을 막는 장면은 봐도 봐도 정말 용맹함 그 자체였습니다. 강인한 육체는 단순히 아름다웠던 게 아니라 그들의 강한 힘을 상징하기도 했어요.
2. 강한 힘
이 '강한 힘'은 어디서 왔던 걸까요. 영화를 보면서 내내 그 힘의 원천이 어디인지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유를 몇 가지 알게 되었습니다. 첫째, 그들은 '스파르타 교육'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강한 민족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았습니다. 아버지가 아주 어린 남자아이에게 진지하게 실제 전쟁처럼 싸우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리고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군대처럼 또래들과 함께 혹독한 훈련을 받고, 그것도 모자라 야생에 버려지고 야생동물과 싸워 이겨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 과정엔 언제든지 아들이 죽을 수 있었지만, 부모는 모른 채 합니다. "이런 게 스파르타 교육이구나"하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둘째, 스파르타인들은 장애가 있는 아이는 곧바로 절벽 밑으로 던져 버렸습니다. 싸울 수 없는 남자아이는 죽였던 거죠. 영화에서 나오는 장면입니다. 모든 훈련을 받고 전쟁에 나갈 때도 스파르타인들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그 이유는 아들과 함께 출전하는 아버지의 대사 때문이었습니다. 300명과 20만 명의 싸움은 거의 죽으러 가는 거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아들과 함께 출전해도 괜찮겠냐는 왕의 물음에 아버지는 "다른 아들이 많아서 괜찮습니다"라고 말합니다. 강인한 것도 그렇지만 얼마나 냉정한지 그들의 민족성을 볼 수 있는 대목이었어요.
스파르타인들의 '강한 힘'의 원천은 결정적으로 '자유'에 있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인 '테르모필레 전투'를 포함해 마라톤 전쟁, 세계 3대 해전이라 불리는 살라미스 해전을 '페르시아 전쟁'이라고 부릅니다. 이 전쟁이 역사상 최초로 기록된 동양과 서양의 전쟁이었죠. 당시 동양은 강력한 왕이라는 통치자를 중심으로 제국을 만들어갔고, 스파르타는 '폴리스'라고 불리는 도시연합국가 체제로 발전했기 때문에 동양보다는 자유롭다고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끝까지 스파르타인들은 '프리덤'을 외치며 죽음을 받치게 되죠.
영화와 실제 역사는 다소 차이가 있긴 합니다. 그리스를 역사의 모태로 보는 유럽인들의 '서양 중심 해석'때문에 아랍인의 역사에 속하는 페르시아가 전체주의적이고, 악당이고, 괴물이고, 야만인으로 묘사되지만 사실 당시 그리스도 연합국 체제로 동맹하면서 영토를 넓혀갔고, 페르시아도 이란을 중심으로 아랍을 통일하고 영토를 넓혀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부딪힐 수밖에 없었던 거죠. 그리스는 페르시아가 있기 이전에 '트로이'를 멸망시켰는데, 그 자리에 페르시아라는 제국이 생겨났었어요.
3. 종교와 신념
고대와 중세의 전쟁에서 당연히 '종교와 신념'이 빠질 순 없겠죠.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속한 고대 그리스는 모두가 잘 알다시피 '그리스 신화'가 생겨난 곳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이 <트로이>의 신화를 듣고, <일리아스>와 <오뒷세이아>를 읽을 정도로 서구문화의 뿌리가 되는 신화입니다. 그래서 당연히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는 신에 대한 믿음과 자부심이 대단했겠죠. 이란을 중심으로 형성된 제국 '페르시아'도 자신들의 종교가 있었을 겁니다. 이집트의 경우에는 왕이 곧 신이었었죠. <300>이라는 영화에서도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 크세스'가 자신을 '신격화'시키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페르시아 왕이 바로 전쟁을 일으킨 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리스 연합국가가 먼저 페르시아의 종교 관련 시설을 공격했기 때문에 최초에 전쟁이 발발했다는 주장하는 학자도 있을 정도예요. 어쨌든 페르시아는 항복하기만 한다면 다른 나라들처럼 아테네와 스파르타가 속한 그리스도 그들의 종교와 문화를 존중해주려 했었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도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가 "나는 자비롭다"라고 수없이 말하죠. 항복을 요구하면서.
책 <사피엔스>에서 이미 '종교와 신념'에 대해 진지하게 읽어본 적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사피엔스'가 또 다른 인간이었던 '네안데르탈인'을 상대로 힘을 합치고 멸종시켰던 힘도 바로 종교, 즉 '가상의 실재'를 만들어 연합할 수 있었기 때문에 생겨난 게 아닐까 싶습니다. 먼 옛날까지 갈 필요 없이, 지금도 극단 이슬람 조직 IS와,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분쟁을 봐도 알 수 있죠. 종교에 대한 신념은 결국 서로를 살리는 데 쓰지 못하고 죽이는 데 사용되는 걸 보면서 좀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영화 <300>에서 과장 및 강조됐던 '남성의 육체미'를 보면서 실제로도 강인했던 스파르타인들의 민족성을 알게 되었고, 단순히 그 육체미가 아름다움의 기준이라기 보단 자신들이 추구하는 자유. 나아가 민주주의. 그리고 종교와 신념이라는 명분으로 전쟁을 했다는 실제 역사를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