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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Mar 03. 2020

고대 그리스의 예언자, 신탁녀.

영화 「300」 후기 3 /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주연

영화정보



제목 : 300

장르 : 액션, 모험, 드라마, 전쟁

주연 : 제라드 버틀러, 레나 헤디 외

개봉 : 2007. 03. 14.

등급 : 청소년 관람불가

요약 : '그리스 연합국'과 '페르시아'의 전쟁




영화 후기 <고대 그리스의 예언자, 신탁녀>



영화 <300>은 실제 역사 <테르모필레 전투>라는 시점에서 <남자의 육체미>로 잘 다져진 스파르타인의 용맹한 정예부대 300명을 주제로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투 장면이 많이 부각되지만 그 안엔 '종교'라는 소재도 녹아있습니다. 스파르타가 페르시아 대군을 상대하러 진격하기 전에 왕 '레오니다스'는 절벽 위에 있는 노인들과 신탁녀를 만나죠. 그리고 묻습니다 "전쟁을 하면 이기겠느냐고"


신탁녀는 스파르타에서 가장 예쁜 여자를 재물로 바치는 관습이었고, 그 관습은 우리나라 구전동화 '심청전'과 비슷합니다. 다른 점이라는 심청이는 바다의 신 '용왕'에게 바친다는 구실로 바다에 빠져 가엾게 죽지만, 스파르타의 신탁녀는 절벽 산꼭대기 음흉한 노파들에게 바쳐집니다. 2500년전의 일이라서 정말 그게 사실이었을까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에서도 어린아이가 신격화되는 장면이 있는 걸로 보아 어느 정도 가능성 있는 이야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300>에서 레오니다스 왕은 신탁녀에게 전쟁의 승패를 물어보면서도 신탁녀의 답변을 100% 믿진 않는 것 같았습니다. 


거의 나체에 가까운 얇은 가운을 입고 주름을 휘날리며 관능적인 몸짓으로 '페르시아 전쟁'의 점괘를 보던 신탁녀는 결국 전쟁은 패배할거라 예언합니다. 그리고 옆에 있던 현자들도 전쟁하지 말 것을 경고하죠. 사실 나중에 알고 보면 그 노파들의 의견은 어떤 정치세력의 물질적 계략에 설득당한 의견이었을 뿐이지만 왕은 예언을 듣고 전쟁을 하지 말았어야 했죠. 왜냐하면 '신탁녀와 현자'의 경고 말고도 '원로원'의 반대가 있었으니까요. 원로원이라고 한다면 지금 우리나라의 '국회'가 비슷한 성격이고, 당시엔 원로원의 힘이 더 강했기 때문이예요. 

우리는 지금 기우제를 지내나요? 그땐 하늘에 비가 오길 기도해서 비가 오면 신의 축복이라고 믿었을 거라 추정하고 있습니다. 그만큼 종교의 위력은 대단했지요. 게다가 하필 페르시아가 쳐들어오던 시기는 스파르타가 '종교 축제'를 하고 있었는데, 그 축제의 뜻은 '평화'였다고 합니다. 평화의 축제 시기에 페르시아와의 전쟁이라니. 그래서 신탁녀와 현자들(노인들), 원로원은 전쟁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겠죠.


당시는 작은 도시국가들이 모여서 '그리스 연합국'을 만들었고, 그게 바로 '폴리스'라는 동맹 체계였습니다. 그리스 연합국 내에서 가장 강력한 두 나라가 바로 스파르타와 아테네였던 거예요. 같은 연합국이라 페르시아에 맞서서 싸우기는 하지만 각 도시국가의 '종교 축제'기간이 달랐고, 1차 페르시아 침략은 아테네의 축제기간, 영화 <300>의 배경이 된 '테르모필레 전투'는 스파르타의 축제기간이었어요. 제 생각에는 일부러 페르시아가 '종교 축제'기간에만 침략한 게 아닌가 싶어요. 축제라는 게 당시엔 국가가 신들에게 '제사를 지내는 기간'으로서 상당한 의미가 있었기 때문에 맞설 수 없을 거라 예단하지 않았을까 하는...


종교의 갈등은 현대에도 극심한데 예전에는 오죽했을까 싶기도 해요. 중세에도 왕의 권력보다 교황의 권력이 셌던 시기가 천년 가까이 있었는데, 그 이전이었던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더 심했겠죠. 그 시대를 살지 않았으니 단언할 수 없지만, 문둥병 걸린 노인, 코가 없는 노인, 괴물같이 생긴 노인, 등이 굽은 꼽추 등 몇 명의 노인들이 있는 산 꼭대기에 국가에서 가장 예쁘고 어린 여자를 바쳐야 한다니. 그게 '대를 위한 소의 희생'이라고 볼 수 있을까요. 지금으로선 말도 안 되는 비인권적인 일이 그때는 모두가 동참했던 걸로 보아 그 시대 사람들에게 '종교'란 엄청난 의미였겠지요.


미드 <바이킹스>에서도 영화 <300>에서처럼 고름이 가득하고 코가 없는 흉측한 모습을 한 현자가 예언하는 대로 전쟁이 이기고 집니다. 기독교를 믿는 제가 봐도 묘하게 빠져들고, 왠지 정말 그럴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우리나라의 '무당'의 역할이라고 보면 비슷할 것 같아요. 이런 종교의 역사는 우리가 '호모 사피엔스'라서 그렇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특정한 종교를 믿는 사람들을 모아 협력체를 만들고, 도시를 만들고, 국가를 만드는 '호모 사피엔스'들의 본능. 이런 이유로 스파르타는 '신탁녀'의 예언을 모두가 믿었던 게 아니었을까요.


영화 <300>을 보면서 후기를 3개 쓰게 됐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테르모필레 전투>로 정해서 헤로도토스의 <역사>의 내용을 기반한 실제 전쟁 이야기, 두 번째는 <남성의 육체미>라는 주제로 스파르타인들의 강인한 성격, 그리고 이번 마지막 세 번째 후기는 <신탁녀의 예언>이라는 주제로 스파르타를 포함한 '고대 종교'에 대해서 써봤습니다. 


종합적으로 한편 더 후기를 써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영화 한 편을 세 번 봤고, 이와 관련된 서적과 다큐, 방송과 역사학자들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있는데 참 재밌네요. 이게 바로 제가 쓰고 싶은 영화 에세이인 것 같습니다. 실제로 그 시대를 살아보진 않았으니 단언할 순 없지만 마음껏 그때를 추측해보고 상상해볼 수 있는 것. 그리고 고대 그리스 사람들이 신탁녀나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믿었던 마음을 나도 한번 믿어보는 것,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것과 영화에서 등장하는 장면들의 가능성을 믿고 추론해보는 것. 흥미롭지 않나요? 사실 완전히 허구도 아닙니다. 영화 <300>은 고대 그리스 실존인물 '헤로도토스'의 엄연한 최초의 역사서의 내용 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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