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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Mar 05. 2020

술 마시게 슬픈 영화

영화 「남자가 사랑할 때」 후기 / 황정민, 한혜진 주연

영화 정보



제목 : 남자가 사랑할 때

장르 : 드라마

개봉 : 2014. 01. 22

감독 : 한동욱

출연 : 황정민(태일 역), 한혜진(호정 역)

등급 : 15세 관람가



영화 후기 <술 마시게 슬픈 영화>



보고 많이 울었습니다. 주인공 태일이란 남자는 양아치 같으면서 양아치가 아니었고, 건달 같으면서 여중생 조카에게 돈을 뜯기는 팔푼이 삼촌이었고, 사랑에 있어서는 더 바보 같은 남자였습니다. 성매매를 일삼을 것 같이 타락한 남자 태일은, 순수하게 호정만을 사랑하고 위했지만 결국 불치병에 걸려 죽게 됩니다. 사랑하는 마음 때문인지 죽어가는 순간에게 호정에게 피해 안 주고, 자기로 인해 힘들었던 호정을 위해 만회해보려고 했던 노력이 안타깝고 마음이 아파 많이 울었던 것 같습니다.


태일은 사채업 하는 친구의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어느 날 어떤 여자를 찾아가서 '신체포기각서'를 받게 됩니다. 아버지의 빚을 그의 딸이 대신 갚기로 하는 끔찍한 각서였어요. 그리고 돌아갔는데, 태일은 계속 그 여자가 떠올랐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옆에서 간호하는 따뜻한 모습과 예쁜 얼굴에 반하게 된 거죠. 바로 '호정'이었습니다. 그때부터 호정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게 되고, 결국 사채업 사장인 친구에게 호정의 '신체포기각서'를 받아내고 말아요. 태일은 호정의 '신체포기각서' 무효화시켜주는 대신 하루에 한 시간씩 자신과 데이트를 해달라고 요구합니다.


"내가 불쌍해요? 내가 좋아요?" 호정은 태일을 경멸하고 싫어하며 처음엔 완강히 그의 구애를 거부하지만, 알고 보면 순수한 이 남자와 이제 데이트를 하려고 합니다. 조금씩 마음을 여는 중에 오해도 생기지만 결정적으로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홀로 장례식장을 지켜야 했던 자신의 곁에 있어준 태일에게 결국 마음을 열게 되고 드디어 '사랑'을 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사랑도 잠시. 태일은 자신이 모아둔 재산을 전부 가지고 사채업 하는 친구에게 속아 탕진해버리고, 술집에서 패싸움을 하다 감옥에 가게 되고 또 혼자가 되죠. 사랑도, 돈도, 아버지도 잃은 채 혼자 남았을 호정을 보면서 마음이 많이 아팠습니다.


눈물을 흘리는 여자. 그리고 그 앞에서 그 여자보다 더 펑펑 우는 남자.

2년이 지나 태일은 다시 돌아왔지만 이미 죽을병에 걸려 있었고, 길어야 3개월 남은 자신의 삶이 애처로우면서도 자신 때문에 모든 걸 잃고 살고 있던 호정에게 사과하고, 아픈 몸을 끌고 사채업 하던 친구를 찾아가 어떻게든 호정의 돈을 찾아다 호정에게 갖다 주고 죽습니다. 죽을병에 걸렸는지 모르고 "내 눈앞에서 사라져라"라고 했던 호정은 태일이 죽을병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고 태일을 보며 울기 시작하는데, 남자는 그 앞에서 여자보다 더 펑펑 우는 장면을 보면서 덩달아 저도 울게 됐었습니다.




<남자가 사랑할 때>는 뻔한 사랑이야기지만, 그걸 알면서도 눈물이 펑펑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영화였습니다. 나쁜 남자가 착한 여자를 좋아하면서 결국 감동받는 영화였어요. 사랑뿐 아니라 태일을 둘러싼 시장 사람들, 태일의 아버지, 형, 형의 가족들과 함께 사는 정겨운 모습에도 감동하게 돼요. 이 영화를 세 번 봤는데, 아직도 태일과 호정이 마주 보며 우는 표정이 생각납니다. 태일의 우는 표정은 마치 저 자신 같았어요.


사랑하는 여자에게 소홀하게 대하는 남자, 다가오는 남자를 거부하는 여자, 권태로운 연인들. 그리고, 인생이 힘든데 더 힘든 이야기로 용기를 얻고 싶은 분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습니다.



PS. 영화 볼 때 '소주와 라면'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술 마시게 슬픈 영화. 그래서 저는 필요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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