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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Apr 18. 2020

스페인 톨레도 여행 Ⅰ

여행고픔증 연재 001. 톨레도 버스터미널에서 소코도베르 광장


아니, 톨레도를 왜 안가?

- 마드리드 숙소 아저씨




"네 이번에는 갑니다(웃음)"
마드리드 버스 터미널에서 / 사진, 유감성


몇 년 전 마드리드 숙소 아저씨가 톨레도를 왜 안 가냐고 물으시던 게 생각난다. 그건 궁금해서 묻는 게 아니라 무슨 혼내는 것 같았다. 약간 사과해야 할 것 같은 그런 기분이...(헤헤) 


톨레도를 가기 위해 '플라자 엘립티카'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다. 'ALSA(알사)'버스가 주차되어 있다. 스페인은 안에서 오가는 대부분의 노선을 알사 버스가 운행하기 때문에 심지어 버스 터미널이 구글 지도엔 '알사'라고만 표기되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알사 버스를 타고 톨레도를 출발했다. 

(왠지 몇 년 전 숙소 아저씨께 연락을 해야 할 것 같은..ㅎㅎ) "드디어 가요"



톨레도 버스 터미널에 도착


Etsación de Autobuses de Toledo(에싸씬 데 아우토부세스 데 똘레도)


발음이 정확한지 잘 모르겠지만. 톨레도 버스터미널을 '에싸씬 데 아우토부세스 데 똘레도'라고 부른다. 벌써 두 번째 스페인 여행이지만 매번 발음은 우스꽝 스러우면서도 특이하게 들린다. 'Etación(에스따씬)'은 버스터미널이나 역 이름 앞에 붙고, de는 영어로 of, 한국어로 '~의'라는 뜻 정도. 'Autobuses(아우토부세스)'는 버스 터미널이라는 뜻. 스페인 버스 여행을 하면서 종점이 아닌 중간 지점에 내릴 때가 있는데 안내방송을 듣기 위해 이렇게 약간 스페인어를 알아두면 도움이 된다.


버스 터미널 밖에는 'TOLEDO'라는 글자와 'etsación de autobuses'라는 알바펫이 금속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디자인을 전공해서 그런지 이렇게 '타이포디자인'을 유심히 보게 되는데, 이뿐 아니라 톨레도 버스터미널은 일부러 '녹이 슨 듯한' 부식 철판 소재를 사용해 오래된 역사지구 톨레도와 어우러지게 하려는 노력도 한 것 같아서 "신경 많이 썼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드리드에서 톨레도를 가는 방법 2가지 중 난 버스를 택했지만 기차를 타면 톨레도 기차역에 도착해 아라베스크 양식으로 장식된 실내를 관람해볼 수 있다.  버스터미널에서 얼마 멀지 않은 이곳엔 '아라베스크'라는 이슬람 디자인 양식으로 장식되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안 가본 게 좀 후회된다.



톨레도 버스 터미널부터 시내까지 걷기
구시가 언덕을 오르다 뒤를 돌아봤을 때 / 사진 : 유감성
구시가로 들어가는 성문 '비사그라' / 사진 : 유감성


"유감성의 걷는 여행"


버스터미널에서 톨레도 구시가지(소코도베르 광장)까지 가는 길은 1km 정도 된다. 7월의 뜨거운 여름이라 버스를 탈까도 생각했지만 그냥 걷기로 했다. 여행 가이드북에 적혀있는 데로 버스를 탈 수도 있었고, 조금만 서치 해보면 '톨레도 시내에 버스 타고 가는 법'등 많은 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겠지만, 나의 속도로 그리고 내가 보고 싶은 것들을 보면서 걷기로 한 거다. 언덕을 오르다 뒤를 돌아봤을 때 자동차 한 대가 오고 있었고 그 뒤론 초원이 펼쳐 있었고, 그 위엔 파란 하늘이 펼쳐졌던 장면이 기억난다. 너무 멋있었다.


톨레도 시내로 들어갈 수 있는 비사그라 문 앞에 도착했다. 비사그라의 정식 명칭은 Puerta Nueva de Bisagra(뿌에르타 누에바 데 비사그라). 기존, 이슬람 세력에게서 다시 톨레도를 되찾았던 가톨릭의 '알폰소 6세'왕이 세운 비사그라 문이 있었기 때문에 이 문은 앞에 '누에바(Nueva)'가 붙었다. 새로운 비사그라 문이라는 뜻이었다. 


비사그라 문 상단에는 '쌍두 독수리' 문양이 새겨져 있고, 그 안에는 여러 유럽 도시의 심벌(깃발)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당시 유럽안에서 대제국을 형성했던 '합스부르크 왕가'와 그 속국들을 의미하고 있었다. 스페인을 두 번째 여행하기 때문에 이번엔 스페인 역사와 문화, 종교, 미술에 대해서 많이 공부했었는데 그 때문에 여행을 더 뜻깊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여행은 '걸어야' 볼 수 있는 것들이었다. 그냥 휘- 하고 지나가면 보고 고민할 수 있는 시간조차 없어서 나는 이렇게 매번 걷는 여행을 즐기고 있다.



톨레도 골목길 투어


"나만의 지도를 그리는 여행"


'톨레도 골목길 투어'라는 제목을 짓고 거창하게 들려서 왠지 웃음이 나왔다. 주로 여행을 가면 유명한 곳은 나중에 가고 골목길부터 걷는 편이다. 그러고 나서 머릿속에 '나만의 여행 지도'를 만들고 나중에 전망대에서 내려보면 그 기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다. 톨레도에서 최대한 '나만의 지도'를 만들며 걸었다.



소코도베르 광장 도착 & 식사


"소코 : 시장이라는 뜻의 아랍어'


1986년 톨레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다. 개인적으로 공부한 스페인 역사에서도 '톨레도'는 가톨릭과 이슬람 세력이 서로 번갈아가며 탈환했던 중요한 요충지였다. '톨레도'라는 이름 자체도 로마가 요새를 뜻하는 '톨레툼'에서 유래됐다. 


이 역사 깊은 곳 중앙에 있는 소코도베르 광장. 스페인어로는 'Plaza de Zocodover'라고 부르는데, 앞에 붙은 'Plaza'는 광장, 뒤에 'Zocodver'중 앞에 '소코(Zoco)'라는 뜻은 아랍어로 '시장'을 뜻한다. 서기 900년대 초반엔 여기가 아랍인들의 가축으로 사용됐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유래된 것 같다. 다시 가톨릭 세력이 톨레도를 탈환한 후에는 종교재판 화형식, 투우 경기가 열렸던 장소로 쓰였다고도 한다. 마드리드의 '마요르 광장'도 그렇고 여기 톨레도 '소코도베르 광장'도 그렇고 겉으로 보기엔 아름다운데 '종교재판'이 열리던 곳이라고 하니 왠지 무시무시하다.



"라 아바디아 식당"


여행 준비할 때 알아봐 놓은 식당이었다. 현지인들이 모여서 맥주 한 잔 하거나 식사를 하는 '로컬 분위기'라고 해서 이 곳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끝에 '돈키호테'가 긴 창을 들고 서있을 것 같은 골목길 안에 자리 잡은 식당 1층에 들어가니 노부부가 앉아 맥주를 마시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딱 들어가자마자 "내가 원한 분위기가 이런 거였어"라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


1층엔 가볍게 타파스와 맥주를 즐기는 'Bar(스페인어로는 바르)'형태로 되어 있었고 지하로 내려가면 테이블이 있는 식당이었다. '모둠 타파스'라고 여러 음식이 조금조금 나오는 메뉴와 톨레도 전통 맥주 '도무스(DOMUS)'를 주문해서 먹었다. '타파스(Tapas)'는 음식 이름이 아니라 스페인 '음식 문화'인데 하루 5끼를 먹는 스페인 사람들이 아침, 점심, 저녁 식사 사이에 먹는 '작은 양'을 뜻한다. 타파스를 큰 사이즈로 먹을 땐 '메누 델 디아'라고 말하면 된다. 


이 곳에서 먹었던 '도무스'라는 맥주의 탄산도 기억난다. 7월 한 여름 햇빛에 버스터미널부터 소코도베르 광장까지 1시간 가까이 언덕을 걸어 올라왔으니 당연히 너무 더웠고 힘들었는데, 그때 마시는 맥주는 정말... 설명할 수 없다. 


한 글자로 표현한다면 "캬~"





"이제부터 진짜 톨레도 여행"


톨레도 중심에 도착했고, 이제 밥도 먹었으니 본격적으로 톨레도 여행을 시작하려고 한다. 먼저 소코도베르 광장에서 출발하는 꼬마열차 '소코 트렌(Zoco Tran)'을 타고 톨레도 전체를 한 바퀴 돌 예정이다. 300년을 지었다는 '톨레도 대성당'도 보고, 전망대를 찾아가 톨레도 전경도 담으려 한다. 오늘 하루는 어떤 여행이 기다리고 있을까.



스페인 톨레도 여행 Ⅱ 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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