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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l 05. 2020

코르도바 여행

여행경로 : 마드리드 - 코르도바 역 - 로마교 - 포트로 광장


그 옛날의 대도시, 코르도바



지금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유럽 국가가 선진국으로 추앙받지만 과거엔 이란, 이라크, 시리아 지역의 아랍국가들이 선진국이었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유럽의 모태라고 불리는 고대 그리스, 그리고 로마보다 먼저 아랍 지방에서 '메소포타미아'에 문명이 일어났고 발전했다가 이집트로, 그리스로 전파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스페인에 속하는 코르도바. 하지만 그 옛날은, 이슬람교를 믿는 아랍인들이 건너와 수도로 삼았던 곳이다. 절실한 가톨릭 국가 스페인에 이슬람 색채를 또렷하게 남긴 곳. 그곳이 바로 코르도바였다.





코르도바 역에서 유대인 지구를 가는 공원에는 양쪽 오렌지 나무에서 떨어진 과일들 때문에 달콤한 냄새가 그윽했다. 오렌지가 어찌나 많은지 길거리에 굴러 다닌다. 4년 전에도 이랬었는데... 가끔 마트에서 오렌지를 고를 때 이 모습이 생각났었다. 몇 년이 지나도 그 자리 그대로 있다는 게 신기하면서도 반갑고 그랬다. 



이국적인 모습, 꽃들이 여기저기 아름답게 장식되어 있는 '유대인 골목'이 멋지게 있다. 가끔 내가 코르도바를 소개할 때 '아름다운 하얀 장미'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새하얀 벽에 파란색 화분에 빨간색 꽃이 담겨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 여행이라는 게 이렇게 새로운 모습을 보기 위해서 떠나오는 게 아닐까. 그리고 또 못 잊는 거, 클라라. 클라라는 레몬을 섞은 맥주인데 스페인 뜨거운 태양 아래서 걷다 지쳤을 때 차가운 유리잔에 따라 마시던 그 맛을 정말 잊을 수가 없다. 물만 마셔도 시원할 텐데 쓴 맛이 나는 맥주도 아니고 레모네이드 같이 달콤한 맥주. 그 매력에 한 번 빠지면 스페인을 반드시 한 번 더 오게 된다. 그 사람이 여기에 있다. 



코르도바 여행은 당연히 세계문화유산 '메스키타'를 빼놓을 수 없지만 나는 여기 '로마 교'가 인상 깊었다. 미드 <왕좌의 게임>을 재밌게 봤었는데, 티리온 라니스터가 마차를 타고 지나가는 장면에서 잠깐 등장한 다리가 어디서 본 것 같더니 코르도바의 '로마 교'에 컴퓨터 그래픽으로 다리 위에 집들이 있는 모습을 연출한 것이었다. 로마 교는 어떻게 보면 밋밋해 보이기도 하지만  하부에 동그란 아치와 돌출된 모양 때문에 쉽게 잊히지 않는다. 게다 코르도바로 들어올 때 최전선 방어기지 역할을 했던 '칼라오라 탑'이 세트로 있어서 쉽게 볼 수 없는 조합이다. 이 다리는 2년 전 제작됐다. 존재 자체가 역사이고, 로마의 예술품인 셈이었다. 이런 걸 보면서 '경이롭다'라고 느끼고 싶어서 여행을 준비할 때 스페인 관련 많은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예전에 왔을 때도 똑같이 이 앞에 서있었지만 이번엔 로마 교를 보고 감격스러웠다. 똑같은걸 4년 간격으로 다시 본 건데 새로웠다.



두 번째로 내가 감격스럽다고 생각한 건 '포트로 광장'에서였다. 소설 <돈키호테>에서 등장하는 장소다. 아직 국어책을 다 못 읽었던 초등학교 2학년 때 내 인생 처음으로 완독 한 책이 바로 <돈키호테>였으니 이 곳에 닿았을 때 소름이 돋을 정도로 기뻤다. 상상의 바닷속에 존재하는 나라에 도착한 것 같았으니까.


코르도바에 가면 당연히 '메스키타'를 관람하고 그 앞에 정원을 거닐고, 가운데 몸과 마음을 씻었다던 분수대에서 사진을 찍는 걸 먼저 해야 하며 메스키타를 둘러싸고 있는 '히든 아키텍처'의 아랍 건축 기술도 느껴봐야 한다. 그 후엔 이렇게 코르도바의 구석구석을 둘러보는 여행을 했던 게 너무 즐거워서 코르도바를 여행할 사람이게 이 경로를 꼭 추천해주고 싶다. <돈키호테>에 등장하는 '포트로 광장'엔 코르도바의 수호신 라파엘 천사가 서있고, 근처에 '홀리오 로메로 미술관'이 있다. 


메스키타는 2015년과 2019년 두 번을 다녀왔는데 또 가고 싶을 정도로 갈 때마다 놀라웠고, 이번엔 이렇게 메스키타 외에도 주변을 거닐어 볼 수 있어서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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