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경로 : 그라나다 - 네르하 - 프리힐리아나 - 그라나다
네르하, 오늘은 힐링하는 날
말라가 지역에 속하는 네르하. 그리고 그 안에 하얀색 프리힐리아나 마을. 말라가는 피카소가 태어난 바닷가 휴양 도시로 유명하고, 그 해변을 잇고 있는 여기 네르하도 '코스타 델 솔'포함된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코스타 델 솔이라는 말은 스페인 남부 바닷가 해변 전체를 부르는 별명으로 한국어로 해석하면 태양의 해변. 여태 나의 여행은 '학습형'에 가까웠으나 오늘은 '힐링'을 목적으로 네르하에 왔다. 예전에 왔을 때처럼 3일 정도 충분히 둘러보지 않고, 아침에 왔다가 막차 타고 다시 그라나다로 갈 예정이라 충분히 쉴 수 있을 진 모르겠지만 네르하에 도착하자마자 네르하 안에 프리힐리아나라는 하얀 마을에 가서 커피 한잔으로 여행을 시작했다.
맑지 않아서 조금 아쉽긴 했으나 하얀색 집들이 모여있는 모습은 여전히 아름다웠다. 여기서 내가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함께 여행하는 막내가 카페에 들어가다 미끄러져 넘어졌을 때였다. 혹시라도 다치진 않았을까, 창피해서 좋은 여행 기분에 언짢아지진 않을까 신경 쓰였던 것이다. 다행히 별일 없었고, 함께 커피 한잔 하면서 여행을 시작할 수 있었다. '네스프레소'라고 쓰인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가 너무 맛있다. 나중에 포르투갈 리스본에서도 이만큼 맛있는 에스프레소를 먹긴 했지만, 유럽 국가는 보통 커피맛이 좋은 것 같았다. 에스프레소 작은 잔에 설탕을 가득 넣고 젓지 않은 상태에서 쓴 커피를 마시고 마지막에 설탕이 녹은 밑 부분을 숟가락으로 퍼먹을 때의 그 달콤함은 악마의 선물이라 한들, 냉큼 받아 마실 것 같다.
아쉽게도 이번엔 저번처럼 날씨가 좋진 않아서 애매랄드 바다 빛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바다에 도착하면 뭔가 마음이 후련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이병률 시인의 <바다는 잘 있습니다>라는 시집 제목이 생각났다. 내용은 생각나지 않지만 나는 그 제목이 너무나 좋았으니까... 내가 4년 만에 이 곳을 다시 찾은 것처럼, 사람들은 밀물과 썰물처럼 힘들 때 한 번씩 바다를 찾게 되는데, 바다는 그때마다 잘 있어주는 것 같아서 왠지 고맙다. 특히나 난 고민이 많을 때나 사람에 지칠 때 바다를 찾아왔는데 괜찮아지면 또 바다를 잊었다가 다시 힘들어지면 바다에 오고 있다.
이번엔 혼자가 아니라서 외로움과 힘듦을 느낄 새 없이 정신없이 동행들과 함께 하면서 수영도 하고 밥도 먹고 즐겁게 있다가 떠났다. 네르하에서 그라나다로 가는 버스에 앉아 잠시 출발하기 직전 이런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여기를 또 올 수 있을까? 아무리 좋더라도 세 번이나 오진 않겠지, 그럼 이제 여기와 정말 헤어지는 거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