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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Sep 30. 2020

영화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영국 문화를 풍자하는 액션 영화

영화 정보



제목: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2014)

영문: Kingsman: The Secret Service

평점: 7.9(다음 영화)


장르: 스릴러

국가: 미국, 영국

개봉: 2015. 02. 11.

상영시간: 128분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감독: 매튜 본

주연: 콜린 퍼스, 태런 에저튼, 사무엘 L. 잭슨

누적관객: 6,129,681명


요약: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영국이 주인공인 영화

지구를 사랑하는 악당




영화 후기

영국 문화를 풍자하는 액션 영화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

Manners maketh man.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이 영화의 '명제' 이기도 했지만, 내가 영국이라는 나라를 두 번 여행하면서 알게 된 영국의 이미지이기도 했다. 런던에서 어떤 남자분에게 길을 물어본 적 있었는데 멋지게 정장을 차려입었던 젠틀맨은 서류가방을 땅바닥에 그대로 내려놓고 손짓을 해가면서 정확히 알려주었다. 내가 못 알아들었다고 하면 데려다 줄 기세로 말이다. 영국인이 '매너'라고 명칭 하는 것이 바로 이런 점 아닐까 싶다. 그래서 킹스맨의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는 명제를 듣곤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끄덕 "음, 맞아" 하면서 동의하게 되었다.




등장인물에 대해 간략히 소개하자면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의 주인공은 둘이라고 할 수 있다. 배우 '콜린 퍼스'가 연기하는 해리 하트, 배우 '테런 에저튼' 연기하는 에그시. 극중 에그시의 아버지가 과거에 해리의 생명을 구하고 희생했기에 해리는 그의 아들인 에그시에게 보답하고자 킹스맨 테스트를 받을 것을 권유하며 스토리가 시작된다. 그러나 에그시가 킹스맨 요원이 되기엔 테스트만 통과하면 되는 게 아니라 영국이라는 사회에 잔존하는 계급사회도 극복해야만 했다. 하층민에 속하는 에그시가 훈련받으며 다른 동기생들에게 무시당하거나 놀림받는 장면이 곧잘 나온다. 이즈음에 감독은 영국의 계급의식을 풍자했던 게 아닐까 싶었다. 영국은 여왕이 있는 '입헌군주제'라서 왕족과 귀족, 평민이라는 계급이 존재하고 있고, 귀족의 영어 발음과 평민의 영어 발음 부터가 다르다. 귀족은 'T'발음을 강하게 하는 반면 평민의 발음은 'T'발음을 흐리게 하는 경향이 있어 듣기만 해도 쉽게 구별될 정도. 대표적으로 <노팅힐>의 남자 주인공 '휴 그랜트'가 'T'발음이 강한, '포시 엑센트'를 사용하고, 이를 로열 잉글리시라 부른다. 유명한 축구 선수였던 '베컴'이 평민 발음을 사용한다. 

그런데 정말 "이런 발음 따위가 귀족과 평민을 구별하는 기준이 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을 안 해볼 수 없었다. 물론 각 계급에 속한 사람들은 차별을 느낀다기보다 각자의 신분에 만족하고 즐기며 자부심을 갖기도 한다지만어쨌든 영화에서 에그시는 이 차별을 어떻게 극복하고 킹스맨이 되어갈지 궁금했다.


에그시와 함께 킹스맨 선발 테스트를 받는 8명은 모두 귀족 출신이거나, 명문 사립대를 나온 소위 '금수저'들이었지만 훈련 내내 돌발상황에서 에그시가 그들의 리더 역할을 멋지게 소화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결국 에그시는 귀족 출신들의 거만함을 제치고 '랜시'라는 여자 요원과 함께 킹스맨에 최종 합격한다. 야구잠바에 모자를 쓰던 에그시는 이제 멋지게 양복을 차려입은 외모에 T발음을 강하게 하는 데다 '정의감'과 사명감까지 갖춘, 멋진 '킹스맨'이 되었다.




영국이 주인공인 영화.


중세 영국의 영웅담 아서왕, 그리고 원탁의 기사들처럼 킹스맨도 12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각 킹스맨의 코드명은 12명의 원탁의 기사들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했다. 분명 <원탁의 기사들>을 패러디한 설정이었다. 뿐만 아니라 등장하는 '술'의 종류도 하나하나 풍자를 담고 있다. 킹스맨 요원이 죽었을 때 추모하며 마시는 술은 1815년 나폴레옹 브랜디. 이 술의 제조년도는 근대 영국이 프랑스와 '워털루 전투'에서 승리한 바로 '그 해'이다. 나중에 찾아보니 해리의 코드명 '갤러해드'라는 이름도 아서 왕 전설에서 '거룩한 잔을 찾는 여정을 떠난 세 명의 기사' 중 한 명이었다. 영국 역사와 갤러해드라는 인물, 킹스맨의 요원 이름과 술과 술잔까지 묘하게도 모두 어우러진다. 이런 점에서 이 영화는, 영국이 주인공이며 더불어 훌륭한 작품이라고 생각되었다.


영화 중반부에 갤러해드가 악당 '밸런타인'을 찾아갔을 때의 대화에서도 영국과 미국의 관계를 풍자하는 장면이 나온다. 밸런타인은 갤러해드에게 미국을 대표하는 음식 맥도널드 햄버거와 함께 1945년 산 '샤토 라피트 로칠드'를 대접하는데 이는 세계 2차 대전 종전 후 세계 패권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갔다는 속뜻을 담았다. 갤러해드가 이를 그냥 넘어갈리 없었으니 "1937년 산 샤토 디켐과 미국의 대중적인 과자 트윙키를 대접해줬으면 더 좋았겠다"며 악당 밸런타인에게 맞받아친다. 1937년은 독일군이 죄 없는 민간인을 학살했던 '게르니카'를 상징하는 해이고, 겉은 노랗고 속은 하얀 과자 트윙키는 백인 행세하는 유색인종을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갤러해드는 돈 많은 흑인 악당 '밸런타인'을 우회적으로 비꼬았다. 이렇게 역사와 문화들을 꺼내서 영화에 풍자로 녹이는 것에 대해 보면 볼수록 감탄하게 된다.


밸런타인과 갤러해드(해리)의 대화의 의미를 알고 나니 왜 영화 메인 포스터에서 양 손에 기관총과 양주 언더락 잔을 들고 있는 밸런타인의 부하 '가젤'을 향해 갤러해드가 돌진하려는 장면으로 되어 있는지 알것 같았다. 분명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는 영국 역사와 문화, 세계사를 알았을 때 더욱 풍미를 즐길 수 있는 영화였다.




지구를 사랑하는 악당, 인간 학살자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를 보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점은 '지구를 사랑하는 인간 학살자'의 존재였다.


'가이아 이론'이라고 해서 지구를 살아있는 생명체처럼 대하는 마음을 가진 악당, 밸런타인. 그래서 환경을 사랑한다. 그래서 인류가 서로를 죽이도록 뇌를 조정해서 멸망시키려 한다. 인간은 청소되어야 한다는 무서운 마인드였다. 히틀러 나치 시대에 목적을 위해 유대인을 대량 학살했던 '악의 평범성'보다 어쩌면 이게 더 어처구니없고 위험하다고 느껴졌다. 환경을 파괴하는 인간이 밉다는 데에는 어느 정도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구를 위해 인류를 말살시킨다는 건 좀...


마지막 장면에서 밸런타인이 가슴에 자신이 신뢰했던 부하 '가젤'의 칼이 가슴에 꽂히자 구토를 하는 장면이 잔인하면서도 인상 깊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을 죽일 계획하고, 실제로 학살해 왔으면서도 비위가 약하여 구토하던 모습. 생각해보면 사람들을 죽일 때 본인이 직접 하진 못했던 밸런타인. 이를 보면서 참 인간은 모순적인 존재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은 소제목처럼 '지구를 사랑하는 악당'이라는 역설적인 단어의 조합이 이리도 잘 어울릴 줄이야.




마치며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Kingsman: The Secret Service)


영국 매너와 문화, 그리고 지구를 사랑하는 악당 이야기를 열심히 하느라 정작 '에그시'라는 주인공에 대해서 많이 얘기하지 못한 것 같다. 해리가 거의 주인공처럼 멋지게 연출됐지만 사실 나는 에그시를 보며 많이 감동하고, 기특하다는 생각마저 들었던 게 사실이다.


에그시는 아버지 없이 어린 시절을 보내고, 동네 건달 새아버지에게 폭력이라는 학대를 당하면서도 '체조'라는 운동을 통해 주니어 대회에서 2회 연속 우승했다고 나온다. 하지만 운동을 이어갈 형편이 안됐던 건지 체조를 접고 영국 해병대를 입대했지만 그마저도 그만두고 그대로 동네 양아치나 하면서 젊은 시절을 낭비할 뻔했다. 그러다 '해리'를 만나게 되고 '매너'를 갖춘 후 멋지게 킹스맨 요원이 되어 스웨덴 공주와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이 영화를 보는 많은 사람들이 주인공 '에그시'를 보면서 '희망'이라는 단어를 떠올렸으면 좋겠다. 

현실이 거지 같고 힘들지라도 우리 모두 '희망'을 갖자


2편 ⸢킹스맨: 골든 서클⸥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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