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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Oct 22. 2021

낯선 도시에서 낯선 음식이 주는 행복함

영국 요크 : 영국식 아침식사, 애프터눈티, 여행기


잉글리시 브랙퍼스트


'행복한 아침 식사'를 언제 해봤지...


대부분은 배가 고프지 않으려고 식사를 했던 것 같다. 어릴 땐 부모님이 꼭 먹어야 한데서, 어느새 졸업을 하고서는 회사일을 하기 위해서... 그에 비해 영국 요크에서는 낯선 나라, 낯선 도시, 낯선 음식이면서도 괜히 입맛에 맞는 것 같았고 심지어 아침 식사가 행복하게 느껴졌다. 약간 근사해 보이는 레스토랑에서 달걀 프라이, 감자튀김, 소시지, 빵, 버터, 토마토 같은 평범한 음식들 뿐이었는데 누군가  식사를 정성스럽게 준비해줬다는 사실이 새삼 기쁘게 느껴져서 행복감을 느꼈던  같다. 생각해보면 요크에 사는 요리사가 해주는 아침을 먹는 것이 특별한 일이기는 하다. 여행이기에, 특별해진다.


영국 사람들은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라는 아침식사 문화가 있다. 영국의 바로 옆 나라인 프랑스 사람들은 아침에 크루아상과 커피 정도로 가볍게 식사하는 것에 비해서 영국은 탄수화물, 단백질이 풍부한 식단으로 든든하게 아침 식사를 하는 게 특징이었다. 각종 치즈와 햄, 연어를 먹는 독일의 문화와 좀 더 가깝긴 하지만 영국식 아침식사가 독일식과 좀 다른 것이라면 감자튀김과 콩이 추가로 있다는 정도. 어쨌든 이 '잉글리시 브랙퍼스트'라는 음식문화 덕분에 영국을 여행하면서는 속이 든든한 상태로 하루하루 온전히 여행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입맛에 딱 맞는 음식은 아니었지만 유럽이라는 먼 타지에서 이렇게 보통의 메뉴들로 배를 채울 수 있다는 게 감사하기만 하다.





애프터눈티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고 끝내기엔 이른 시간, 오후 3시


그리고 영국은 오후 3시가 되면 차를 마시는 문화가 있었다. '애프터눈티(Afternoon Tea)'라고 해서 3층 트레이에 스콘과 샌드위치, 버터와 쨈, 티라미수처럼 달달한 간식들과 씁쓸하고 풍미 짙은 홍차를 곁들이는 '차 문화'이다.


프랑스의 철학자 샤르트르는 오후 3시를 두고 "뭔가를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고, 끝내기엔 이른 시간"이라고 말한다. 여행을 오기 전 회사에 다닐 때도 오후 3시가 되면 괜히 컴퓨터 바탕화면에 무의미한 네모를 반복해 그리거나, 카카오톡을 한 번씩 로그인했던 것 같다. 점심을 먹고 한껏 집중력을 쥐어짜고 왠지 좀 무료해지는 시간. 영국 사람들은 그런 시간에 이렇게 삼삼오오 모여서 간식거리에 차 한잔 나누며 다시 재충전하고 다시 하루를 살아가기 시작했던 게 아니었을까. 그때 마셨던 간식의 맛들은 앉자마자 몸에 흡수해버려서 또렷이 기억나지 않지만 홍차만큼은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지금 생각해도 여전히 '향긋하다'





요크 여행사진


영국 요크 여행기

'뉴-요크'라는 뜻으로 미국의 뉴욕이라는 도시 이름이 지어지기도 했다. 여기가 뉴욕의 어원인 셈이다. 에밀리 브론테의 소설 '폭풍의 언덕'의 배경 도시의 도시이기도, 미드 '왕좌의 게임'에서 수도 킹스랜딩과 대치되는 스타크 가문의 있던 북부지방쯤 되는 영국 요크. 실제로도 '장미 전쟁'이라고 하는 영국 왕위 다툼이 일어났던 역사 깊은 도시이다. 요크는 중세에 바이킹들이 정착했던 땅이기도 해서, 아니면 바람이 거칠어서. 런던보다는 뭔가 뾰족하고 삭막하게 느껴지지기도 하지만 다시 한국에 돌아와 보니 겨울 요크의 거친 바람이 못내 그립다. 요크는 탁한 녹색과 적벽돌의 빨간색의 절묘하게 어울리는 고풍스러웠던 곳으로 추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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