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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Aug 31. 2018

불필요하게 파격적인 노출 영화

영화 [상류사회] 후기 1│수애, 김규선, 한주영, 일본 AV배우 출연

영화 <상류사회> 인물 관계도 (출처: 다음 영화)


<상류사회>는 간략히 말해서 '정의의 이름'으로 '사회의 추악'을 무찌르는 내용의 영화였다. 주된 스토리라인은 부패한 정재계 인사들에 대한 비판이다. 뿐만 아니라 국회의원들과 결탁하는 재벌들의 비자금 조성, 갑질, 세습, 횡령, 예술품을 이용한 탈세까지 꼬집는다. 분명 '의도'자체는 좋은 영화였다.


하지만 '불필요하게 파격적인 노출'과, 두 차례 자세히 등장하는 '섹스신'이 꼭 필요했는지 의문이다. 첫째, 영화에서처럼 모든 여자가 성공을 위해 권력가와 성관계를 갖진 않을 것이고 둘째, 여자들이 꼭 자신의 욕망을 위해 몸매를 관리하는 것은 아닐 텐데 영화에서는 배드신과 노출 장면 모두 '성공의 욕망'을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다. 우리가 이토록 타락한 세상에 살고 있는 걸까. 최소한 그런 세상에 살고 있진 않다고 믿고 싶다.


영화 <상류사회>에서 4명의 여성이 옷을 벗는다. 성공을 위해 자신의 '여성성'을 이용하는 수애(수연 역), 극 중 가상의 정당, 민국당의 비서 김규선(은지 역), 수애보다 더 잔인하게 야망을 이뤄가는 겁 없는 재벌 한주영(현아 역). 그리고 미나미 역을 맡은 일본 AV 배우. 




수애, 미술관 관장이 되기 위해 권력과 타협하는 여주인공 오수연.


남편을 두고 재벌에게 찾아가기 전, 수연.


<상류사회>가 개봉하며 '수애의 노출'이 가장 이슈 되었지만 정작 수애의 노출 신은 거의 없다. 노출로 이어지는 과정이 자극적일 뿐. 사실 수연에게는 성적 매력보단 안타까움을 더 많이 느꼈다. 남편을 두고 한 번 바람을 피웠을 땐 그나마 사랑이라는 감정이 있었지만, 나중에 성공을 위해 자신의 성적 매력을 사용할 땐 권력욕만 있었을 뿐이다. 근데 만약 내가 '수연'이었다면, 능력 아닌 '성적 매력'으로 성공을 보장받는다면, 이 선택을 떨쳐낼 수 있었을까? 누구라도 쉽지 않았겠으며 나라도 욕망에 지배당했을 것 같다. 


수연은 첫 외도 상대와 프랑스 파리로 밀회를 떠나 뜨거운 밤을 보내게 된다. 남편도 그 시각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우지만, 누가 먼저 됐든 둘 다 옳은 행동은 아니다. 요즘 간통법이 폐지됐다고는 하지만 사랑을 느낀다고 해서 배우자 외 다른 이성과 성관계가 가능하다고 인정할 순 없기 때문이다. 결정적으로 수연은 외도 상대와 성관계 장면이 촬영되었고, 촬영이 고의든 아니든 영상은 유포되기 시작한다.


바람피운걸 '순간의 실수'라고 뒤늦게 후회하지만 하필 그 영상을 최초 목격한 사람은 '수연'을 끌어내리고, 그 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혈안이 된 부하 직원이었다. 영상에 대해 암묵하는 조건으로 부하 직원에게 무릎을 꿇게 된다. 순간의 실수를 아등바등 숨기려 하지만 비밀이 탄로 나는 데 걸리는 시간은 길지 않았고, 점점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아직 남편만 모르고 있다.


만약 현실에서 '하룻밤 격양된 감정'의 결과가 이토록 잔인하게 들춰진다면 앞으로의 삶이 얼마나 막막해질까. 그리고 이 사실을 남편이 알게 되면, 그 남편의 심정은 어떨까. 얼마나 덜컥하고, 마음 아프고, 방황하게 될까. 영화를 보면서 마치 내가 직접 겪은 것처럼 당혹스러웠고 끔찍했다. 이런 일은 영화에서나 일어나는 일이었으면 좋겠다. 아니, 영화로만 존재해야 하는 일이다. 꼭 경험해보지 않아도 되는 일.

  



김규선. 정치가가 된 교수와 섹스 스캔들을 일으키는 제자, 은지.


김규선 (은지 역)

"술 한잔 사주세요" 그다음은 "술에 취해 실수했다"라는 식.


이 아름다운 여배우가 대체 왜 가슴을 훤히 드러내고 배드신을 찍어야 했을까. 정치가가 된 자신의 은사를 존경하다 못해 성관계를 했다는 설정은 다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든다. 극 중 그녀는 '민국당'의 비서로 일하며 자신이 대학교 때 존경했던 교수 '장태준(박해일 배우)'을 보좌하게 되는데, 그 '존경'은 이내 '불륜'으로 타락해버리고 만다. 


남자가 먼저 취하고 범하고, 여자는 홀리고 미소 짓는다는 식. 결국 은지는 태준과 성관계를 나누게 되고, 신음을 내는 그 모습은 필터 없이 스크린과 스피커를 통해 고스란히 모든 관객에게 흘러나왔다


불륜과 금지된 성관계를 자극적으로 연출하는 기법. 이 영화에서도 그다지 다를 바 없었다. 어느 날 둘은 술에 취하기 시작하고, 야릇한 미소의 남발, 둘만 있는 공간에서 진한 딥-키스, 호텔 문 박차고 들어가 이어지는 거친 숨소리들. 그리고 이어지는 성관계 절정의 순간, 태준은 은지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 국회의원이랑 해본 적 있어?"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겠지만 현실의 비극을 영화에서는 이렇게 야릇한 타락으로 연출하다니. 왠지 이 장면에서 최근 크게 이슈 되었던 '진보계 정치가와 수행비서의 섹스 스캔들'이 떠올랐던 건 어쩔 수 없었다. 비서와 정치가와 불륜 관계, 게다 심지어 둘의 관계는 과거 교수와 제자. 이 파격적인 관계로 관객을 자극시키려 했겠지만 내겐 눈살을 찌푸리는 대상이 되었을 뿐 결코 섹슈얼하게 느껴지지만은 않았다. 이건 많은 그리고 건전한 사제관계에 대한 모독이기도 했기 때문.


막장으로 버무려 놓은 듯한 스토리 전개, 사랑도 아니고 승진도 아니고 단지 '과거에 존경했던 교수'라는 이유로 저지른 불륜이 과연 정당화될 수 있을까. 진정 관람객들은 이 배드신을 보면서 '그릇된 욕망'이라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까. 설마 여배우의 노출만으로 흥행해보겠다는 의도였던 걸까. 



한주영, 부의 갑질을 일삼으며 야망을 이뤄가는 재벌녀 민현아.



최근 항공을 주업으로 하는 '대한항공' 그룹과 그의 가족들이 지탄받았고 그 처사는 마땅했지만 앞으로 개봉할 영화에서 재벌이 모두 '갑질'하는 것처럼 묘사하는 건 위험하다. 재벌 모두가 적폐의 대상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아서이다. 미투 운동도 모든 남자를 나쁘게 보는 것이 아닐 것이며, 나쁜 일하는 정치가들이 있는 반면 좋은 일 하는 정치가도 많을 테니까 마찬가지로 좋은 일 하는 재벌도 당연히 많을 것이다. 어찌 되었던 그런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믿고 싶다. "다 나쁘진 않을 거라고"


한주영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민현아'는 재벌이었지만 수애가 연기하는 '오수연'의 부하직원이자 원수 같은 라이벌이기도 했다. 마침 수연의 '섹스 동영상'을 발견하게 됐고, 그 약점을 이용해 협박하고 끌어내리는 데 성공한다. 자신의 상사를 결국 무릎 꿇게 만드는 잔혹한 인물이다.


이 과정에서 의아한 장면이 하나 있는데 상사 박수연이 자신의 집을 찾아와 거실에서 무릎을 꿇는 와중에 그 앞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이었다. 딱 봐도 관리가 된 아름다운 몸매였지만 왜 뜬금없이 수연 앞에서 옷을 갈아입었는지는 의문이다. 왜 여자가 여자에게... 재벌가 민현아는 수연에게 "돈으로도 '몸매'로도 그 무엇으로도 넌 나한테 안돼"라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해주고 싶었던 걸까.


그리고 이해할 수 없는 대사로 씬이 마무리된다. "잘 들어, 재벌들만 겁 없이 사는 거야"




마무리. 성공과 예술을 위한 부도덕한 성관계.



아무리 '성공'또는 '예술'의 수단일지라도 이 모든 자극적인 요소들의 정당성 있어 보이진 않았다. 여자는 '성공'이랍시고 자신의 몸을 성적 도구로만 이용하지 않을 것이며, '예술'이랍시고 끈적이는 액체를 온몸에 바른 채 부인 말고 다른 여성과 뒹굴어도 된다고 볼 수도 없기 때문이다. 영화는 성공과 '인간의 욕망'을 지나치게 묘사했던 것 같다.


이런 극악한 욕망과 노출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은 옳고 그름을 알아채며 살아간다. 깨나 성적 호기심을 자극했지만 '의미 있는 노출'로 보긴 힘들었던 작품. 영화 <상류사회>는 분명 사회의 문제점들을 적나라하게 고발했고, 정재계 인사들이 형성하는 '상류사회'를 드러낸다는 의도 자체는 좋았으나 현실과 동떨어졌고, 너무 추악했고, 심한 가정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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