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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Sep 01. 2018

남자들의 '욕망' 이야기

영화 [상류사회] 후기 2│박해일, 윤제문, 김강우, 김승훈 출연

박해일(장태준 역)
윤제문(한용석 역) / 김강우(백광현 역)

<상류사회>라는 영화는 '인간의 욕망'들을 철저하게 '악'으로 묘사하고 있다. 남자들의 욕망보단 여자들의 노출로 많이 이슈가 되고 있으나, 여자들의 욕망을 '벗은 몸'으로 표현했다면 남자들의 욕망은 그보다 더 추악한 '민낯'으로 고발됐다.


총 4명의 남자가 주요한 역을 맡고 잇는데, 단연 첫 번째는 박해일 배우가 연기한 '장태준'이다. 장태준은 대학교수로서 서민들을 위한 정책을 주장하며, 방송 토론회에까지 나가서 '서민은행'이라는 정책을 내세우며 재벌과 보수세력에 반대했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정계로 입문하고 싶다는 욕망은 결국 자신이 반대했던 '보수 정당'으로 입당하게 만들었고, 이때부터 점점 타락하기 시작한다. 자신도 모르게 술에 취하고, 여자에 취하고, 더러운 방법으로 뒷거래를 일삼는 주범이 되고 만다. 점점 평정심을 잃고 순간의 자제력을 잃고 치명적인 실수도 하게 된다.


그 외에도 윤제문 배우가 연기한 변태적이고 사이코 패스적인 재벌 '한용석'이 있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무자비한 폭력을 일삼고, 김강우가 연기한 조폭 '백광현'을 통해 모든 비열한 행동들이 사회에 드러나지 않도록 암묵 시킨다. 백광현은 순수한 사람들을 개미지옥 같이 빨아들이며 악으로 물들인다. 박 변호사 역시 재벌 회사에 속해 더러운 상류를 받들어주는 핵심 인물로 활동한다.


위 인물들의 '욕망의 시작과 끝'을 보면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알고도 이들의 삶의 방식대로 살 수도 있겠지만, 어떤 게 옳고 그른지, 악했을 땐 얼마나 추한지,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체험해볼 수 있다.  



장태준(박해일), 서민을 대변하는 '정의'였으나 술과 여자, 부조리와 부도덕에 취해가는 국회의원.
서민 집회에 참여한 교수 장태준

사람은, 착해지기 어렵지만 악해지긴 쉽다.


<상류사회>에 남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장태준'을 통해 우리는 얼마나 많은 '부조리함'에 노출되어있고, 그 부조리함에 타협하고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마치 마트 앞에 불법주차해놓고, 마트 주인과 나만 서로 괜찮으면 그 길을 불편하게 지날 많은 사람들에게 미안함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과 같다. 도의적으로든, 법으로든 우리는 지켜야 할 '정의'가 있다. 그 정의는 삶의 기준이 된다.


영화에서 장태준은 '교수 시절'과 '국회의원 시절'이 서로 상반된다. 교수 시절은 서민들을 위하는 자신만의 가치관을 기준 삼아 행동한다. '민중'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들을 대신해 방송 토론회도 참석해 입장을 대변하기도 한다. 어쩌면 이 부분에서 과거 대한민국의 '촛불 혁명'을 은유했을지도 모르겠다. 교수 시절까진 진보 성향을 보이다 나중에 국회의원은 보수 세력으로 활동한다.


장태준 교수는 자신의 강의에서 홍대와 연남동, 망원동을 언급하며 '부동산 임대 가격 상승으로 인한 상인들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학생들에게 서민중심적 경제관을 가르친다. 사실 이는 우리나라 돈 있는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부동산 투기'라는 욕망을 꼬집은 대목이다. 


1막에서 '교수 장태준'은 서민과 재벌들의 '공존과 상생'을 이야기하는 서민의 영웅이었다.

 



'국회의원' 모두가 꼭 욕망적이고 추악한 인물은 아니겠지만 '교수 장태준'은 '국회의원 장태준'이 되면서 가식적이고 말만 번지르르한 '나쁜 정치인'이 돼간다. 사실 뉴스에 소위 '나쁜 정치인'이라 일컫는 부정부패한 사람들만 이슈가 되어서 인식이 안 좋지만, 분명 현실에선 '좋은 정치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장태준은 달랐다. 술에 찌들어가고 격한 언행을 가감 없이 내뱉고, 심지어 부인을 두고 과거 교수 시절 자신의 제자였던 '은지'와 불륜을 저지르고 만다. 권력욕에 눈이 멀어 기본을 지키지 못하며 점점 타락해간다. 분명 1막에선 '가치관'과 '삶의 기준'이 정의로웠던 남자였으나 정치인이 되자 쉽게 그리고 자연스럽게 '타락의 동산'에 입성하고 만다. 


물론 그를 불러들여, 타락하게 만든 당대표, 당 핵심 당원, 검은돈을 건네는 부패 재벌들과 같은 주변 인물들이 나쁜 사람들이지만, 그 역시 선택은 본인이 했기 때문에 욕망을 이겨내지 못한 점에 대해선 '장태준'스스로도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마치 도박판에서 멍청하게 돈을 다 잃고, 경찰에게 잡혀 돈 딴 사람들과 같이 감옥에 갇힌 것과 비슷하다.


국회의원이 되는 게 '때'가 오는 것이라 생각했고 '기회'라 생각했지만 그는 점점 정치판의 지저분한 면을 직접 체험하면서 빠져나오려고 발버둥 친다. '나쁜 색'에 물들고 나면 그 색을 빼기 힘들었을 텐데, 위기감이 들자 집요하고 명석하게 살아남는다. 어쩌면 처음부터 정의로웠고 주관이 뚜렷했으며 '삶의 기준'이 확실히 잡혀있던 사람이라 이게 가능했을 것이다. 


한 번 발 담그고 있던 욕망에서 빠져나오는 게 현실에서는 녹록지 않다. 



윤제문(한용석), 돈과 쾌락에 빠져 허우적거리며 폭력을 일삼고 예술을 더럽히는 자.
인물 관계도 중 '한용석'
부인 '이화란'과 '오수연' / 한용석 / 마굿간의 수애

근데 정말 재벌들은 다 이런 모습일까? 극 중 재벌회사 회장 한용석은 사치스럽고, 변태스럽고, 야비하고 영악하기 짝이 없다. 타락한 재벌의 모습을 다소 심하게 묘사했다.


강제로 다른 회사에게 '정치자금'을 강요한 이유는 자칫 자신의 회사가 정치자금 문제에 연루됐을 때 그 회사를 방패 삼아 빠져나가고자 함이었다. 아주 야비하고 영악하다. 게다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그 회사의 대표를 잡아서 무자비한 폭력까지 일삼는다. 감금, 폭행도 모잘라 이상한 복면과 우스꽝스러운 운동복을 입고 달려와 발길질하며 약자를 조롱한다. 아무래도 이런 연출은 최근 이슈가 되었던 '대한항공'의 갑질과 폭력에 대해 풍자한 것 같이 느껴진다.


뿐만 아니라 예술이랍시고, 일본인 여성을 고용해 온몸에 끈적이는 액체를 바르고 성교를 나눈다. 성교를 나눴던 그 침대에 음모 한 가닥을 놓고 작품명을 지어놓는 사이코 패스 변태적인 행동에 혀를 차게 만든다. 특히나 이런 걸 '예술'행위라고 한다니. 황당하며 치욕스러울 정도다. 심지어 자신이 운영하는 미술관의 부관장을 맡고 있는 '수연(수애)'까지 그 대상으로 끌어들이려 하는 파렴치한이다. 이런 행동들을 과연 '상류 사회'라고 용납할 수 있을까. 이 영화에서 가장 추악하고 더러운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런 인물의 결말은 뻔했다. 철컹철컹, 쇠고랑 차는 장면이 마지막 모습이었다. 영화는 다행히 착한 사람은 상 받고 악한 사람은 벌받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현실에선 나쁜 사람이 확실하게 죗값을 치르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 윤제문 배우가 연기한 '한용석'은 더 혐오스럽다.



김강우(백광현), 허허 웃으며 잔인하게 약자를 협박하는 조폭 사업가.

누군가가 '좋은 사람'이라 평가받으려면, 대부분 그옆에 '나쁜 사람'이 존재한다. 하지만 김강우는 나쁜 사람 옆에서 더 나쁜 사람을 연기한다. 한용석의 뒤를 봐주는 조폭 역할이다.


어찌 보면 백광현은 재벌도 아니고, 상류도 아니고 이 사람이야말로 하류인생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 악한 행동을 일삼는 조폭이 더 힘 있고 돈 있는 사람이다. 선량한 사람을 데려다 폭행을 일삼기도 하고,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하면서 '국회의원'조차 자신이 조종할 수 있는 대상으로 만들어 버린다. 국회의원이 된 '장태준'에게 허허 웃으며 협박하는 장면은 매우 인상 깊고 섬찟하다. 


죽이겠다는 말도 웃으면서 하고, 욕도 웃으면서 하고, 은밀한 사생활도 죄의식 없이 캐내면서도 "저희 법 되게 신경 써요"라는 말을 내뱉는다. 마치 법으로도 우리를 응징할 수 없고, 최소한 더러운 짓을 하더라도 누구도 막을 수 없다는 너스레이면서 뻔뻔한 용기처럼 보였다.



마무리. 악을 외면할 것인가, 타협할 것인가, 굴복할 것인가.
가터벨트를 메고 권력가에게 찾아가는 '수연' / 영화 포스터(태준)

출연 비중이 높진 않았지만 인상 깊은 인물이 한 명 있었다. 재벌 회사에서 '전임 변호사'를 맡고 있는 박 변호사. 직업 자체는 대한민국에서 귀한 직책이지만, 돈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데 굳이 왜 재벌 회사에서 '발 마사지'를 하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이는 자신의 위치와 형편에 맡지 않게 황새 따라가는 뱁새처럼 '상류 사회'에 속하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으리라.




놀이공원에 줄을 서고 있는데 앞에 새치기를 하는 사람을 보면 욕을 한다.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차가 나와 스치는 상황이라면 마찬가지로 욕을 한다. 그런데 자신도 나중에 새치기를 하는 사람처럼 순서를 지키지 않고 우대받으려고 하며, 급하거나 보는 사람이 없을 땐 신호를 어기고 달린다. 어쩌면 그게 더 인간적인 모습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윤리적 차원의 일이 아니라 누군가를 아프게 하고 누군가를 피해 보게 하고 법을 어기는 일이라면 그런 '악'은 무찌르는 게 옳다.


노출로만 이슈가 되고 있고, 영화 전개가 억지스럽고 마치 밥 한 공기에 수십 가지 반찬을 놓은 것처럼 많은 의미를 담았지만, 이 메시지만은 간결하게 다가온다. 추악한 자를 욕하는 만큼, 자신도 그들에게 섞이면 안 된다고. 그런 사람들과 세상에게 타협하면 안 된다고. 모든 사람이 옳다고 해서 꼭 옳은 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자신이 생각했을 때 남까지 피해가 가는 일은 삼가야 한다고. 


영화 <상류사회>의 남자들의 야망과 민낯을 보면서 이런 생각들을 해봤다.



링크: 영화 [상류사회] 후기 1 ⎪ 불필요하게 파격적인 노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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