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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l 11. 2018

베니스의 상인, 베니스의 갑질.

영화 <베니스의 상인> / 셰익스피어 원작

유대인 '샤일록'과 기독교를 믿는 '안토니오'


서로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 우월하다고 느끼는 순간 갑질은 시작된다.


셰익스피어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희곡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나라가 없이 뿔뿔이 흩어져 살고 있는 유대인들과 기독교를 믿는 이탈리아 베네치아 기독교인들의 종교로 인한 갈등과 그로 인한 '갑질'을 적나라하게 다루고 있다.


흔히 갑질이라 한다면 '돈'있는 사람이 '돈'없는 사람을 부당하게 대하거나 무시하는 행위인데, 돈도 돈이지만 여기선 '종교'라는 더 큰 문제까지 얽혀있다. 우리나라처럼 믿는 종교가 서로 달라도 잘 어우러져 지내는 나라가 드문 편인데, 유럽의 타 종교에 대한 반감은 십자군 전쟁부터 지금의 IS테러 조직까지 이미 심각한 문제였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다른 인종, 문화, 언어, 역사, 종교를 가지고 서로를 배척한다면 그게 곧 '갑질'이 아닐까 생각해봤다.




베니스의 상인, 미움이 만든 재판.


재판 중 '샤일록'이 '안토니오'의 심장 살을 도려내려 한다.
안토니오 / 재판중 '안토니오'

왜 유대인 '샤일록'은 '안토니오'를 죽이려 했을까.


돈 빌려준 갑질로 사람을 죽이려 한다는 거에 대해 변론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하지만 어떤 일이든 '이유'는 존재한다고 믿는다. 이 영화, 셰익스피어의 원작 <베니스의 상인>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안토니오'와 '샤일록은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되는데 이유는 이렇다.


기독교를 믿는 '안토니오'는 교리에 어긋나는 고리대금업, 지금의 '대출업'으로 부를 쌓는 '유대인'들을 격멸하고 괄시한다. 영화에 첫 장면에선 '샤일록' 얼굴에 침까지 뱉어버린다. 하지만 친구를 위해 '샤일록'에게 돈을 빌리게 되고, 돈을 빌려주면서 '샤일록'은 납기를 어기면 가슴살을 떼어내겠다고 말한다.


세상 모든 일이 계획한 대로, 그리고 추측한 대로, 생각한 대로 흘러간다면 좋겠지만 결국 '안토니오'는 납기일을 지키지 못하게 된다. 안 그래도 '안토니오'를 미워했던 '샤일록'은 재판 판결을 통해 그의 심장 살을 도려내려고 한다. 어쩌면 샤일록은 돈보다 안토니오의 죽음을 바랐는지 모르겠다.




샤일록과 안토니오는 친구였는데...


울부짖는 샤일록
돼지고기를 먹지 못하는 샤일록과 안토니오 / 비친 샤일록


"우리는 바늘에 찔려도 피가 나지 않소?!"


아이러니하게도 바늘에 찔려도 피가 나지 않냐고 울부짖는 쪽은 '샤일록'이었다. <베니스의 상인>이라는 작품은 누가 선하고 누가 악한지 애매하게 연출한다. 자칫 안토니오만이 정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샤일록이 꼭 '악'은 아니다.


샤일록을 옹호할 순 없는 노릇이긴 하지만, 유대인들은 앞서 언급했듯 다른 인종, 문화, 언어, 역사, 종교로 인해 배척당하기 일쑤였다. 물론 '고리대금업'이라는 것 때문에도 더 그렇다. 베니스라는 홈구장에서 기독교인들의 규칙에 따르며 살기 힘들었을 것이다. 심지어 파티에 참여해도 그들이 먹을 수 없는 돼지고기가 나오곤 했다. 계속되는 차별을 견디고, 친구라고 생각했던 '안토니오'에게 배신감까지 들자 샤일록은 울부짖는다. "우리는 바늘에 찔려도 피가 나지 않소?!"




재판의 결말


베사니오 / 안토니오
안토니오의 부인 '포시아' / 영화 포스터

과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종교' 갈등이 영화에선 해결되었을까.


먼저 '갑질'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정리하고 싶다. 첫 번째 갑질은 '기독교인 안토니오'다. 자신이 믿는 종교의 교리를 어겼을지라도 다른 문화에 대한 관용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두 번째 갑질은 '돈'을 빌려주고 '생명을 헤치려 한 샤일록'이다. 아무리 그래도 사람이 돈으로 생명까지 지배할 순 없는 노릇이다. 




똘레랑스, 관용이 필요해.


남부 스페인의 유대인 마을.

똘레랑스: 서로 다른 종교에 대한 관용. 


남부 스페인을 여행하다 찍은 사진이다. 스페인은 독실한 가톨릭 국가이지만 과거 800여 년간 이슬람 세력이 지배했던 곳이다. 아직도 잔존하는 이슬람 사원 '메스키타'에 올라서면 '유대인 마을'이 내려다보인다. 그리고 이 곳은 앞서 말한 대로 절실한 가톨릭 국가가 된 지 이미 오래다. 


셰익스피어 원작 <베니스의 상인>은, 서로 다른 종교가 공존하기 위해선 서로에 대한 '갑질'이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살아갈 수 있는 '관용'이 필요하다는 걸 알게 해주는 영화였다.



 

포스터

영화정보:


제목: 베니스의 상인, The Merchant Of Venice

장르: 드라마

배우: 알 파치노, 제레미 아이언스, 조셉 파인즈 외

원작: 셰익스피어

개봉: 2004년

평점: 7.39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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