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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l 13. 2018

감시하는 사람, 감시당하는 사람.

영화 <타인의 삶> / 독일 영화, 평점 9.22점

감시당하는 예술가와 그와 사랑을 나누는 여자


영화는 답답하고 절망적인 독일의 분단시대를 간접적으로 체험하게 해 준다.


독일이 통일되기 6년 전, 국가가 개인의 사생활을 감시하고 도청한다. 동독 공산당의 비밀경찰 2명이 2교대로 예술가 한 명을 5년 동안 감시한다. 비밀경찰 '버즐러'는 마치 신앙처럼 공산당이 개인의 은밀한 모든 것들까지 감시할 수 있다고 믿는다. 실화라면, 그리고 내가 감시받는 대상이라면 얼마나 끔찍한 일일까.


1984년,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니다. 그때 베를린에선 민주주의와 공산주의가 아직 동서로 나뉘어 있었는데, 영화는 그때의 시대를 이야기하고 있다. 독일 분단 시절의 그림자를.



다수결이 만든 사람

비밀경찰 버즐러
아이와 버즐러 / 지시받는 버즐러


잘못된 전체주의에 휩쓸린 종이배, 버즐러.


비밀경찰 버즐러는 누구와 타협하는 사람이 아니다. 마치 신앙처럼 '공산주의'를 믿는 사람이었다. 동독에서 그는 대학에서 공산주의 이념을 가르칠 정도로 '자유 민주주의'를 부정한다. 잔인하게 자유를 부정하지만, 한 편으론 말 잘 듣는 순박한 아이 같다. 잘못된 전체주의가 한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버렸다. 


지금 생각해보면 버즐러는 잘못된 공산주의 이념을 갖고 있던 사람이지만, 그때의 버즐러는 그게 '정의'라고 굳건히 믿었을 것이다. 동독이라는 전체는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타인이 나의 삶을 바꾸다.

도청 내용을 근무일지로 기록하는 비밀경찰 '버즐러'
극작가 '드라이만'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 / 비밀경찰 버즐러가 직업여성과 성교를 하는 장면


점점 예술가의 삶에 빠지게 되는 감시자, 버즐러.


성관계 소리를 엿듣게 된다. 그리고 그날 밤, 자신도 직업여성을 불러 성관계를 한다. 영화에서 나오진 않았지만 사랑하는 사이의 성관계와 자신의 성관계의 미묘한 차이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도청하는 시간이 거듭될수록, 드디어 굳건하던 버즐러가 점점 예술가의 삶에 동요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심지어 극작가 드라이만이 듣는 음악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그가 하는 사랑, 그가 하는 생각, 그가 바라는 자유에 대해서 자신도 모르게 빠지게 된다. 


'잘못된 규칙'을 만들어놓고, 그걸 '원칙'이라고 믿고 원리원칙적으로 살던 버즐러는 결국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더 나은 삶'을 생각해보게 된다




누군가가 감동할만한 인생을 살고 있는가


타인의 삶에 매료되는 버즐러
아름다운 여자 / 독일 통일 후 버즐러


내 삶을 누군가가 엿본다면, 눈물을 흘릴 만큼 나에게 빠져들면 좋겠다.


이 영화는 어쩌면 예술가 '드라이만'의 인생을 영화화했을지도 모른다. 자유 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다고 해서 그게 정의라며 공산당 비밀경찰 '버즐러'를 단순히 '악'이라고 결론지을 수 있을까?


아닐 테다. 잘못된 전체주의가 한 사람을 충견으로 만들었던 거고, 고문과 감시를 일삼던 '버즐러'도 결국 피해자가 됐다고 영화는 말하는 것 같다. 결국 그도 '감성'이라는 게 있어서 예술가의 음악을 엿듣다 눈물을 흘렸고 결국 그도 '올바른 일'을 위해 결정적인 순간에 예술가의 잘못을 수습해준다.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그가 신앙처럼 믿던 공산주의를 버리는 것은 그의 기준에선 어려운 선택이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어렵게 '올바른 선택'을 하게 되고, 나중에 그 사실을 알게 된 예술가는 감동하고 만다. 다수결이 만든 나쁜 사람에게 예술가는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영화 정보:


제목: 타인의 삶, The Live Of Others

장르: 드라마

배우: 울리히 뮤흐(버즐러), 세바스티안 코치(드라이만) 외

감독: 플로리안 헨켈 폰 도너스마르크

개봉: 2006년

평점: 9.22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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