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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Jul 14. 2018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 / 한국형 SF·판타지

과거를 심판받고 있는 '김자홍(차태현)'

과학이 아무리 발달해도 유일하게 인간 마음대로 조절하지 못하는 게 있다. 바로 '죽음'


지옥 같은 이승에 살아도, 저승보다는 낫다. 현실이 너무 힘들어서 "차라리 죽자"를 외쳐도 죽음 앞에서 나약해지는 이유는 우리 모두 살아있는 인간이라서 계속 존재하고 싶어 하는 힘이 쥐어짜듯 나오고 또 나오기 때문이다.


저승을 경험하고 돌아온 사람은 없다. 그래서 여태 우린 '사후세계'라는 걸 궁금해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살아있는 동안 지었던 죄를, 죽고 난 직후부터 심판받는 장면, 벌 받는 장면을 담고 있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이런 대사가 나온다. "예정대로 안전하게 사망하셨습니다."




7가지의 심판, 그리고 지옥.


자신을 희생하며 어린이를 구하는 소방수 '김자홍'
첫 번째 심판 / 죽음의 심판자들


동양 신화에선 사람이 죽으면 7가지의 심판을 받는다고 전해진다.


기독교와 천주교에선 천국과 천당, 불교에서는 극락세계. 이슬람은 잘 모르겠으나 이 세상의 많은 종교에서 천국을 가거나 가지 못하는 기준이 있다. 이 영화에서는 동양 신화의 '7가지 심판'을 기반으로 각색되었으며 그 종류는 '살인'했는지에 대한 심판, '나태'했는지, '거짓말'했는지, '정의'로웠는지, 타인을 '배신'했는지, '폭력'을 행사했는지, '천륜'을 어겼는지가 포함되어 있다. 


단연 '살인'은 절대 저지르면 안 되는 범죄겠으나 법에 어긋나지 않는 한 나태, 거짓말, 정의로워야 할 책임, 배신, 폭력을 안 저지른 사람은 많을 것이다. 그래서 사실 이 7가지는 상징적이기만 한 비현실적 심판이다. 어쩌면 절대로 지키기 불가능한 조항들을 넣어두고 끊임없이 착하게 살도록 기획해둔 게 아닐까.





쾌락의 동산

히에로니무스 보스, <세속적인 쾌락의 정원>, 1490-1510 추정 / 출처: 위키메디아


지옥은, 착하게 살라는 의미로 인간이 만든 세계.


동양뿐만 아니라 서양도 '쾌락'을 쫒다간 결국 지옥으로 간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위 그림은 15세기 후반 '천국과 지옥'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여러 쾌락 종류를 담은 작품이다. 화면의 배색은 아름답지만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끔찍하게 고문받고 망가져가는 인간을 상세히 묘사하고 있다. 이 그림을 그린 화가는 아마 이런 메시지를 담기 위해 노력했을 것 같다. 


"죄짓고 살면 나중에 이런 식으로 고통받게 될 테니 죄짓고 살지 않았으면 해"






영원히 살고 싶겠지, 만.


고대 이집트 벽화 '사자의 서' / 출처: 위키메디아
런던 '대영박물관'에 전시된 조각, 미이라 / 출처: 본인


"미라는 결국 다시 못 일어났다.".


이집트는 예수가 태어나기 전 기원전 3000년 동안 독보적인 최강국이었다. 그리고 예수가 태어나고 지금까지 2018년 동안 이집트만큼 오랫동안 G1을 유지하는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그 이집트도 미라를 만들며 재탄생, 즉 환생을 할 거라고 믿었으나, 아쉽게도 여태 다시 일어난 미라는 없었다. 


죽음 앞에선 모두 평등하다. 부국과 빈국의 평균 연령은 극심하게 다르지 않다. 어쩌면 의료기술보다 행복지수가 죽음이 다가오는 시기를 조절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지도 모른다. 굳이 사후세계를 만들고 미라를 만든 건 이집트의 현실 부정적인 행위로 증명됐다. 인간은 반드시 필멸한다. 





죽음을 대하는 우리들의 태도

자신을 희생하며 어린이를 구하는 소방수 '김자홍'
한강 다리위 난간에 써있는 '삶의 메세지들' / 저승길을 안내하는 '덕춘' 그리고 '자홍'


다시 한번 주인공 '김자홍'이 했던 선한 일을 생각해본다.


사람은 반드시 죽지만 지옥이 있는지 없는지 솔직히 단정하긴 힘들다. 다만, 인간은 인간이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정해놓고 행하며, 인간이 생각하기에도 나쁜 일은 하지 않고 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할 뿐.


각자 이 영화를 보고 생각을 하게 되는 부분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피할 수 없는 죽음이 다가왔을 때 어떤 걸 후회하고, 사죄했어야 하며, 반성할 일이 있었는지 생각해보는 대신 지금부터 그럴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해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실수는 있겠지만, 최대한 '죄'짓지 아니하고 착하게 살고 싶고, 만약 심판을 받는다면 '벌'은 받고 싶지 않아서이다. 영화 <신과 함께-죄와 벌>은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앞으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만큼 철학적인 영화였다.





영화 정보:


제목: 신과 함께-죄와 벌, Midnight in Paris

장르: SF 판타지, 드라마

배우: 차태현, 하정우, 주지훈, 김향기, 이정재 외

감독: 김용화

개봉: 2017년

평점: 8.73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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