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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을 바꿀 수 있는 땅의 기운

영화 [명당] 시사회 후기│조승우, 지성, 김성균, 문채원, 백윤식 주연

by 유럽집
브런치 '무비 패스' 시사회를 통해 관람한 작품입니다.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보단, 영화를 보면서 느낀 '인간의 감정들'에 대해서 후기를 썼습니다.


영화 <명당> 메인 포스터
영화 정보


제목: 명당 / FENGSHUI, 2017

장르: 각색된 역사극 또는 시대극

배우: 조승우, 지성, 김성균, 백윤식, 문채원, 유재명 외

감독: 박희곤

개봉: 2018년

평점: 개봉 전. (9/19 개봉 예정)




땅의 기를 읽는 천재 지관 '박재상(조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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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가에 휘둘리는 조선 왕 '헌종(이원근)' / 등장인물 포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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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가 자제 '김병기(김성균)' /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절 '흥선(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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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의 스파이 '초선(문채원)' / 이야기꾼이자 주인공의 벗 '구용식(유재명)'
세도가 장동 김 씨 '김좌근(백윤식)'


영화 요약
땅을 가진 자들의 탐욕은 끝이 없으니,
이제 운명을 바꿀 명당의 힘은 그들만의 것인가.

- 영화 첫 장면, 주연 조승우의 내레이션 중


조승우와 지성이 출연한 <명당>이라는 영화는 '풍수지리'를 기반으로 좋은 땅을 가지려는 권력들의 갈등을 그렸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역사극이라는 면에서 영화 <관상>과 흡사한 느낌을 주는데, 그 이유는 역사적 실화 또는 실존 인물을 배경으로 각색됐기 때문이다.


영화에선 '돈, 명예, 출세'의 기운이 깃들어 있는 곳을 '명당'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그 명당에 많은 사람들과 권력들이 탐내며 그들끼리 뺏고 빼앗긴다. 그 과정에선 사람도 죽이고, 심지어 왕의 자리를 탐내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면 이건 현대와도 다를 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대에도 발전이 될 지역을 골라 집값 상승을 예측하고 '부동산' 투기 및 매매로 인해 많은 돈을 벌려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영화는 의외로 '땅이 가져다주는 행복한 삶'보다 '땅이 가져다주는 불행한 죽음'에 대해서 줄곧 이야기했다. 하지만 마지막은 명당으로 얻은 '탐욕'과 '권력욕'의 대가가 어떤지 관객에게 보여준다.




영화 이야기 1│"권력욕"
세도 '김좌근'과 '어린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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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가와 왕가의 권력 다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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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가의 잔인한 권력 쟁취 과정
왕을 위협하는 세도가 '김좌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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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 앞에 무릎 꿇는 힘없는 어린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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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를 갚으려 하는 의리 있는 기생 '초선' / 명당을 찾아 나선 세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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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지리가 '박재상'과 왕가의 자손 '흥선'
실제 '흥선대원군'의 젊은 시절을 그린 인물 '흥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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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력에 욕심내는 '흥선'의 도발 / 풍수지리가 '박재상'
권력을 쟁취하고 위한 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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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도가와 왕가의 권력 다툼
결국 위태하게 기울어지는 권력을 상징한 빈 방


주연을 맡은 배우 '조승우(박재상 역)'는 시사회 인터뷰에서 땅이라는 소재의 영화지만, 땅이라는 걸 빼도 전혀 상관없는 작품이라고 말한다. 어쩌면 '명당'이라는 건 '권력욕'을 채우기 위한 소원이고 바람이었던 것 같다. 좋은 땅 자리를 갖게 되면 가문의 위상이 넓어진다고 믿었기 때문에 '명당'이라는 걸 손에 넣기 위해 권력가들의 애쓰는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극중 엄청난 권력을 갖고 올바르지 않게 휘두르는 세도가 '김좌근'은 더욱 막강한 권력을 얻고자 왕의 자리까지 탐한다. 심지어 왕들의 무덤인 '왕릉'을 파헤쳐 자신의 조상을 안치하기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의 권력 쟁취에 방해되는 많은 사람들을 살생한다.


하지만 '김좌근'이 그토록 얻고자 했던 '명당'이라는 게 정말 소유하게 되면 엄청난 권력을 얻을 수 있었을까. 어쩌면 그렇다고 믿는 바람에 죄 없는 사람들을 죽이고, 불쌍한 어린 왕을 무릎 꿇린 게 아니었나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에게 '믿는다는'은 얼마나 정신적으로 많은 영향을 끼치고, 무섭게 작용할 수 있는가 보이는 대목이다.


'명당'의 반대말은 '흉지'. '김좌근'이 왕에게 꾀임을 꾸며 흉기를 명당으로 둔갑해 제공하려 하자, 그를 가로막는 풍수지리가가 등장한다. 선량하며 올바른 생각으로, 왕을 대우하는 주인공 '박재상'이다. 하지만 '김좌근'에게 '박재상'은 당연히 걸림돌이라고 느껴지게 되고, '박재상'은 제거 대상이 된다.


어쩌면 이건, 독재 정치에 대해 시위하던 80년대에 다를 바 없는 모습이기도 하다. 기득권 세력에게 말 한마디만 잘못하면 자신의 신변에 위협을 받던 때와 같았다. 어쩌면 '명당'이라는 영화 자체가 '권력욕'에 의해 벌어지는 모습 또한 지금의 '부동산 투기 및 매매'문제와 맞닿아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든다.


정말로 땅이라는 게 인간이 소유할 수 있는 대상일까. 그리고 정말로 땅이라는 게 단순히 소유한다는 자체로 인간에게 '권력'을 안겨다 줄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이런 믿음이 애꿎은 농민들을 쫓아내서 굶어 죽게 하고, 죄 없는 사람이 살생됐다. '명당'은 사람을 살리는 터전일까, 사람을 죽이는 무덤일까. 마치 지금의 '재개발'을 위해 기존에 살던 사람들이 쫓겨나는 것과 비슷하다.


권력욕은 끝이 없다. '돈 욕심'과 명당을 얻고자 하는 '땅 욕심'까지 만들어낸다.




영화 이야기 2│"군중 심리"
발길이 뜸해진 저잣거리(시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풍수지리가, 박재상.
좋은 땅을 보고 있는 '박재상'과 '구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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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승우, 유재명의 익살스러운 스틸컷


벼슬에 오르고, 출세하고 싶으면 그 터를 잘 잡아야 한다. 바로 그 말씀이올시다.
옛날부터 이 집에서 진사가 배출된 이유는 바로 저 위 '문필봉'의 기운 때문입니다.

- 집을 더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 사람들을 모아놓고 군중심리를 일으키는 연설 중


군중심리는 사회심리의 한 현상으로 여러 사람들이 집단으로 모였을 때 개인의 가치관은 흔들리고 군중에 휩쓸리는 현상을 말한다. 만약 이게 '월드컵 응원'이나 '평화 집회'처럼 좋은 데 쓰인다면 이롭겠지만 '불법 집회'나 '집단 따돌림'같은 데 이용된다면 위험하게 작용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영화에서 '박재상'과 그의 벗으로 등장하는 '구용식'은 싼값이 좋은 집터를 구입해, 비싸게 되팔기로 돈을 번다. 요즘 시대의 '부동산 투기'와 비슷한 현상이라서 어쩌면 그것을 비판하기 위해 연출된 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어쨌든 '박재상'과 '구용식'은 더욱 비싼 값에 되팔기 위해, 이 집터엔 '벼슬'에 오른 사람이 많다거나, 주변에 봉우리가 '문필봉'이어서 교육에 좋은 땅이라며 '군중심리'를 이용한다. 그리고 곧이어 폭발적인 반응과 너도 나도 좋은 땅을 고르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한다.


그런데 만약 좋은 땅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고, 단지 사람들이 '좋은 땅'이라고 믿는 것이라면 어떨까. 예를 들어 용한 점쟁이에게 점을 보고 맹신하지만, 점쟁이가 예측했던 모든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 것처럼, 명당이라고 사람들이 이름 지어놓고 믿을 뿐이지 어쩌면 평범한 땅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다른 사람이 믿기 때문에 믿을 뿐. 많은 사람들이 믿는다고 해서 그게 진실일지 아닐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고, 본인이 직접 겪어봐야 알 수 있다. 그런 거에 휩쓸리지 않고 본인의 올바른 가치관으로 판단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을 해본다.




마무리│믿는다는 것
정조의 아버지 사도세자가 잠들어있는 화성 '융건등' (사진: 본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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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 단명하여 '단종'이라고 불린 왕의 무덤 영월 '장릉' (사진: 본인)

'명당'이라는 게 어쩌면 사람들이 믿지만 사실이 아닌 '거짓'일 수도 있겠으나, 어쩌면 '거짓'은 꼭 해로운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착한 일 하면 천국 가고 나쁜 짓 하면 지옥 간다는 게 사실이 아닐지라도 그걸 사실처럼 믿고 살아야 좀 더 나쁜 짓을 덜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한때 풍수지리에 대해서 6개월간 공부해본 적 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는 맹신하는 편이다. 잘 때 남쪽과 동쪽에 머리를 둔다든가, 책상은 북쪽을 향한다든가, 땅의 기운이 전달되는 3층 이하에 산다든가 하는 정도. 생각해보면 꽤 믿는 편이지만, 그게 사실일 거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이걸 믿어야 마음이 편해서 믿는다.


'믿는다는 것'이라는 게 본인에게 이롭게 작용하면 그게 사실이든 거짓이든 믿는 게 전혀 문제가 없겠으나, 영화에서처럼 '명당'을 중시하면서 사람을 죽이고 계략을 꾸미는 정도까진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영화에 대한 메시지 위주로 후기를 작성했지만, 사실 '조승우'라는 배우의 연기력에 다시 한번 놀랐다. 그리고 '유재명'이라는 배우의 유쾌함에 몇 번이나 소리 내어 웃고 말았다. 이 후기에서 언급하진 않았지만 배우 문채원이 연기한 '초단'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부분도 있었기 때문에 역사는 '히스토리(남자의 이야기'만이 아니라 '허스토리(여자의 이야기)'도 함께한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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