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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럽집 Sep 22. 2018

북유럽 역사드라마 [바이킹스] 리뷰

1. 바이킹, 영국을 침략하다


드라마 정보

제목: 바이킹스 (Vikings)

장르: 역사 드라마

국가: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시즌: 시즌 5, 59부작. (시즌 6 예정) 

출연: 트레비스 핌멜 외

연출, 극본: 마이클 허스트



드라마 요약

바이킹이라 불렸던 현재 북유럽의 노르웨이, 스웨덴, 덴마크의 역사 및 신화 이야기. 바이킹 전설의 왕 ‘라그나르 로스브로크’와 그의 가족과 부족, 그를 따르는 추종자들의 영국과 프랑스, 이탈리아의 시칠리아 침략을 그린 드라마. 


'영국'이나  '로마'를 기준으로 본 역사에서 벗어나 '북유럽' 바이킹의 입장에서 유럽사를 알아갈 수 있는 점이 특히 흥미롭다. 이 드라마를 보는 현대인들은 아직 국가, 법, 종교가 통일되지 않은 북유럽 바이킹들을 야만적이라고 느낄 수밖에 없겠지만 그들이 그 당시 신념 했던 신화와 전통은 뭐가 있었는지, 그리고 자연을 얼마나 경이롭고 숭배롭게 대했는지 볼 수 있다.  


여태 왜 몰랐나 싶을 정도로 재미있게 본 미드. 미드라고 하지만 캐나다와 아일랜드가 제작에 참여했으며 

잔인성과 선정성이 있음에도 실제 역사를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영국 히스토리 채널에서 방영됐다.




1. 바이킹, 영국을 침략하다.


물고기를 잡는 여인 / 주인공 '라그나 로스부르크'


먼저, 1200년 전 바이킹이 살았던 '북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금의 '북유럽'은 자원이 많고 복지가 잘 되어있는 부유한 국가지만 예전엔 그렇지 않았나 보다. 북유럽 역사드라마 <바이킹스>에서는 8세기 말 북유럽을 춥고, 농사를 지을 수 없는 척박한 땅으로 묘사한다. 녹색의 풀이 보이긴 하지만 주로 농작물보다는 가축을 키워서 잡아먹거나, 물고기를 잡아먹고 사는데 실제로 당시 바이킹들의 주식은 '대구(물고기)'였다고 한다. 


먹을 게 없는 북유럽 부족끼리 서로 뺏고 뺏기다, 자연스럽게 먹을 것과 약탈할 곳을 찾아 멀리 서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노섬브리아'동쪽 해안  침략, 8세기(출처: 구글 지도 캡처) / 바이킹들의 침략 경로


바이킹이 향했던 그 서쪽 끝엔 지금의 '영국'이 있었다.  


서쪽으로의 항해는 실제로 8세기 말 바이킹이 처음 영국을 침략했던 실화를 그리는데, 대규모 군대가 아닌 빠르게 치고 빠질 수 있는 기동력 좋은 '바이킹 배' 몇 척에 탄 인원으로 해안가의 마을을 주로 약탈했다고 전해진다. 어떤 게 실제 역사고, 어떤 게 <바이킹스>에서 연출한 픽션인지 모를 만큼 실제 역사를 훌륭하게 고증하고 있다. 


주인공과 그의 추종자들 (출처: 바이킹스 정식 스틸컷)
6세기 잉글랜드 7왕국 / 9세기 잉글랜드 4왕국
북유럽 3국 덴마크, 스웨덴, 노르웨이의 국기, 바이킹이 세운 나라 '아이슬란드'와 핀란드 국기


당시 영국은 우리나라의 백제, 가야, 신라, 고구려처럼 4 왕국 시대였다.


영국사에선 8세기 말 처음 바이킹들의 침략이 있었다고 기록되어있다. 당시 영국은 '원탁의 삼총사'시절이었던 잉글랜드 7 왕국 시절을 거쳐 웨섹스, 머시아, 이스트 앵글리아, 노섬브리아 왕국이 있었던 시대인데, 드라마에서 바이킹의 첫 침략은 지금 잉글랜드 동북부 '요크'지방의 동쪽, 수도원들이 살던 섬 '홀리 섬'이었다. 


중세면 '종교의 힘'이 막강해서 전 유럽이 '로마 가톨릭'교를 맹신했으므로 교황의 권력이 왕보다 높은 시절이었는데, 바이킹들은 자신들의 종교가 따로 있었기 때문에 죄의식 없이 가톨릭 수도사들을 무자비하게 죽이고 만다. 아이러니하게도 지금의 북유럽 국가들은 죄다 기독교의 표시인 '십자가'를 모티프로 국기를 만들었다.


영국의 입장에선 바이킹들이 다신교이며 이단을 믿는 '야만인'이라 규정했지만, 약 200년 후 바이킹들은 영국과 프랑스의 침략을 멈추고, 그들의 언어를 배우고, 섞여 살면서 '기독교'로 개종한다. 그때부터 '바이킹'은 역사에서 사라지게 되지만 바이킹이 쓰던 '고대 노르드어'는 고대 영어와 프랑스어에 영향을 줬고, 그 단어와 어휘들이 현재도 존재하고 있다. 


수도원이 있는 섬을 약탈하는 주인공 '라그나 로스부르크'
수도사들의 필사하는 장면 / 수도사들을 살해하는 장면 / 수도사 '애설스텐'


당시는 '인쇄술'이 발달되지 않아 수도사들은 성경을 손으로 필사했다. 


미드에 이런 훌륭한 고증이 있을 줄은 몰랐다. '고증'이란 예전에 있던 사물들의 시대, 가치, 내용 따위의 옛 문헌이나 물건을 기반으로 '재현'해낸 기술을 말하는데, 예전 수도사들의 생활을 얼핏 책에서 봤거나 공부해본 적 있기에 드라마에서 '수도사'들의 일상이 나오는 장면을 반갑게 보게 됐다. 중세시대는 '수도원'에 들어간 '사제'들이 성경을 일일이 손으로 필사해 복음을 전파했었다고 전해진다.


'영국'을 침략하는 '바이킹'들의 역사를 담은 <바이킹스> 시즌 1에서 수도사들을 도끼로 잔인하게 죽이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차마 눈을 질끈 감게 됐었다. 기독교를 '정의'라고 알고 있던 지금의 시선과는 반대로 '바이킹'들의 입장에선 오히려 '기독교'가 이단이었기에 무자비하게 죽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이런 장면은 마치 현재의 'IS 극단 이슬람 조직'의 테러와, 기독교를 국교로 하는 UN 국가들의 대립을 떠오르게 한다.


노예로 잡혀온 수도사
여전사 / '라그나 로스부르크' / 주인공의 친구 '플로키'


주인공 '라그나 로스부르크'는 동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수도사 애설스텐'을 노예로 데려온다. 

당시 북유럽은 로마∙그리스처럼 그들만의 자체적인 신화가 존재했었고, 그 신화에서 등장하는 '오딘'이나 '토르'를 숭배하고 있었던 시절이다. 어쩌면 <바이킹스> 드라마에서 '애설 스텐'이라는 수도사 1명을 데려온 이 작은 사건이 훗날 실제 기독교로 개종하는 계기가 되었을 수도 있다.





마무리, 시대극이 재밌는 이유.


주인공 라그나로스부르크와 그의 아내

사람 사는 이야기.


솔직히 나는 '바이킹'을 단순히 '해적'이라고만 알고 있었다. 기독교를 믿는 선량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왕국들이 바이킹들에게 침범당하면서 사람들이 죽이고, 약탈당하고, 강간당했으며 그로 인해 바이킹들은 소위 '나쁜 놈'인 줄만 알았었다. 하지만 역사드라마 <바이킹스>를 보면 그들도 그들 나름대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침략'을 택했고, 그들만의 '종교'도 존재했었고, 그들끼리 의리와 사랑, 끈끈한 정, 정의도 있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북유럽 역사드라마'에 푹 빠지게 됐다.


현재까지 '시즌 5'까지 59편을 보면서 나오는 '지명'이나 역사적 '사건'을 검색해보면 완벽하게 일치하진 않지만 역사적 사실을 기반한 내용에는 틀림없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게다 이 드라마가 없었다면 난 '바이킹'도 '중세 영국'도  '북유럽 신화'에도 관심이 없었을 것 같다. 꼭 두꺼운 책으로, 그나마 '삽화'가 있는 쉬운 '역사서'를 찾기 애쓰기보단 이렇게, 가벼운 '시대극' 한 편을 재미있게 보면서 역사의 맥락을 대략 알아가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물론 그 후엔 사실관계를 알아야겠지만, 역사는 현재 가장 유력한 기록을 기반할 뿐이지 직접 그 시대를 겪거나 본 사람은 존재하지 않으므로 어떤 게 맞다고 단정 지을 수도 없는 분야기도 하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어느 쪽이던 정의나 불의는 없다고 생각한다. 역사를 기록한 주체자의 입장에서 스스로 '정의'라고 신념 할 뿐이다. 애초부터 '영국'의 입장에 치우친 시각에서는 '바이킹'이 다신교를 믿는 이단이었고 '야만인'이었으나 <바이킹스>에서는 로마 가톨릭을 믿는 '중세 잉글랜드' 사람들이 근친을 저지르거나, 교황권이 부패하거나, 벌로 귀를 자르는 등 바이킹보다 더 야만적이고 잔인한 장면이 나오기도 한다. 오히려 '여성의 인권'은 '가톨릭 국가'보다 '바이킹'이 더 나은 대우를 하고 있었다는 걸 알 수 있다. 


선과 악을 미리 정하고 선입견을 갖지 않는다면, 미드 <바이킹스>를 보며 '바이킹'의 '사람 사는 이야기'를 재밌게 볼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링크: 미드 <바이킹스>또는 '바이킹'이야기

1. 런던여행_'정복왕 윌리엄'과 '바이킹'이야기

2. 런던여행_'웨스트민스터 사원'과 '바이킹'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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