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집중이 흐트러지면 찰나에 금방 망가져버리는 게 밉기도 했다. 미운 순간도 잠시. 숨 가다듬고 여기저기 정성 들여 살살 만져주면, 다시 곧장 말을 잘 듣는 게 기특하기도 하고. 한참 머리를 어지럽히던 무언가를 전부 가져가 줘서 고맙기도 하고.
“이게 뭐라고 얘한테 위로를 다 받는지 모르겠어요.” 네 번째 수업을 받던 날, 부들부들하고 촉촉한 덩어리를 만지다가 공방 언니에게 건넸던 말이었다. 흙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분명 혼자 쪼물거리는 건데도 얘가 나를 토닥여주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한 칸씩 쌓아 올리다 보면 생각 주머니 어딘가에 단단히 엉켜있던 실타래를 풀어서, 몽땅 흐물흐물하게 해주는 게 자꾸 공방을 찾게 되는 이유. 이 친구가 유약을 입고 1800도가 넘는 가마에서 잘 구워져 식탁으로 돌아오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대학교 시절 기숙사에서 지내는 동안 정수기에 여러 번 다녀오기 번거로워서 만든 무기 같은 500cc 컵. 혼자 밥 먹게 되더라도 날 떠올리며 외롭지 않게 잘 차려먹으라고 만든 밥그릇. 마당에서 키운 방울토마토 담으라고 만든 과일 그릇. 구워진 생선들 눕힐 생선 그릇. 청소기 다 돌리고 가만히 앉아서 티비 볼 때 차 마시라고 만든 머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