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낭비, 돈 낭비 하고 싶지 않다면 이 글을 끝까지 읽고 진지하게 고민해 보길 바랍니다.*
영화과 입시는 단순히 영화에 대한 흥미만으로 도전하기엔 너무나 치열하고 복잡하다. 본격적으로 입시에 대해 이야기하기 앞서 영화과 입시를 치러본 사람으로서 그 과정을 겪으며 깨달은 미리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을 공유하려 한다.
1. 내신을 버려도 된다는 착각은 금물!
'실기 전형이니까 내신은 상관없겠지?'
정말 위험한 착각이다. 실기전형은 비록 내신 반영비율이 20-30 퍼센트 밖에 되지 않지만 이 작은 퍼센트가 당신의 합격을 좌우할 수 있다.
끝까지 내신, 모의고사를 챙기라 당부하고 싶다. 글에 엄청난 재능이 있지 않은 이상 겨우 20여 년 산 사람의 글이 교수님의 심장을 뛰게 만들긴 어렵다. 대부분 고만고만한 실기 실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때 괜찮은 학생을 뽑기 위해 대학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간편한 방법은 내신 커트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실제로 나와 함께 입시를 준비했던 7등급대 친구는 합격자와 거의 같은 글을 쓰고도 내신 커트라인 때문에 두 곳에서 떨어졌다. 인서울 대학 영화과 재학생들도 5등급 이내로 내신을 마무리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미 고3 1학기를 넘긴 상태에서 이 글을 본 것이라면 다소 늦은 감이 있을 수 있지만, 운 좋게 그전에 이 글을 발견했다면 절대. 내신을. 놓지. 마시라.
2. 현역 vs 재수생, 불공정한 경쟁
솔직히 말하면 현역에게 영화과 입시는 매우 불리하다.
영화과 입시는 나 자신이 누구인지 매력적으로 소개할 것을 요구한다. 12년 동안 초중고를 다니며 내가 누구인지 생각할 기회가 없었을 고3에게 이는 매우 어려운 과제이다.
게다가 영화과 입시생의 절반 이상은 성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영화과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 타 전공으로 대학을 졸업한 후 다시 입시를 준비하는 사람, 자퇴한 사람, 대학 레벨을 높이기 위해 영화과 반수를 하는 사람 등. 현역 학생들은 서울예대 전대졸 전형을 제외하면 그들과 동일선상에서 평가받아야 한다. 다양한 경험을 했고 사회생활을 통해 나름의 연륜을 얻은 성인에 비해 고3이 보여줄 수 있는 건 상대적으로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3. 영화과 입시, 산 너머 산이다.
영화과 입시는 대학마다 전형이 천차만별이다. 이 말은 입시생이 준비해야 할 게 산더미라는 뜻이다. 내신, 모의고사 성적을 어느 정도 신경 써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동국대, 경희대 등을 준비한다면 3년 동안 생활기록부에 전공 관련 활동을 꽉꽉 채워야 한다. 실기 전형도 대학별로 평가 방식이 다양하다. 대부분 글쓰기 형태로 진행되는데 국민대는 시를 활용해야 하고 세종대, 단국대는 소설 발췌문이나 창작 제시문을 활용해야 한다. 중앙대, 한예종은 논설문도 대비해야 한다. 그 외엔 이미지분석, 이야기 구술, 딜레마나 아이러니 만들기, 시나리오 분석 등이 있다. 적어도 수시 6장, 정시 3장 총 9군데에 지원하게 될 텐데 각 대학별로 전형이 매우 세세하게 쪼개져있어서 시험이 임박할수록 모든 전형을 다 챙기기 힘들어진다. 이 모든 것을 철저히 준비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란다.
4. 영화와 영화'입시'는 완전히 다른 것이다.
입시생에게 왜 영화과 입시를 시작했냐 물으면 십중팔구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라고 답한다. 이런 답을 들으면 영화과 입시를 다시 고민해 보라 권한다. 영화과는 영화를 볼 사람을 뽑는 과가 아니라 영화를 만들 사람을 뽑는 과이다. 단지 영화를 많이 본다는 이유로 입시를 시작했다간 얼마못가 포기하거나 영화과에 입학한다 해도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건지 영화 '만드는' 걸 좋아하는 건지 다시 한번 생각해 봐라. 만약 정말 영화를 사랑해서 영화과 입시를 하고픈 것이라면 영화과 입시와 영화는 다른 것임을 인지하고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이해하기 쉽게 비유해 보자면 영어회화와 수능영어가 다른 것과 비슷하다. 많은 학생들이 자신이 표하고 싶은 바가 있고 그걸 자유롭게 표현하고 싶어서 영화과에 입학하고자 하는데 영화과 입시는 교수님의 입맛에 맞는 글을 써야 하고 대학의 기준에 맞춰 나라는 사람을 끼워 넣어야 한다. 내가 하고 싶은, 좋아하는 영화와 영화과 입시 사이에 엄청난 괴리가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시작해야 좌절하지 않을 수 있다.
영화과 입시는 쉽지 않은 여정이다. 그렇다고 불가능한 건 아니니 미리 겁먹진 않았으면 한다. 영화를 사랑하는 마음과 끝까지 버틸 힘만 있다면 당신에게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