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루귀, 복수초가 부르는 소리에 이끌려 식물원으로 향했다. 식물원은 지금은 동절기라고 입장료를 할인해 준다. 한산한 식물원 초입, 낯선 두 남녀가 바닥에 엎드려 꽃을 담는 모습이 마치 정다운 일행처럼 보였다.
작은 노루귀의 솜털 하나까지 렌즈에 담으려 쪼그리고 앉아 한참을 눈을 맞췄다. 일어서는 게 힘겨워 땅을 짚어야 할 정도로 몰입했던 시간, 코끝에는 시골의 추억을 부르는 진한 거름 냄새가 스치고 산등성이 너머로는 사슴 한 마리가 빠르게 지나갔다.
하지만 셔터를 누르는 손끝동작마다 마음 한구석에는 서늘한 찬바람이 일었다.
새싹이 돋을 때면 산과 들로 야생화를 찾아다니던 형의 모습이 자꾸만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각양각색의 풍경을 보내오던 형의 SNS가 멈춘 지 벌써 1년 5개월, 이제는 더 이상 꽃과 눈을 맞출 수 없는 형의 부재가 아릿한 통증으로 다가온다.
이 아름다운 봄날, 형이 이 꽃들을 직접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을 파고든다. 언젠가 꿈에서라도 만나, 같은 카메라를 손에 쥐고 나란히 서서 같은 봄의 찰나를 담아낼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해 본다.
앵글에 맺힌 그리움
봄꽃 소식에 마음 먼저 달려간 곳
노루귀 솜털에 맺힌 햇살을 담으려
흙바닥에 무릎 굽혀 눈을 맞춥니다
코끝을 스치는 비릿한 거름 냄새
산길 위로 홀연히 사라진 사슴의 뒷모습
세상은 이토록 찬란하게 깨어나는데
내 마음의 렌즈에는 서늘한 바람이 붑니다
꽃이 피면 산과 들을 제 집처럼 거닐던 사람
다정한 풍경을 건네주던 그 손길 멈춘 지
어느덧 열일곱 번의 달이 지나갔습니다
형이 담지 못한 이 계절이 아쉬워
아린 가슴으로 셔터를 누릅니다
언젠가 우리, 꿈속에서라도 만나
같은 카메라에 이 봄을 함께 담을 수 있다면
그리운 형님, 그곳의 봄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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