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렇게 그렸니? 서양미술사
8-2. 클래식의 부활, 르네상스 조각(15세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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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n 12. 2025
최초 르네상스 화가의 동네 형, 최초 르네상스 조각가
부르넬레스키와 친분을 쌓은 인물 중 가장 위대한 조각가는 동료 마사초보다 15살 많은 '도나텔로'였다. 브루넬레스키와 함께 로마에서 고대 미술을 연구한 그는, 있는 그대로의 자연을 재현하고자 하였고 부조 형식의 조각에 원근법을 적용한 최초의 르네상스 조각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그가 생존할 당시 조각가로서의 명성을 가져다준 작품인 <성 게오르기우스>는 피렌체의 '오르산미켈레 성당' 건축 당시 피렌체 정부로부터 각 상공업 길드들의 수호성인의 조상을 제작해 성당의 외부 파사드에 장식할 것을 요청받아 제작된 14개의 수호성인 중 하나이다. 당시 최고의 조각가로 칭송받던 '기베르티' 또한 이 프로젝트에 참여했는데, 그와 '도나텔로'의 조각을 비교해 보면 어떤 작품이 르네상스라는 시대정신을 잘 반영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성 요한 by 기베르티 / 1414~16년(좌), 성 게오르기우스 by 도나텔로 / 1416년(우)위대한 위의 조각품들을 감히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한때 사제지간이었던 두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달라 보인다. 고딕양식의 영향으로 형식적이고 기술적 화려함으로 신성을 강조한 '기베르티'와 갑옷의 디테일과 함께 인체의 구조가 조화를 이루고, 인물의 미간을 찡그려 전방을 노려보며 생동감을 살린 '도나텔로'. 여러분이 만약 저 당시로 돌아간다면 과연 누구의 작품에 엄지 척을 세우겠는가?
"15세기초 피렌체의 거장들은 중세의 미술가들로부터 물려받은 낡은 공식을 반복하는 것으로 더 이상 만족하지 않았다. 그들은 작업실이나 공방에서 모델이나 동료 미술가들에게 자기들이 원하는 자세로 포즈를 취해 줄 것을 요구함으로써 인체에 관한 탐구를 시작했다. 도나텔로의 작품을 그처럼 뚜렷하게 사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어 준 것도 바로 이러한 새로운 방법과 새로운 관심이었다."_P 230 / Story of Art
르네상스 최초의 조각가, 도나텔로의 최대 걸작은 <다비드>상이다. 그는 평생에 두 번에 걸쳐 이 조각상을 제작했는데 이 중 백미는 우측의 청동으로 제작된 <다비드>상으로 고대 로마시대 이후 최초로 제작된 누드 조각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비드(대리석) / 1408~9년(좌), 다비드(청동) / 1440년 경(우)역동적이고 자연스러운 콘트라포스토(contrapposto) 자세와 나체의 표현은 고전적인 이상미와 조형요소를 따랐지만, 성서의 인물인 다비드를 이런 식의 과감한 누드로 표현한 것은 당시로서는 혁신적인 사건이었으며 특히, 중세의 경직된 자세와 표현에서 벗어나 조각의 자유로운 구성과 자연스러운 인체 표현은 르네상스 미술의 지향점을 제시해 주는 듯하다.
한편, 이 시대의 길드(guild)는 예술의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는데 '길드'란, 사업장을 소유한 사람들의 모임으로, 노동조합이라기보다는 오늘날의 경제인 모임과 유사하다.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중요해 길드에 소속이 되어야 경제 활동은 물론, 정치 활동도 할 수 있었다. 당시 피렌체에는 모두 21개의 길드가 있었는데 이는 다시 말해 21개의 직종과 정치 정파가 피렌체에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이들 중 7개의 대형 길드에 돈과 권력이 집중되었는데 법률가, 모직업자, 비단상인, 의류업자, 은행업자, 의사와 약재상, 가죽·모피업자였다. 이 밖에도 대장장이, 석수, 건축업자, 목수, 요리사, 여관업자, 재단사, 무기제조업자, 제혁업자 등이 14개의 군소 길드를 형성했다. 참고로 위 <성 게오르기우스>를 도나텔로에게 의뢰한 길드는 무기제조업자들이었다.
오르산미켈레 성당 / 1404년, 중앙의 코너 왼쪽에 성 게오르기우스, 오른쪽에 성 마테의 조각상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