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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그렸니? 서양미술사

8-8. 절정의 르네상스, 16세기 초 피렌체

by 최영철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라파엘로 산치오




16세기 르네상스 절정기의 피렌체 3대 거장 중 막내인 '라파엘로'는 37세에 요절한 천재 미술가였다. 그의 고향 우르비노에서 피렌체에 막 도착한 그에게는, 그 보다 30살이 많은 다 빈치와 같은 광범위한 지식도, 미켈란젤로 같은 왕성한 정력도 없었다. 그러나, 그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부드러운 성격의 사교적인 성품으로 영향력 있는 후원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피렌체에서 서서히 그의 이름을 알려나가기 시작했다.


그는 성모자와 초상화 등의 중소형 그림을 주로 그리면서 자연스러움, 조화, 풍부하고 강렬한 색상과 풍경으로 주제를 점차 다양화해 갔다. 또한, 본격적으로 '레오나르도'의 기법을 연구, 흡수하며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여 '레오나르도'의 스푸마토(8-6장 참고)의 변형이라 할 수 있는 *우니오네(unione)라는 회화 기법을 발전시켜 나갔다.

*우니오네:선이 아닌 색채의 대조를 통해 입체감을 표현하는 회화 기법. 스푸마토보다 화려한 색채감이 특징.


오색방울새의 성모/1505~6년(좌), 아름다운 정원의 성모/1506년(우)



위의 두 작품 중 <오색방울새의 성모>가 먼저 그려진 것으로 성모자의 조화로운 구도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탐구하기 시작했고, <아름다운 정원의 성모>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으며, 자신만의 우니오네를 확립하는 과정을 볼 수 있다.


1508년, '미켈란젤로'에게 천정화를 명령했던 교황 율리오스 2세가 바티칸궁의 개인 서재를 장식하기 위해 '라파엘로'를 로마로 불렀다. 이 서재의 4개의 벽면을 장식한 프레스코화 중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가 탄생하는데 바로 <아테네 학당>이다. 이 작품은 철학을 상징하는 그림으로 지적인 개념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걸작이자 고대의 대학자들을 한 자리에 모은 상상화이기도 하다. 그림 중앙의 플라톤의 얼굴은 '레오나르도'이며, 턱을 괴고 있는 헤라클레이토스는 '미켈란젤로'의 얼굴로 알려져 있다. '라파엘로' 자신 또한 그려 넣었는데 오른쪽 아래의 관객들 사이의 검은색 모자를 쓴 남자가 바로 그다.


아테네 학당 by 라파엘로/1511년 경
플라톤/레오나르도(좌), 헤라클레이토스/미켈란젤로(중), 관객/라파엘로(우)



"인물들을 배치하는 이러한 탁월한 솜씨, 구도를 만드는 최고 극치에 달한 그의 숙련된 솜씨로 인해 후대의 미술가들이 라파엘로를 그처럼 찬양했던 것이다. 마치 미켈란젤로가 인체의 묘사에 있어 최고의 경지에 도달했다고 인정되듯이, 라파엘로는 이전 세대의 화가들이 이룩하려고 그처럼 노력했던 것, 즉 자유롭게 움직이는 인물들을 완벽하게 조화롭게 구성해 낸 것으로 인정되고 있다."_P319 / Story of Art.


그의 그림에는 당대 및 후대의 사람들이 경탄해 마지않는 또 하나의 특징이 있는데 그것은 그의 그림 속 인물들의 아름다움이다. <요정 갈라테아>를 보고 한 귀족이 그렇게 아름다운 모델을 어디서 찾아냈냐고 물었는데 그는 특정한 모델을 모사한 것이 아닌 나의 마음속에 있던 '미의 이상'을 따랐을 뿐이라고 대답했다. 즉, 자연의 충실한 묘사를 넘어서 고전 시대의 작품들을 보고 자신의 머릿속에서 형성된 아름다움의 개념에 따라 자연을 수정하여 그들의 모델을 이상화한 것이다.


요정 갈라테아(좌), 그림 중 일부(우)/1514년 경



특히, 위 작품이 위대한 것은 사랑을 나누고 있는 해신들과 요정들 그리고, 화살을 겨누고 있는 큐피드들이 자유롭게 동작을 취하면서도 이 모든 움직임들이 갈라테아의 얼굴을 가리키고 있어 우리의 시선이 모두 그에게 흡수되고 있다는 점과 많은 인물들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균형을 잃지 않으면서 화면 전체에 끊임없이 움직임을 만들어 내는 조화로운 구성의 극치를 보여 준다는 점이다.


'라파엘로'는 모차르트만큼 젊은 나이인 37세로 생을 마감하였다. 동성애자로 성병에 감염되었거나 당시 유행한 독감에 의해 죽었다는 등 여러 설들이 있지만 많은 로마인들이 그의 죽음을 눈물로 애도한 것만은 사실이다. 당시 한 추기경이 쓴 그의 묘비명이 이 사실을 단적으로 증명해 준다.


여기는 / 생전에 어머니 자연이 / 그에게 정복될까 / 두려워 떨게 만든 / 라파엘로의 무덤이다.

이제 그가 죽었으니 / 그와 함께 자연 또한 / 죽을까 두려워하노라


어머니 자연이 정복될까 두려워 떨게 한 화가, 미의 원본인 자연보다 더 ‘자연스러운’ 그림을 그린 화가.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서 이 보다 더한 극찬을 받은 예술가가 또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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