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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그렸니? 서양미술사

8-10. 절정의 르네상스. 16세기 초 북부 이탈리아

by 최영철

가장 극적이고 가장 환상적인 시골 미술가, 코레조




미술가들이 새로운 가능성과 새로운 발견을 위해서 정진한 것은 비단 베네치아와 같은 큰 도시뿐만은 아니었다. 북부 이탈리아의 소읍인 파르마에서도 당대 가장 진보적이고 가장 과감한 혁신가로 평가받는 화가가 있었으니 '코레조'라 불리는 '안토니오 알레그리'였다. 그러나, 그는 당시 르네상스 미술가 중 가장 과소평가된 인물로 알려져 있었고 바로크 시대에 이르러서야 그의 작품들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의 대표작 중의 하나인 <거룩한 밤>은 서양미술사 최초로 진정한 밤을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작품에서 '빛'은 화면 왼편의 분주함과 화면 오른편의 고요함 사이에서 균형추의 역할을 한다. 그는 색과 빛을 사용하여 형태에 균형을 조율하고 보는 이의 시선을 일정한 방향으로 인도할 수 있다는 발견을 '티치아노'보다 훨씬 적극적이고 과감하게 활용하였다.


거룩한 밤 by 코레조 / 1530년 경(좌), 성모의 승천 by 티치아노 / 1518년(우)



<거룩한 밤>의 가장 독창적인 요소는 아기 예수에서 나오는 신성한 빛이다. 이 빛으로 인한 인물들의 밝음과 어둠의 강렬한 명암 대비는 서사의 극적인 분위기를 더욱 배가시켜 준다. 이처럼 그만의 새로운 효과를 만들어낸 강렬한 명암법은 후대 여러 유파와 미술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치게 되는데,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극적인 명암법으로 유명한 카라바조와 빛의 마술사 램브란트이다. 이와 함께 부드러운 색감과 인간적인 감성적 표현, 나선형의 구도 등은 후대의 바로크 미술에서 적극적으로 계승된다. 그러나, 대도시가 아닌 지방 소도시만의 활동으로 인한 강력한 후원자의 부재는 약 100여 년을 앞서간 그의 천부적인 재능을 당시에 충분히 인정받지 못한 부분은 두고두고 아쉬움으로 남는다.


특히, '코레조' 이후 수세기 동안 수많은 화가들이 반복해서 모방한 그만의 표현 방법이 있었으니 그것은 교회의 천장과 둥근 지붕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이다. 그는 천장 아래의 본당에 있는 신도들에게 천장은 열려 있으며 그것을 통해서 하늘의 영광을 곧장 바라보고 있다는 환상을 주려고 노력했다. 빛의 효과를 자유자재로 조정하는 그의 능숙한 솜씨로 인해 햇빛을 가득 받은 구름으로 천장을 채우고 그 구름들 사이로 천사들의 무리가 다리를 아래로 늘어뜨린 채 빙빙 떠돌고 있는 그림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천국의 하늘 아래 있는 나를 발견함과 동시에 함께 승천해야 할 것 같은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성모의 승천 by 코레조 / 1530년 경
성모의 승천이 있는 파르마 대성당의 내부/외부 전경



'코레조'는 빛과 색채, 감정적 표현, 원근법에서 혁신을 이룬 선구자로서, 르네상스 미술의 3대 거장(레오나르도, 미켈란젤로, 라파엘로)과 견주어도 결코 뒤지지 않는 미술가였고 후대 바로크 미술 발전에 결정적 영향을 준 르네상스 시대의 또 다른 거장이었다.


"르네상스 시대의 이탈리아 거장들이 이룩해 놓은 위대한 업적들과 창안들은 알프스 북쪽에 사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특히, 이 새로운 지식의 충격에 대해 전통 미술가들이 어떤 반응을 보였으며, 그들 나름의 개성과 상상력의 폭에 따라 어떻게 자기를 내세웠는지, 혹은 굴복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은 대단히 흥미진진한 일이다."_P 341 / Story of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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