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1
2010년 스마트폰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 나는 기존의 아날로그 핸드폰에서 스마트폰으로 교체해야 할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급격하게 변화하는 디지털 생태계는 개인이 자기 의지와 상관없이 그 흐름을 따라가게 만들었고, 비용 차이도 크지 않아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으로의 전환이 이루어졌다.
스마트폰은 개인에게 새로운 거시적 관점을 열어주었다. 특히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앱은 판도라의 상자를 연 것처럼 스마트폰에 저장된 연락처 정보를 자동으로 연동시키며, 순간적으로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확장시켰다. 손가락 몇 번만으로 과거와 달리 실시간 대화가 손바닥 안에서 가능해졌다.
스마트폰 등장 이전에는 문자 메시지나 싸이월드, 네이트온과 같은 데스크탑 기반의 메신저를 주로 사용했다. 이때는 대화를 위해 정해진 장소나 컴퓨터 장치가 필요했고, 로그인 절차도 거쳐야 했다. 그 당시에는 매우 혁신적이었지만, 오늘날의 기술과 비교해 보면 상당히 불편하고 비효율적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획기적인 디지털 세상의 도래로 개인의 행동 양식과 패턴은 가상의 시스템 생태계에 맞춰져 자연스럽게 이끌려 갔다. 기술의 발달과 혁신 덕분에 우리는 분명히 더 편리한 삶을 누리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 사용 전과 후의 시대를 단순히 비교해 "무엇이 더 가치 있다"고 절대적으로 판단하는 것은 상대적인 문제일 수밖에 없다. 카카오톡은 세상을 바꿨다. 아니, 어쩌면 바뀐 세상이 카카오톡을 필요로 한 것일지도 모른다. 두 현상이 동시적으로 발생했기 때문에 어느 쪽이 원인인지 명확히 구분할 수는 없겠지만, 세상이 점점 신속화, 체계화, 시스템화,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처음 카톡을 설치한 후, 밀려오는 "까톡" 소리에 압도되어 나도 모르게 즉각적으로 반응하며 답장을 보내곤 했다. 카톡은 한동안 연락이 끊겼던 사람들까지 다시 이어주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이런 신속한 소통 장치가 인간관계를 더 깊고 의미 있게 만들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짧고 즉각적인 반응을 요구하는 메시지들은 단순한 안부 인사 외에는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누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반가운 마음을 온전히 담지 못한 형식적인 표현들은 오히려 관계를 지치게 만들었다.
"까톡!!“
좀처럼 연락하지 않던 친구 동은에게서 오랜만에 메시지가 왔다. 오랫동안 연락이 끊겼던 친구였기에, 마치 길거리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동은 : "잘 지내지? 오랜만이다. 여기서 다시 보니 반갑네!“
하지만 이 메시지는 시스템에 의한 필연적인 개입의 결과처럼 느껴져서 그 반가움은 형식적인 언어만큼이나 차가웠다. 어쩌면 그가 보낸 첫 메시지는 옷가게에서 신상품 옷을 잠시 걸쳐보려고 점원을 부르는 것처럼, 카톡이라는 신상을 입어보기 위해 나를 필요로 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에게서 받은 메시지는 결국 게임 아이템을 얻기 위한 게임 가입 권유뿐이었으니 말이다.
2010년 10월 어느 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퇴근길에 “카톡”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동은 : 오후 17:50 잘 지내지?ㅋㅋ
동은 : 오후 17:51 어디야? 뭐해?ㅎㅎㅎ
그 당시, 내게는 매번 「잘 지내지? 어디야 뭐해?」라고 뜬금없이, 의도를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카톡 메시지를 보내는 동은이란 친구가 있었다. “카톡”이라는 공간에서 주고받는 말풍선 대화는 간단명료하게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할 수 있어 매우 편리했지만, 그 짧고 압축된 대화 속에는 여러 장치들이 숨어 있었다.
단순해 보이는 대화였지만, 그 이면에는 상대의 관심이나 감정 상태, 혹은 관계의 변화를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신호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마치 그 짧은 메시지 안에 담긴 무언의 의미를 해석해야 하는 순간들이 종종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