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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솔길 Oct 03. 2023

 23.  아이돌급 벌레

 벌레 중에는 아이돌 같은 벌레가 있다. 벌레 보듯 피하기는커녕 오히려 그 벌레를 보며 사람들은 열광을 한다. 나는 아이돌에 대해 별관심은 없는데 이 벌레에게는 유독 열광한다. 공연 한 번 보겠다고 기다림을 증명하고 쫓아다니는 열정은 여느 팬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는다.


 이 벌레의 무대는 월드컵 경기장이 아니다. 아무리 화려하고 조명이 밝은 무대라도 이 벌레는 공연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람들과 멀찍이 떨어져 있기를 원하며 조용하고 어두운 무대가 더 마음에 든다고 한다. 그래서 어두운 곳으로 가야 만날 수 있다.


 '오늘은 꼭 나타났으면 좋겠는데......'


 9월 중순이 넘자 어둠의 속도는 점점 빨라진다. 퇴근하면 분주하게 나갈 준비를 해야 한다. 늦여름밤의 공연시간은 약 보름정도라 길지 않다. 장소는 정해준 적이 없으니 나타날만한 곳에서 먼저 기다린다. 부푼 기대만큼 실망하는 지만 귀뚜라미 연주가 때로는 큰 위로가 된다.


  작년에 가장 멋진 장면 보여준 에서 기다렸다. 공연장소가 바뀐 것일까? 단체 공연은 고사하고 외로운 솔로도 소식이 다. 잊을 수 없는 팬의 입장에서는 무슨 일인지 궁금했다. 무슨 사정이 생긴 것일? 물이 흐르는 개천은 그대로인데 양 옆으로 무성하던 풀대신에 올해는 가시박 덩굴이라는 식물이 가득하다. 외래종 식물의 침입은 무서울 정도로 주변을 장악하고 있었다. 1년 사이에 바뀐 환경이 낯설었다. 나만큼이나 벌레도 놀란 것일까?


 다른 장소 옮겨보기로 했다. 가시박의 침입이 다행히 없는 그곳은 어두운 농로였다. 풀벌레와 어우러지는 도랑물 소리가 맑고 청명하다. 가끔은 길을 가로지르는 뱀이나 지렁이가 등장하는 곳이라 손전등의 빛이 필요하다. 그래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곳보다는 가로등이 한 길을 선택한다.


 '어! 하는 동시에 빛이 나타났다. 곧이어 공중에는 여러 마리의 공연이 시작되었다.'


 나도 모르게 기쁨을 담은 감탄이 길게 나왔다. 그건 어둠을 뚫고 나와 밝게 터지는 폭죽과는 다른 감동이다. 자연 그대로의 빛은 그렇게 오래동안 이어졌다. 다행히 나와 같은 팬들이 많아져서 해마다 전북 무주에서는 축제를 열기도 한다. 심지어 자기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안심하며 살 수 있게 도와주겠다며 자청하고 나서는 주민들까지 생겼다. 벌레치고는 대단한 대접을 받는 편이다.


  벌레를 대하는 사람들의 변화는 개체수의 급격한 감소가 한몫을 했다. 희소가치성이  인기지만 마냥 좋아할 일은 아니. 그리고 밤하늘을 수놓는 멋진 비행솜씨도 큰 관심을 끈 이유가 되었다. 좋아하거나 아끼는 영화배우가 생기면 그들의 작품이나 연기경력이며 사소한 습관까지 알고 싶은 게 팬의 심리다. 나 역시 먹이가 되는 것, 애벌레, 그리고 성충이 되어 짝짓기까지의 벌레의 한살이를 알고 싶었다. 다시 만나려면 그 벌레의 습성이나 나타나는 시기를 잘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벌레의 먹이는 주로 달팽이와 다슬기다. 그래서 개천이나 풀숲에서 서식한다. 알과 애벌레 성충이 모두 빛을 내는 특별한 재주가 있다. 우리나라는 세 종류의 반딧불이가 있는데 9월에 나타나는 것이 '늦반딧불이'다. 가장 큰 사이즈에 지속성이 높은 빛을 내는 종류다. 스스로 빛을 내는 발광체를 가졌는데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노란 연둣빛이다. 꽁무니에서 나는 루시페린이라는 화학물질이 산소와 결합해서 빛을 내는 것이다. 


 그렇게 유난스럽게 빛에 대해 열광했지만 정작 반딧불이가 빛을 내는 이유는 한 가지다. 마음에 드는 짝을 찾기 위해서다. 날개가 퇴화되어 날지 않는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수컷들은 매일 밤마다 빛을 내는 중이다. 비행은 약 열흘간만 이어진 후 공연은 끝이 난다. 그건 그들의 죽음이기도 하다. 그런 것도 모르고 쫓아다니며 환호했던 팬은 다소 멋쩍어진다. 나의 스타는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졌지만 또 내년을 기다려 달라고 한다.

벌레를 어렸을 때는 개똥과는 관련이 없는데도 개똥벌레라고 불렀다.  


by 오솔길


 이 책을 세 번이나 읽었다. 흔히 보는 개미와 까치 그리고 고래와 침팬지에 이르기까지 숨겨진 이야기가 흥미롭다. 글쟁이가 되고 싶다는 저자는 과학자로서의 연구 자료와 자신의 생각 글로 녹여 쓰는 이 분야에서는 최고이.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재미있다. 그중에서 '동물들이 사는 모습을 알면 알 수록 그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것은 물론 우리 스스로도 더 사랑하게 된다.'는 부분에서 아는 만큼 사랑하게 된 반딧불이가 생각났다.


 사람들은 인위적으로 아이돌과 같은 스타를 만들지만 자연은 모든 존재를 아이돌과 같은 스타로 키운다.

  


소소한 책그림 후기 ;  반딧불이만 보면 어린 날로 돌아간 기분이다. 졸졸 따라다니면서 봐도 봐도 그냥 좋다. '내년에 만나자!'


  오늘의 책
『생명이 있는 것은 다 아름답다』, 최재천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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