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황당 나무와 관련한 글을 쓰려고 했다. 아이패드를 펼치고, 핀터레스트에서 그럴싸한 나무 이미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럴싸해 보이면서도 따라 그리기 쉬운 걸로 몇 개 골랐다. 따라 그리기는 전혀 쉽지 않았다. 모양도 모양이지만 색감은 신기하리만치 촌스러웠다. 분명히 보고 따라 하는 건데도, 내가 보고 있는 나무의 색을 찾을 수 없었다. 찾았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그려보면 영 어색했다. 핀터레스트를 닫고 유튜브를 열었다. 그리는 과정을 보고 하면 될 것 같았다. '나무 쉽게 그리는 법'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는 걸로 플레이하고 따라 해 보았다. 역시 실패했다.
일곱 번 시도 일곱 번 실패.
일곱 번 실패하고 알았다. 제대로 흉내라도 내려면 시간이 꽤 오래 걸리겠다는 걸. 그리고 나무 색감 찾기는 더 힘들겠다는 걸. 성황당 나무는 당분간 완성할 수 없다는 걸.
어차피 못 쓰게 된 거, 이것저것 눌러서 효과를 넣기 시작했다. 하도 많이 눌러서 어떤 효과를 얼마큼 넣었을 때 저런 색감이 나오게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예뻐 보이는 것은 캡처해두고, 또 하고, 또 했다. 애초에 그리고 싶었던 성황당 나무 대신 4개의 이미지를 얻었다. 무익하지만 잠깐의 즐거움을 얻었다.
이 상황을 가지고 어떤 의미를 끌어낼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한다. 내가 처음 그렸던 나무처럼 어색하고 촌스러워질 것 같아서. 잠깐의 즐거움은 그것대로 남겨두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