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기

결론: 운동

올해는 유난히 눈이 일찍 내렸다. 심지어 단풍도 지기 전에 눈이 내렸으니 붉은 단풍도 놀랐을 것 같다. 비만 내리면 다음날 우수수 떨어지던 단풍이 눈이 내려도 멀쩡한 게 신기했다. 본질은 비슷한 비와 눈임에도 형태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자세한 이유는 ai한테 물어보는 게 정확하겠지만..


“전장의 크리스마스”를 관람했다. 작년에 돌아가신 류이치 사카모토 님의 “Merry Christmas Mr. Lawrence”로 알게 된 영화다. “마지막 황제”에서 류이치 사카모토 님의 연기를 본 적이 있는데 그때는 조연이었다면 “전장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주연역으로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장교로 나온다.


누군가에게는 정의고 자신을 이끌어오던 신념일지 모르지만 그게 아닐 수도 있음을 억압된 공간에서 사람 간의 소통과정과 한 인물의 과거에 대한 참회의 과정을 통해 이야기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류이치 사카모토 님의 음악은 내가 중학생 때 많이 듣기 시작했다. 중학생은 굉장히 인간의 라이프사이클 중 혼란이 많이 올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여러 가지 사고가 복잡해지는 시기이며 미숙한 시기이기에 많은 혼란이 온다. 난 남중을 나왔다. 내가 다닌 남중은 힘의 논리가 크게 작용했었다. 바보같은 나는 이러한 시기에 가장 많은 음악 테이프와 CD를 샀다.


학원을 끝나고 친구들과 집에 같이 가는 길이 너무 좋았다. 어두컴컴한 밤이지만 친구들과 이야기하며 동내를 걸어 다니는 것이 좋았다. 특히 겨울은 콧물을 훌쩍이지만 겨울이 주는 상쾌함이 너무 좋았다.


그 외의 시간은 대부분 침대에 이불 덮고 침대옆의 카세트테이프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었다. 난 유난히 집에서 공부를 못하는데 주변의 쉴 수 있는 유혹을 이겨내질 못한다. 공부한다고 책상에서 문제집을 잠깐 보다가 30분 후엔 이불속으로 들어가 음악을 들었다. 어머니가 사주신 비틀스 베스트를 시작으로 정말 많은 음악을 들었다. 간혹 OST를 듣기도 했는데 극장을 자주가지 못했던 나는 음악을 들으며 머릿속으로 이런 영화일 거야.. 하는 상상을 하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러한 시간들이 즐거웠다.


난 내가 여전히 겨울을 좋아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겨울이 무섭다.


흔히 말하는 계절성 우울증이다. 사실 결과에 이름 붙이기 같은 느낌이 될 수도 있는데, 실제야 어쨌든 난 개인적으로 계절적인 영향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겨울이 오면 더욱 집안에서 생활을 하게 된다. 한 여름도 이런 맥락에선 비슷하다. 이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사고와 신체의 불균형으로 인해 간혹 머릿속에 불안이 폭주하기 시작한다. 특히 재택근무를 하는 일부 직장인들은 재택근무 후 비슷한 증상을 겪었다는 글을 본 적이 있다.

겨울과 여름의 차이는 추위는 통증이라는 거다. 한여름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지만 추위는 그 통증이 즉각적으로 느껴진다. 또 하나는 해가 짧아진다. 햇빛을 보고 많이 걸으면 정신적으로 긍정적이라고 들은 것 같다. 하지만 겨울은 어렵다.


난 이러한 증상을 운동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한다. MMA체육관을 3년 정도 다니면서 운동하고 나서 체육관 밖을 나서면 내 몸에서 김이 올라오는데, 추위가 오히려 시원하게 느껴진다. 그때 같이 운동하던 회원분들과 편의점에서 함께 이온음료를 마시던 시간이 행복했다.


올해부터 허리디스크 후 복싱 체육관을 다니고 있다. 아직 체육관에 친한 사람이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스파링 후에 뜨거워진 몸을 한겨울이 식혀준다. 굳이 격투 운동이 아니더라도 몸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들을 추천한다.


중학생 때 같이 걷던 그 친구들은 모두 사라졌다. 그리고 그 시절 들었던 음악 테이프, CD도 사라졌다. 중학생 시절이 행복하지도 않았다. 거칠고 야만적인 환경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현실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시기였다. 그럼에도 그 당시의 음악을 다시 찾아들으며 같이 콧물 훌쩍이던 그 시간들을 비교한다는 건 그럴 여유가 없는 지금 이 현실에서도 도망치고 싶은 건 아닐까.


이제 겨우 12월이 지나간다. 오늘은 크리스마스.

잘 버텨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