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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포 아이스크림 결제 안 했다가 '딱 걸린' 아이

by 라바래빗

어제 가게를 청소하던 중 유치원생으로 보이는 여자아이 한 명이 가게로 들어왔다. 한 손에는 폴라포 아이스크림을, 다른 한 손에는 결제 카드를 들고 있더라.

나를 보더니 갑자기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는데, 이 아이는 왜 폴라포 아이스크림처럼 얼음이 되어버린 걸까.


다이소에 잠시 들러 새로운 가게 청소용품을 겟 한 후 무인매장으로 왔다. 그렇게 가게를 청소하고 있는데, 유치원생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가게로 들어오더라.


한 손에는 폴라포, 다른 한 손에는 카드를 들고 있던 이 아이. 뜻하지 않게 무인매장 주인을 마주쳐서인지 멈칫하는 듯 보였다. 아니, 나를 보더니 약간 무서워하는 것 같았다.


잠시 뒤 청소하던 나에게 갑자기 말을 걸었다.


"저.. 저기 제.. 제가 실.. 실수로 결제된 줄 알고 폴라포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나왔는데요.. 결제가 안된 것 같아서 다시 결제하러 왔어요 죄송해요.."


폴라포 아이스크림 하나를 카드로 결제하려 했는데, 결제가 제대로 안된 상태로 급하게 들고나갔었나 보다. 결제가 안 된 사실을 알고서는 다시금 가게에 찾아왔는데, 마침 내가 딱 도착해 있던 것.


아무래도 무인매장에 돌아왔을 때 가게 주인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듯하다. 그러다 보니 외상으로 아이스크림을 가지고 나가서 혼날까 봐 나를 무서워하는 듯했다.


무인매장을 청소할 때 고객분들을 마주하게 된다. 그때마다 존댓말을 사용하는데, 어른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동일하게 존댓말을 쓴다. 험상궂게 생긴 얼굴을 아니지만, 아이들 눈에는 그저 무인가게 주인아저씨이다. 가게 사장님이라는 타이틀 때문에 어려워하는 게 느껴질 때가 있다. 특히 처음 대화를 거는 어린아이들은 더욱이.


그렇다 보니 아이들이 말을 걸 때면 항상 눈높이를 낮추고 존댓말을 쓴다. 덜 무서워하게.


어제 내게 말을 건 아이도 목소리에서 떨려 하는 게 느껴졌다. 아무래도 상황 상 무인 매장에서 결제를 안 하고 아이스크림을 가져갔다 보니, 혼날까 봐 무서운 마음이 있었나 보다.


말을 거는 아이에게 눈높이를 낮추고 존댓말로 이렇게 얘기했다.

"네~! 다시 결제하면 되니 괜찮아요 ^~^"


사소한 미결제는 눈 감는다. 무인매장이다 보니 도난 사고도 가끔 일어난다.지하는 경우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데, CCTV를 24시간 들여다볼 수는 없다 보니 대부분 넘어가고 있다. 물론 이전에 출몰한 대도둑 빌런(?)과 같은 경우는 경찰에 신고해야하지만, 그 외에 고의성 없는 미결제는 눈 감고 있다.


이 방식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어린 나이의 설레는 마음에 급하게 움직이다 보면 실수로 결제를 안 하고 가져가는 경우가 꽤 있다.


운영하는 무인매장에서 아이들이 두려움을 겪어서는 안 된다. 어린 나이에 마음의 상처를 입으면 돌이키기 어렵기에, 손실분은 매몰비라 생각하며 운영하고 있다.


나 또한 어린 시절 문방구에 대한 추억이 있다. 당시 문방구 아저씨와의 추억 덕분에 철이 빨리 들 수 있었다. 아이들이 무인매장에서 추억을 쌓았으면 좋겠다. 무인매장에 찾아와주는 아이들 덕분에 구원받을 수 있었기에, 그저 꿈과 동심만 심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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