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매장 700원 때문에 학부모 면담한 하루

by 라바래빗

매장에 장문의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필력이 상당하여 5번 정도 읽어 보았는데도 정확한 해석이 불가. 내용을 보니 "700원"을 어떻게 해달라는 것 같은데.. SNS 이웃분들에게 해석을 부탁드렸다.


출근하자마자 700원 때문에 학부모 면담한 하루. 무인매장 운영하다 보면 이런 고객님의 CS에 익숙해져야 한다.


퇴근 후 무인매장 키오스크에 100원짜리 동전을 보급하기 위해 가게에 잠깐 들렀다. 그런데.. 영수증 나오는 배출구에 "장문의 포스트잇"이 하나 붙어있더라.


무슨 내용인가 싶어 유심히 읽어보았는데, 맑은어린이고딕글씨체라 해석하기가 쉽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리고.."


노안이 왔나.. 포스트잇을 읽어보는 데 무슨 내용인지 해석이 안된다. 바로 SNS 이웃분들에게 SOS를 요청했다. 무인매장 포스트잇 보다가 가끔씩 해석이 어려운 건들은 SNS 통번역 이웃분들에게 의뢰를 맡기곤 한다.


금번에도 전문 통역사에 가까운 신기를 보이며 포스트잇 내용을 정확히 판독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여러 이웃들의 해석 결과를 종합해 보니 판독된 포스트잇 내용은 아래와 같았다.


"저희가 돈을 냈는데, 거스름돈이 없어서 교환권을 출력했더니 영수증 종이가 없어서 돈 700원이 낭비됬어요. 연락처 010-XXXX-XXXX"


"잔돈이 없어서 700원 못 받아 갔구나..!"


마침 100원짜리 잔돈이 거의 떨어져 있었는데, 물품을 사고 700원 잔돈을 못 받아 간 듯했다. 설상가상으로 잔돈이 없을 시 배출되어야 하는 잔돈 교환권이 영수증 배출기에서 나오지 않아, 장문의 포스트잇을 쓴 것이었다.


그런데.. 장문으로 쓰다 보니 공간이 부족했는지 포스트잇 말미에 적은 전화번호가 읽히지 않는다. 개인정보라 SNS 이웃들에게 판독을 요청하기도 애매해서.. 이제는 찍신의 영역이다.


왠지 이 전화번호 일 것 같은 번호로 문자를 남겨보았다.


라바 : 안녕하세요. 혹시 무인매장에 포스트잇 남겨주신 분인가요?


너무 늦은 밤이라 그런지 답장이 없었다. 하루 정도 기다려보기로 하고 회사에 출근했다. 오늘 아침까지도 읽음 표시가 없길래 뭔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번호 찍신이 틀려서 엄한 사람한테 문자가 발송된 걸까.. 의구심이 들던 와중에 한 번 전화를 걸어보기로 했다.


따르릉.. 따르릉.. 덜컥


라바 : 여보세요? 혹시 무인매장 포스트잇?..


어른으로 추정되는 여성이 전화를 받았다. 분명 포스트잇 글씨는 아이 글씨체였는데.. 순간 전화를 잘못 걸었나 싶었다.


상대방 : 아~! 어제 무인매장에서 아이들이 잔돈을 못 거슬러 받은 것 같더라고요. 거기 포스트잇에 제 번호를 적었었나 보아요~!


다행이었다. 알고 보니 애들이 포스트잇에 장문의 메시지를 남긴 후 엄마 전화번호를 기재해둔 것. 우여곡절 끝에 연락이 닿아 못 받은 700원의 잔돈을 돌려드릴 수 있었다.


장문의 포스트잇을 판독하여 우여곡절 끝에 700원을 입금해 드렸다. 본의 아니게 아침부터 학부모 면담을 하게 된 하루. 무인매장을 운영하다 보면 잔돈 관련 이슈가 종종 발생한다.


예전에는 이런 이슈 상황에 당황했었는데, 몇 번 처리해 보니 익숙해지더라. 크게 어려운 고객님 CS는 아니라서 금방 금방 처리하는 편이다. 다만 포스트잇 판독이 어려울 뿐..


아이들의 삐뚤빼뚤 글씨도 척하면 척 읽을 줄 아는 혜안이 필요하다. 무인매장이란, 특히 아이들이 자주 오는 가게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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