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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이큐 Dec 08. 2023

[27] 필리핀에서 온 메시지

 필리핀 인친이 있다. 친구라고 하기엔 나이가 많으시다.  

의사였는데 코로나 때부터 의사를 하지 않고, 미술 쪽에 관심이 있어서 작품활동 겸 어느 회사의 갤러리분야를 담당하고 계시고,, 지금 갤러리 오픈을 준비하는 중이라고 하신다. 

 

나에게 연락을 한 이유는 나의 작품을 필리핀에 오픈할 갤러리에 전시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 

 

신났냐고요? 당연히 신났죠.. 하지만, 신난 것은 잠시.. 의심부터 시작했다. 

 

대부분 외국에서 온 메시지는 거의 사기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현재 운영하는 갤러리도 아니고 곧 오픈할 갤러리... 더욱이 의사출신의 갤러리 담당이라.. 믿기 어려웠다. 

 

이건 또 어떤 방식의 사기일까 의심하면서 조금씩 알아가 보기로 한다. 

 

갤러리 오픈할 곳의 주소를 물어봐서 검색을 해보니 필리핀 마닐라에 있는 호텔이다.  

 

호텔과.. 갤러리라.. 음..  

 

관심 가져줘서 감사하다고 하고 일단 잊고 지냈다. 

 

그러던 중 메시지가 왔다. 공사 현장의 사진이었다. 

지금 준비 중인 갤러리 현장에 나와있다고 하신다. 

 

실례인 줄 알면서도 함께 있는 사진을 부탁드리니, 바로 본인과 함께 현장을 찍어서 보내주신다. 

 

진짜인가... 

 

조금씩 의심이 사라지기 시작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이 맘에 들고, 현재 여건으로는 그 작품만 전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제안을 하신다. 

 

그리고 본인생각이고 나머지 함께하는 사람들에게도 의견을 물어봐야 한다고 한다. 자체 회의를 해서 결과를 알려주겠다고 한다. 

 

얼마뒤 회의를 하고, 캔을 찌그린 작품을 전시하고 싶다고 한다. 

 

... 캔으로 만든 것이 좋긴 한가...?  

 

순간 많은 고민을 했다. 

 

아직 의심이 완전히 사라진 것도 아니고, 만약 전시를 한다면 작품을 어떻게 보낼 것이며, 파손 시에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등등 머릿속이 복잡했다. 

 

고민하다가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거절했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연락을 달라고 했다. 

 

친절하신 노신사 인친님께서는 알겠다고 하고, 이해해 주셨다. 

 

그렇다고 인연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내가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 올리면, 꾸준히 연락을 해오셨다. 그리고 작품에 대한 칭찬과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한 달쯤 후 인가.. 

 

갤러리 오픈 소식을 전해오셨다.  

다행히 그때 공사하는 현장이었고, 전시는 꽤 성황리에 개최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 장면을 보니 그동안 의심을 했던 나를 반성하면서도  그동안 나에게 접근한 사기꾼들의 메시지가 생각나면서 씁쓸했다. 

 

그분은 메시지에 늘 신께 감사한다고 하셨다.  

그런 분을 의심했다니..  

인친 님 죄송합니다. 

 

그분은 지금도 꾸준히 신작을 올리면 연락을 주시고, 그 갤러리에서 하는 새로운 전시소식을 꼭 전해주신다. 

 

인연이라면 아마 언젠가 필리핀 마닐라 호텔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는 날도 있을 것이고, 그 노신사 님과 함께 반갑게 악수를 하며 이번일을 얘기하며 밥을 먹는 날도 오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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