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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Oct 11. 2024

난자채취를 위한 과배란시작

자가주사 따위 이제 무섭지 않다.


지난번 병원에 가서 바로 과배란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해서 바로 주사약을 받아왔다.

2일 차에 무조건 방문하려고 했던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기다리는 건 지치고 힘들었지만 진료도 보고 처방도 받았기 때문에 괜찮았다.

인공수정을 종결할 때 수치를 정확하게 몰라서 같이 검사했었는데 저녁쯤 결과가 떴다.

0.2였나 0.02였나.. 그냥 스쳐 지나가긴 했으려나... 인공수정으로 됐으면 좋았겠지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지금 시술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조금 있는 편이기 때문에 약을 처음부터 많이 쓰면 난포가 한 번에 많이 자라면서 과배란증후군이 올 수도 있다고, 저용량부터 처방을 받았다.

'퓨레곤'이라는 주사약을 받았고, 주사약을 200IU씩 4일 주사한 후에 초음파로 다시 확인하기로 했다.

카트리지에 들어있는 약액은 900IU여서, 200IU씩 4일을 맞고 남은 100IU 카트리지는 꼭 다시 병원으로 가져오라고 하셨다.


펜형태로 된 주사는 처음이었는데 주삿바늘도 얇고 아프지도 않았다. 이전에 맞았던 주사들 바늘이 훨씬 두꺼운 정도였다. 시험관 시술 중 제일 아프지 않은 주사에 속한다고 했는데 주사하고 보니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이전 시술 때 주사용량을 잘못 넣은 적이 있어서 강박증이 생긴 나는 주사를 놓기 전에 꼭 200IU에 맞춰져 있는지 눈으로 확인하고 카메라로 사진도 찍었다.

마음은 편했지만 덕분에 내 카메라 앨범은 주사 사진으로 가득 차게 되었다.


이전에 맞은 약들은 굉장히 부작용이 심한 편이었는데 이번에 주사한 약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부작용이 세지도 않았고 별 이상 없이 지나가는 것 같아서 조금 마음이 놓였다.




자가주사를 4일 주사한 후에 병원에 다시 방문을 했다. 한번 방문해보긴 했다고 약간 능숙하게 접수를 하고 초음파를 보러 갔다. 초음파실 선생님은 따로 이런저런 이야기는 하지 않으시고 내 난포들 사이즈를 쭉 체크한 뒤에 진료실로 가서 상담을 받으라고 하셨다.

매번 초음파실에서는 궁금한 게 많았는데 초음파실에서 나오고 항상 다 까먹었다. 메모를 꼭 해야지 생각해도 옷 갈아입고 나오면 궁금했던 것들이 눈 녹듯이 사라졌다.


진료실에 도착확인을 누르고 조금 기다리니 진료실로 들어오라고 알림이 왔다.

이날 진료는 초진 때 검사한 검사항목과 이전 병원에서 검사한 수치에 관한 내용이었다.

호르몬 균형은 다 좋고 잘 맞는데 남성호르몬이 조금 높아서 홍삼이나 약 먹고 있는 게 있냐고 여쭤보셔서 없다고 말했다. 수치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약간 갸우뚱했지만 크게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았다.

빈혈도 없고 혈소판 수치도 정상, 흉부 X선,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있는 항목은 없다고 하셔서 다시 한번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초음파 사진을 보며 이야기해 주셨는데 자궁 내막은 5mm, 난포는 오른쪽 왼쪽 각각 6개씩 총 12개가 있었다. 인공수정할 때는 많아야 세 개였는데 확실히 과배란 할 때 맞는 호르몬제는 다르다고 생각이 들었다.

난포들의 평균 직경은 10~11mm이기 때문에 18mm까지 키워서 채취하자고 하셨다. 

기존 주사에서 ivfm주사와 조기배란억제제를 추가로 처방해 주시면서 다음 진료 때 난포 상태를 보고 괜찮으면 바로 채취하자고 하셔서 조금 놀랐다. 뭔가 빨리빨리 진행되는 것 같아서 좋으면서도 불안하기도 하고, 신기도 했다.


첫 채취이기 때문에 5일 배양을 한 후 동결시켰다가 난소가 가라앉으면 이식할 계획이라고 말씀해 주셨고, 일단 배아가 잘 발달하는지 먼저 중요하게 보고, 좋은 배아가 충분하다면 이식계획을 세우고, 좋은 배아가 없다면 한번 더 채취해야 할 수도 있다고 하셨다.


진료를 보고 나와서 원래 주사를 맞는 시간이 지나서, 주사실에서 맞고 가겠다고 말씀드렸다.

주사실에서 새로 추가된 ivfm주사는 조금 아프다고 하셔서 바늘이 두껍냐 여쭤보니 그건 아니지만 약 자체가 농축되어 있는 느낌이라 약 들어갈 때가 아플 것이라고 말씀해 주셨다.

그래봤자 얼마나 아프겠냐며 생각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너무 아파서 당황할 정도였다. 




다음날 아침에 주사를 놓으려고 약을 꺼냈는데 전날 맞았을 때 너무 아팠던 게 생각나서 조금 두려웠다.

이후에 맞는 주사들은 더 아프다고 이건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조금 겁이나긴했지만,, 약을 제조하면서 허둥댔기 때문에 겁날 새도 없이 주사를 마쳤다.

얼음찜질을 하고 나서 주사하니 훨씬 덜 아픈 느낌이라 괜찮았다.

사실 엄청난 멘붕이 있었다.

2일 차까지 주사를 하고 3일 차부터는 조기배란억제제 주사까지 총 3대를 주사해야 했다.

채취 전 배란이 되어버리면 의미가 없기 때문에 채취 전까지 계속 억제주사를 맞아야 했다.

주사 바늘이 조금 두꺼운 느낌이라 찌를 때 기존 주사들보다는 조금 아픈 느낌이 들었고, 주사부위에 빨갛게 발적이 올라오면서 두통이 엄청 심했다.


마지막날 주사를 맞아야 하는데 배에 여러 군데 멍이 들어있어서 찌를 곳이 별로 없었는데 유난히 찌르는 곳마다 다 아프고 피가 계속 나서 주사 놓기가 너무 힘들었다.

원래 극한상황이 아니면 잘 울지 않는 성격인데 호르몬 때문인지 주사를 다 놓고 테이블을 보니 엉망진창 널브러져 있는 알코올스왑이랑 주사기, 주삿바늘들을 보면서 기분이 뭔가 이상했다.

배란억제제를 주사하고 배가 너무 따가워서 배를 보니까 배는 임신 중기 임산부처럼 부풀어있고, 왼쪽 오른쪽배는 다 멍들어있고 주삿바늘자국 도나 있고.. 팔에도 채혈 잘못해서 엄청 큰 피멍이 들어있는 걸 보고,, 나는 할 수 있다고 아기를 만나려면 바늘공포증 따위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고 또 다짐했는데, 벌써 무너지는가 싶어서 점점 짜증이 나며 눈물이 났다.

기분전환으로 잠깐 밖에 가서 바람을 쐬고 오니 언제 그랬냐는 듯 기분이 나아지긴 했지만, 유난히 많이 속상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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