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수정 회차가 끝나고 시험관 할 병원을 정했다.
시험관 시술은 '배양기술'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이 많이 이야기를 했다. 난자와 정자 질 물론 중요하지만 '실력 있는 기술자'가 배양을 해야 확률이 더 높다는 것.
선택지는 3가지가 있었는데 분당, 동탄, 수지 셋 중 하나로 가려고 마음먹었다.
원래는 동탄에서 시험관 시술을 하고 임신하면 바로 연계병원으로 넘어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메이저 병원의 기술과 실력은 무시 못하기도 하고, 주변에서도 큰 병원이 좋겠다고 조언해 줘서 분당으로 결정했다.
인공수정을 종결하고 얼마 있다가 생리가 터질 예정이었기 때문에 마음이 조금 급했다. 원하는 선생님을 예약하고 준비를 하려고 아침에 일어나서 서류랑 알아보는데 비치는 생리.. 항상 늦어져서 스트레스였는데 이번에는 심지어 빨리 생리가 터져서 문제였다. 사실 평소 같았으면 문제가 될 일이 없었겠지만, 이날은 공휴일이었다. 병원에서는 카톡상담도, 전화예약도 할 수 없었다. 온라인예약은 심지어 초진이기 때문에 불가능한 상황.
난임기간을 지내오면서 제일 중요하고 아깝다고 생각했던 건 '시간'이었다.
임신을 한 번에 성공하면 좋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생리를 기다리는 시간, 생리를 하며 보내는 시간, 다음 주기를 기다리는 시간 등 시간이 너무 중요하고 아까웠다. 심지어 한 사이클 한 사이클이 너무 소중했다.
네이버 시험관 카페에 미리 가입을 해두었었는데, 시험관 선배님들께 당일 접수로도 진료를 볼 수 있는지 여쭈어보니 대기는 길어도 진료는 볼 수 있다고 '오픈런'을 하라고 조언해 주셨다.
미리 서류를 다 떼놓은 것을 백번 칭찬하며 다음날 아이패드, 키보드, 헤드셋 같은 시간을 보내기 위한 수단들을 챙겨서 아침에 출근하는 오빠를 따라나섰다.
병원 앞에 도착했을 때 뭔가 떨리기도 했고, 병원 자체가 너무 커서 병원에 들어갈 때 온 세상 사람들에게 내가 난임환자라는 걸 소개하는 느낌이 들었다.
병원에 도착했을 때 생각보다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접수데스크에서 접수를 할 때 예약 없이 방문했기도 했고 심지어 초진이라 진료를 못 볼 수도 있다고 해서 조금 절망적이었다.
일단 간호데스크에서 당일에 진료를 볼 수 있는 선생님이 있는지부터 상담받고 오라고 하셨다.
'몇 시간이고 기다려도 좋으니 제발 진료를 볼 수 있게 해 주세요'를 속으로 몇 번이고 생각했는지 모른다.
간호접수에서 내 대기번호가 울리고 나의 상황을 말씀드렸다.
당일 접수 가능한 교수님이랑 진료 시간을 알아봐 주신다고 하셔서 알겠다고 하고 초조한마음으로 기다렸다.
전화를 여기저기 여러 번 하시더니 진료 가능한 교수님을 알려주셨는데, 내가 고민하던 교수님 중에 한 분이 계셔서 천만다행이었다.
오전에는 자리가 없어서 오후 2시는 넘어야 진료를 볼 수 있다고 하셔서 기다리는 건 상관없다고, 두시쯤에 다시 와서 접수하겠다고 말하고 주변에서 시간을 보냈다.
아침 일찍 움직여서 피곤하기도 했고, 조금 졸린 느낌이라 근처 카페에 가서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가기 전에 나팔관조영술 CD를 미리 등록하고 길을 나섰다.
아점을 먹고 기다리다 지쳐서 1시쯤 미리 병원에 가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초진이라 이것저것 할 것이 많을 것 같았다.
간호데스크에서 오후에 교수님이 시술이 잡히면서 진료가 세시 이후로 밀렸다고 말해주셨다. 그리고 진료를 위해 이전에 검사했던 서류들을 복사하고, 내 ID카드를 만들고, 오빠의 ID카드도 만들었다. 키, 몸무게, 혈압을 재고 기다리면 진료 전 상담을 먼저 해주셨다.
상담실에서 갑자기 간호사분이 당황하시며 갑자기 진료가 될지 안 될지 모르겠다고 하셔서 심장이 엄청 빨리 뛰고 긴장되기 시작했다. 진료실이랑 통화를 해보겠다고 하셨는데, 전화통화가 되지 않아 직접 진료실에 다녀오셨는데, 다행히 진료는 볼 수 있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다고 하셨다. 천만다행이었다.
전원서류를 기반하여 전반적인 상담을 받고, 병원 안내, 시설안내를 받고 나서 이전 검사에 내 흉부엑스레이, 심전도검사가 추가될 수 있다고 하셨다. 난임진단서는 교수님이 확인하시고 발급해 주실 건데 꼭 오늘날짜로 신청해야 난임시술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하셨다.
몇 시간이나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되고 제일 처음 병원에 온 나는 제일 마지막으로 진료를 들어갈 수 있게 되었다. 물론 기다리는데 너무 힘이 들었지만 그래도 나중에 만날 우리 아이를 위해 꾹 참았다.
진료는 전반적인 전원 서류에 대한 검사결과와 앞으로 어떻게 진행을 할 것인지에 대한 상담이었다.
인공수정을 종결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정확한 수치를 물어보셨으나 5 이하라고만 들었다고 하니, 추가 검사에 정확한 임신수치까지 같이 포함해서 진행하자고 하셨다.
수치를 보시더니 인공수정도 괜찮을 것 같은데 혹시 어떻게 생각하냐 물어보시길래, 확률이 크게 높지 않으면 굳이 시도하지 않고 바로 시험관시술로 넘어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니 교수님도 굉장히 애매한 수치라 시험관 시술로 바로 진행하자고 하셨다.
배란유도제를 6개월, 자가주사를 약 5개월 정도 진행했기 때문에 혹시나 자궁/난소 상태가 조금이라도 좋지 않으면 조금 쉬었다가 진행하려 했는데 교수님께서 자궁/난소 상태 너무 좋다며 바로 과배란을 시작할 수 있었다. 나긋나긋 잘 알려주시기도 했고 뭔가 엄마 같은 포근함을 느꼈다.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 추가로 받아야 할 검사를 받고 병원에서 나오니 오후 5시였다. 까먹기 전에 지하철에서 정부 24에서 난임시술비지원을 신청했다. 오전 8시에 병원에 도착해서 오후 5시에 나오다니.. 집에 도착하니 7시여서 녹초가 되어 기절했다.
기다림은 길었지만 순조롭게 시작된 느낌이라 왠지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