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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리 Oct 18. 2024

과배란 주사 추가처방, 그리고 난자채취


주사를 한번에 세대씩 맞으려니 익숙해지는 건 3배 빠른 느낌이었지만, 배에 주사 자국이 나는것도 3배 빠른 느낌이었다. 추가로 처방을 받고 주사를 하다보니 배가 점점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들어서 바지를 입기가 불편했다. 원래 치마를 잘 입고다니지 않았지만 배가 너무 불편해서 강제로 원피스를 입고 다닐 수 밖에 없었다.


초음파를 보는데 내가 보기에도 애매한크기의 난포였다. 진료실에 도착하니 아니나다를까 난포는 잘 크지 않은상태라고하셨다. 하지만 자궁내막은 9mm로 잘 발달하고있다고하셨다.

오늘 본 난포는 왼쪽에 3개, 오른쪽 10개였다. 지난번 양쪽에 각 6개씩 12개였는데 이때와 비교하면 왼쪽의 난포는 거의 자라지 못한 상태였다. 이대로 채취하면 미성숙난포들이 많아서 채취일정을 좀 미루자고하셨다.

네이버 카페,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낭성난소증후군이지만 주사를 맞아도 이상하게 난포가 크지 않는다는 글을 몇번 봤기때문에 조금 불안했다. 교수님께서 주사 용량을 조금 늘려주셨고, 2일 추가 주사를 한 후 그 다음주에 만나기로하고 주사를 맞으러갔다.


주사를 맞다보니 퓨레곤 약이 100iu씩 남아있는 상태였다. 남은 주사 용량을 보고 처방이 나오는거라 100iu씩 남은 카트리지를 한번씩 맞아야하는 시기가 왔다. 총 주사를 4번 놓아야하는것.. 집에서 도저히 혼자 놓을 자신이 없어서 주사실에서 맞고가겠다고했다.

주사실에서 전날에 오른쪽에 주사를 했기 때문에 왼쪽에 주사를 해달라고 부탁드렸으나,, 4대나 맞아야하기때문에 위치 상관없이 괜찮은 곳에 놓아야할 것 같다고 하셨다.

세번째 주사까지 끄응 소리를 내며 맞았는데, 간호사님이 한번만 더 맞으면 된다고 힘내시라고 응원도 해주셨다. 다시 생각해도 맞고오길 잘한 것 같았다.


요몇일 몸이 좋지 않아서 걷기 운동을 하지 못했는데 그것때문인가 싶어서, 버스 정류장 3정거장 전에 내려서 4km정도 걸어왔다. 다른분들은 하루에 10,000보씩 걷지만 그렇게까지 걷기에는 너무 부담될 것 같았다.

나중에 어플을 보니 4,500걸음을 걸었다고 나왔다.


집에와서 주사 정리를 하고, 2일간 주사를했다. 그전에 멘탈이 깨진적이있어서 이번에는 주사하기 전에 얼음찜질을 엄청 오래 한 다음 주사를 했더니 감각이 많이 무뎌진 것 같아서 괜찮았다.



자가주사를 마치고 4차로 병원에 방문했다. 2일간 주사하면서 하루에 7천보씩 걸어다니고, 비가와서 나가지 못하면 집안에서 제자리걷기로도 걸었다. 확실히 걷기운동을하니 배와 골반이 더 뻐근해지고 허리까지 아픈느낌이어서 이제는 난포가 잘 자라지않았을까 기대가됐다.


초음파를 마치고 교수님을 만났다. 배가 좀 불편했을 것 같은데 괜찮냐고 여쭤보셔서 배랑 골반,허리가 조금 뻐근하고 아프다고 말씀드렸다. 자궁내막은 지난번 9mm에서 11mm로 잘 두꺼워졌고, 양쪽에 각 10개로 총 20개 난포가 컸다고하셨다. 힘들고 숨차도 걷기 운동이 진짜 많이 도움이 된 것 같았다.

주사를 이틀 추가로 맞고, 2일 후에 채취하자고하셨다. 난포가 많이 커서 주사 용량도 줄어들었고, 채취 전날엔 주사가 없었다. 잘 지내고 채취날 만나자고 교수님이 말씀해주셨다.


채취 전 호르몬을 보기 위해 피검사를 하고, 난자 채취에 대한 전반적인 안내를 듣고, 제일 중요한 채취 전 주사에대해 설명을 들었다. 난포를 터트리는 주사와 난포를 추가로 성숙해주는 주사, 오비드렐과 로렐린이 추가로 처방되었는데 이 주사가 제일 중요하고 정확한 시간에 꼭 맞아야한다고 말씀해주셨다.

까먹기 전에 바로 일정에 등록을 하고, 당일에 알람을 맞췄다.


걷기 운동은 해도되냐고 여쭤보니 난포가 터질수도있기때문에 운동은 하지 말라고하셨다.

근데 진짜 배가 너무 나오고 숨이 너무차서 더이상 할 수도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제일 중요한 주사를 2대 맞고, 채취날을 기다렸다. 채취 전날엔 주사가 없는 날이었기때문에 오랜만에 주사없는 여유로운 하루를 보냈다.



채취 전날 배란냉같은 투명한 분비물들이 엄청 나와서 혹시 조기배란된 건 아닐지 걱정이 됐는데, 그러기에는 배와 허리가 너무 불편하고 뻐근해서 아닐거라고 위안하며 잠들었다. 괜찮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신경을 많이 썼는지 잠도 많이 설쳤다. 


병원에 도착하고 수술실 안에 들어가서 환복을 하고 나왔다. 살면서 수술해본기억은 한번도 없는데 조금 떨리고 무섭기도했다. 나와 오빠의 인적사항이 적힌 RI카드를 목에 걸고 수술 동의서같은 서류를 작성했다. 그리고 회복실로 이동하니 정맥라인을 잡아주셨고, 항생제주사를 엉덩이에 놓아주셨다. 수액을 먼저 맞고 간호사선생님이랑 수술실로 이동했다.


다른 병원에서 인공수정했을때는 시술실같은 느낌이어서 여기도 그러려나?했는데 문이 열리니 영화,드라마에서 봤던 수술방이라서 당황해서 손이 달달 떨렸다. 교수님이 기다리고계셨고, 죄다 낯선곳이라 긴장해있었는데 교수님을 뵙고 조금이나마 괜찮아졌다. 인적사항을 나와 교수님, 간호사님 셋이 번갈아가며 확인을 하고 수술대에 누웠다. 수술대에 눕자마자 심전도 체크하는 것을 붙여주시고, 혈압체크를 해주시고 수술중에 움직이거나 낙상사고가 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에 팔,다리를 수술베드에 묶었다.


마취 하기 전 교수님께서 배 많이 불편하냐고 한번 더 확인해주시고, 난포 갯수가 많이깨문에 복수가 찰 수도 있는데 미리 약을 처방해주겠다고하셨다. 잘 채취할테니 걱정말라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산소마스크를 쓰고 마취를 했다.



그렇게 기억을 잃고 배가 아파서 깼는데 회복실이었다. 눈을 살짝 뜨니 배가 너무아프고 질에 이물감이 너무 심해서 다시 잠에들수가 없었다. 어떻게든 다시 잠들어보려고했으나 도저히 불가능해서 간호사님께 배가 너무아프다고하니 채취 갯수가 조금 많아서 많이 아프실거라고하셨다. 수술 전에 진통제 넣어놨는데 혹시 많이 아프냐고 물어보셔서 다시 잠들기가 힘들다고 말씀드리니 진통제 추가처방은 교수님이 넣어주셔야한다고해서 그럼 그냥 참아보겠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처방이 나와서 조금 더 진통제를 넣어주셨다.


조금 누워있다가 거즈를 빼고 출혈이 있는지 없는지 같이 확인을 했다. 그리고 이후 안내사항을 들었다.

난포는 총 24개를 채취했다고했다. 그중 성숙난자는 17개, 미성숙 난자는 7개였다.

미성숙난자도 잘 키워서 수정시도 해볼 것이라고 말씀해주셨고, 내가 회복하는동안 오빠도 정액채취를 마치고 날 기다리고있었다. 진통제를 추가로 맞고 나와서 마취가 거의 다 깬 상태라서 몽롱하지는 않았다.


집에와서 복수차는 것을 방지해주는 약을 먹고, 이온음료를 계속 마셨다.




채취 갯수가 많았기 때문에 난소과자극증후군이 생길 가능성이 커서 물대신 이온음료를 마셨고, 단백질을 많이먹었다. 소변볼때 배가 너무 아팠고, 배에 힘주는 것이 힘들었다. 이튿날부터 배가 점점 부풀어서 혹시 복수가 차는것이 아닌가 걱정됐다. 시간이 지날수록 움직일 때 숨이 너무 차올랐고, 몸이 점점 붓기 시작했다.

너무 집에만 누워있으면 안될 것 같아서 살살 산책도 나갔는데 도움이된건지 조금은 괜찮았다.

4일차에는 걷는게 너무 힘들어서 그냥 잠만 잤다. 몸무게를 재보니 계속 느는 추세는 아니어서 다행이라고생각했다.


난자는 총 24개가 나왔었는데 그중에 수정이된 수정란은 총 12개였다. 성숙난자가 17개였으니까 엄청 많이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 5일배양을 했을 때 아무것도 없을까봐 살짝 걱정이 됐지만 다행이도 5일배양 성공한 수정란은 4개였다. 동결배아수가 조금 적어서 아쉬웠지만 하나도 없는 것보다 4개나 있으니까 다행이라고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 이온음료를 잘 마셔서인지, 단백질을 잘 챙겨먹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큰 이벤트 없이 지나갔다.

다음에 내원했을 때 배아의 등급과 앞으로 계획에 대해 상담하는 기간이었는데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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