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취 후 일주일이 된 날, 병원에 다시 찾았다. 동결배아가 4개였는데 이 동결배아의 상태와 등급을 듣고 모두동결할지, 선택동결할 지 결정하는 날이었다.
복수가 찰까 걱정이 많았지만 배가 부풀다가 점점 괜찮아져서 복수가 차는 일은 없었다.
정말 다행이고 감사하다고생각했다.
아침 일찍 진료예약이기 때문에 오빠랑 서둘러서 병원으로 향했다. 타이밍도 좋았던게 병원 가기 전날 생리가 시작되었고, 병원 예약이 생리 2일차였기 때문에 운이 좋다고생각했다. 간호데스크에 말씀드리니 초음파를 보고 오라고 처방을 넣어주셔서 초음파를 보고왔다. 생리 2일차의 초음파는 언제 해도 불편했다.
그래도 생리가 시작되니 배가 불편했던게 많이 사라졌고, 배가 부풀었던것도 많이 들어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초음파를 보고 다시 대기실로 돌아왔다.
조금 기다리니 내 차례가 되어서 진료실로 들어갔다.
오늘도 반갑게 맞아주시는 교수님! 그동안 과정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해주셨다. 처음 난자채취는 24개를 했고, 12개 수정이 된 상태에서 4개를 동결배양했다고 설명해주셨고, 몇개는 미세수정도 진행했다고했다.
등급은 4BB 한개, 4BC 3개였다. 생각보다 등급이 높지 않아서 살짝 아쉽다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을 때 쯤 교수님께서 C그레이드가 있긴 하지만 종결까지 간 배아이기 때문에 좋은배아라고 말씀해주셨다.
초음파 사진도 같이 봤는데 아직은 채취한 흔적들이 남아있어서 바로 이식은 힘들 것 같다고 말씀해주셨다.
내가봐도 생리 2일차의 난소상태는 아니었고, 뭔가 큰 물혹같은것도 보였다.
생리가 지나고 시간이 지나면 잘 가라앉을 것이라고 말씀하셔서 알겠다고했다.
어차피 한달 쉬어가는 과정에서 자궁경까지 진행을 하고, 다음달 생리를 하게되면 이식계획을 잡자고하셨다.
채취 직전에 한번 체크해주셨을 때는 내막 두께도 괜찮고 좋다고하셨는데, 자궁 내막에 미세폴립이나 염증이있는지, 폴립이나 유착이 있는지 없는지를 보고 나중에 배아 이식할 자리를 미리 체크해두는 내시경 검사라고하셨다.
큰 문제가 없다면 사진 찍고 조직검사만 할거라 금방 끝나지만, 혹시나 폴립이나 유착/염증이 있으면 다 제거할거라 시간은 20분정도 걸리고, 많이 아픈 수술은 아니라 당일퇴원도 가능하고 다음날부터는 일상생활이 가능하다고하셨다.
자궁경이 뭔지 모를때는 고차수도 아니고 첫 시도인데 자궁경하자고하면 굳이 해야하나? 싶었지만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는 걸 들으니 착상률을 높이기 위해서 하는 검사/수술이라고 생각이 들어 자궁경을 하겠다고했다.
자궁경 상담을 마치고 간호데스크로 나와서 우리 동결배아 4개에 대한 동결보존 동의서를 작성했다.
추후 자궁경 수술 시간예약 / 추후 상담일까지 예약을 마치고 나왔다.
생리 기간이 끝나고 자궁경 수술날이 다가왔다. 채취는 뭔가 그냥 그랬는데 자궁경은 '수술'이라는 말이 들으니 조금 긴장이 된 것 같았다. 전날 밤 12시부터 금식을 하고 다음날 병원으로 출발했다.
병원에 도착할 수록 점점 긴장이 되어 차에서 말이 점점 없어져서 오빠가 무섭냐고 물어봤다.
원래는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 성격이지만 뭔가 많이 무서웠던건지 무섭다고 곧이곧대로 대답해버렸다.
결국 오빠도 내가 너무 무서워하니 점점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10시 수술이라 9시 20분까지 병원에 방문했고, 수술실에 도착확인을 했다. 오전에 난자채취를 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았던 것 같다. 모니터에 회복중인사람들이 2페이지를 넘을정도였다.
그만큼 수술실 앞에서 대기하는 남편들도 굉장히 많았다.
앉을 자리가 없어서 반대쪽에 가있을까 싶다가도 왠지 금방 수술실로 들어갈 것 같아서 오빠랑 수술실 앞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바로 수술실에서 들어오라고 호출이왔다.
수술 중 돌발상황 등등의 이유로 오빠에게 연락이 갈 수도 있으니 오빠 연락처를 다시 확인하고, 11시 30분이나 12시쯤 나오게 될거라고 오빠에게 안내를 해주셨다.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걸린다고 생각해서 근처 카페에가서 뭐라도 먹고있으라고 오빠랑 인사를 하고 수술실로 들어왔다. 자꾸 무서워하는 내가 걱정됐는지 수술실로 들어가는 나를 보는 오빠의 표정이 물에젖은 강아지처럼 울상인 표정이었다. 걱정하지말라고 힘차게 인사를 하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수술실에 들어오자마자 인적사항 팔찌를 차고 수술/마취동의서를 쓰고 회복실로 갔다.
회복실에서 잠깐 누워 기다리니 간호사선생님이 오셔서 엉덩이 주사를 놔주시고 정맥라인을 잡아주셨다. 여전히 항생제는 아팠고, 정맥라인은 잘 잡아주셔서 혈관이 터지지도 않았다.
수술 전에 수액을 조금 맞다가 들어가는 건 난자채취할 때와 똑같은 것 같았다. 잠깐 앉아서 어지러운지 불편한곳은 없는지 체크하라고하셔서 앉아있는데 반대쪽 베드에 난자채취를 한 사람들이 수두룩하게 누워있었다. 누워서 끙끙대는 사람들과 앉아서 그분들을 바라보며 머리가 어지러운지, 어디가 불편한지 셀프로 체크하는 내 상태를 보고 갑자기 조금 서러웠다.
나도 공짜 임신 하고싶다..
라고 생각할 때 쯤 수술 대기실로 이동했다. 대기실에 앉아서 수액이 어떻게 내려오는지도 구경하고.. 비치되어있던 책도 좀 보니 시간은 9시 55분이 되었고, 수술실 안에서 내 이름을 불러서 수술실로 들어갔다.
채취할때 수술실은 조금 어두웠던 것 같은데 이번에 들어간 수술실은 조금 밝았다.
수술실 문이 열리고 좀 쌀쌀한 정도를 넘어서 조금 춥다고 느낄정도로 수술실 공기는 차가웠다.
수술 베드에 앉아서 다리를 올리고 엉덩이를 한껏 밑으로 내리면 이불을 덮어주신다.
수술 베드가 차가워서 더 춥게 느껴졌다.
역시나 낙상 위험이 있기 때문에 팔다리를 고정하고, 심전도 확인을 위해 패드를 붙였다.
오른팔에는 혈압체크를 위해 혈압계를 묶었고, 준비하고 있다가 교수님이 들어오시면 확인하고 수술 들어갈거라고 말씀해주셨다.
수술 전 준비한다고 수술 부위에 소독약을 발라주셨는데 소독약이 엄청 차가웠다. 아래쪽에 완전 전체적으로 약을 발라주셨다. 그리고 주사에 진통제랑 안정제를 넣어주신다고 하셨다.
산소마스크를 씌워주셨고 교수님을 기다렸는데 잘 기억이 안났다. 뭔가 먼저 내가 잠든느낌이었고, 마취기운인지 교수님이 깨우신건지는 모르겠지만 정확하게 기억나는건 교수님이 내 얼굴 앞까지 와서 말씀을 하고계셨고 잘해볼게요였는지 잘해봅시다였는지 말씀하셨다. 그리고 그렇게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수술이 끝나고 나는 회복실로 옮겨졌고, 코고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생각보다 배는 아픈 느낌은 없었고, 저번 난자채취했을 때와는 통증이 단 하나도 없어서 신기했다.
확실히 채취하고나서는 아파서 다시 잠에 들 수 없었는데 통증이 없어서 계속 자다깨다 일어날 시간이 되어서 간호사 선생님이랑 출혈 확인을 같이 하고 화장실에 갔다. 통증이 없다기보다는 마취가 안깼던 것이었던 것 같다. 나중에 사진을 보니 얼굴이 마취가 안깬 얼굴이었다.
약을 처방받고, 집에왔는데 출혈이 조금 있었다. 자연스러운 출혈이라고했고 하루이틀정도 출혈이 지속되었지만 양이 많지도않아서 괜찮다고했다.
일주일이 지나고 자궁경 결과 상담날이 되어서 병원에 방문했다.
항상 초음파로만 봤을때는 자궁상태도 너무 깨끗하고 좋다고만했었는데 혹시 나도 용종이나 폴립이 있었을까? 했지만 정말 폴립이 있을 줄은 몰랐다.
내시경 사진을 보니 우둘우둘한게 조금 맘에 안들게 생기긴 했었다. 조직검사도 진행했는데 단순 자궁 폴립이라고하셨다. 폴립은 제거 자체가 치료라서 추라고 치료나 처치가 더 필요하지는 않다고하셨고, 폴립을 제거했기 때문에 수술비도 실비처리가 되어서 진단서를 받았다.
그리고 이식 일정에 대한 상담을 했는데, 원래 나의 생리주기는 35일 ~ 38일정도인데, 배란유도제 먹기 전에는 그래도 주기적으로 잘 했다고 말씀드리니 약은 따로 처방은 해주시지 않았고, 다음생리가 나오면 이식 준비를 하자고하셨다.
다음 내원 할 때는 동결이식 지원통지서도 지참해달라고 말씀해주셔서 알겠다고하고 진료를 마쳤다.
주기를 대충 따져보니 다행히 다음달에 있는 교수님 학회 일정이랑도 겹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생각했다.
뭔가 일이 겹치지도 않고 잘 진행되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