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2 초등 시절 사교육

초등학교

by 허지현

어머니의 교육열에 힘입어 당신은 참 많은 사교육을 받았다.


하나하나 짚어가며 떠올려보자.


글쓰기(논술) 과외

- 초등학교 같은 반 여학우의 어머니께서 운영하시던 교습소로, 기본적인 글쓰기를 애들한테 가르쳤던 곳이다. 정확히 뭘 배웠는지는 당연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여자애의 집이어서 그런지 여아 성향 만화책이 많았다. 그 특유의 2000년대 핑크핑크한 예뻐지는 어쩌고 공주 교육만화 이런 책이 참 많았다.

- 선생님은 일란성 쌍둥이셨는데 한번 동생/언니 분이 오셨을 때 진짜 똑같이 생긴 사람이었어서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책으로만 알던 쌍둥이를 직접 보니 너무 신기했었다.


눈높이 교육 학습지

- 학원 기억이 안 나는 걸 보면 이 당시 수학은 학습지로 교육받았던 것 같다.

- 이때 만난 선생님을 우리 집에서는 점보 선생님이라 부르는데, 나중에 초등학교 고학년 때 수학 과외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영어 학원

- 뭔가 알파벳 말고 제대로 된 영어 교육의 시작으로 기억한다. 아마 Phonics부터 배웠던 걸로 기억한다. 선생님과 어머니 사이 어느 정도 친분이 있던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고...

- 여기서 할로윈에 대해서 처음 배운 기억이 난다. 데코레이션도 하고, 사탕도 줬었다. 당시에는 해리포터에 심취해 있어서 원형 안경을 끼고 다녔었는데, 거기다 맞춰 마법 모자도 빌려줬던 것으로 기억한다.

- 원어민 선생이 좀 짓궂은 사람이었는데, 문제를 못 풀겠다고 하니 알파벳 하나하나 따라 쓰라고 불러주었다. 나중에 읽어 보니 I am a stupid monkey였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인종적인 요소까지 가미된 농담이 너무도 고약해서 나도 모르게 따라 웃게 된다.


과학 실험 학원

- 2000년대 과학 붐에 걸맞게 각종 실험을 통해 과학 지식을 가르치던 학원이 있었다. 실험 진행 전 개념 설명하고, 결과를 예상해 보고 직접 실험을 행해 가르치던 것으로 기억난다. 대표적으로 기억나는 실험은 검은색이 빛을 가장 많이 흡수하기 때문에 검은 색종이에 돋보기로 열을 가했을 때 다른 색종이들보다 더 태우기 쉬웠던 것이 기억난다.


창의력 교육

- 자세한 이름은 기억이 안 나지만 다른 학습지 교육처럼 선생님이 집에 찾아와서 받던 창의력 교육이 있었다. 각종 사물들을 놓고 모양을 만들거나 하는 등의 활동이었다. 거기서 판매하던 교구 세트 중 제일 좋아했던 것은 구체, 정육면체, 원뿔이 담겨있던 그 나무 상자였다. 거기에 인형들을 태우고 배처럼 끌고 다니던 기억이 난다.

- 처음에 이 선생님이 처음 방문할 때 꾸미고 오셔서 부끄러웠었는지 얼굴을 마주 보지 않고 베란다에서 옷걸이로 트리를 만들던 기억이 난다.


피아노

- 당시 우리 집 복도에는 피아노가 있었고, 일주일에 몇 번 정도 피아노 선생님이 오셨다.

- 연습 연주 한 번 할 때마다 학습지에 과일 모양의 스티커를 붙였던 것 같은데 이상하게도 피아노는 죽어도 하기가 싫어서 다 채운 적이 몇 번 없었다. 부모님이 시키던 다른 공부들은 곧잘 했으면서도 피아노만큼은 정말 안 했다. 참다 참다 결국 폭발하신 어머니가 연두색 테두리의 노란색 피아노 책을 가지고 머리를 막 때려서 책이 반으로 찢어진 적도 있었다.

- 이때부터 악기 관련된 활동을 꾸준히 하기 싫어한 걸 보면 확실히 나는 악기랑 안 맞는 것 같다.


컴퓨터 과외

- 기본적인 오피스 프로그램 사용법부터 사이트 만들기 등등 폭넓은 컴퓨터 사용법을 배우는 과외도 했었다. 선생님께 꽤 오래 교육을 받아서 나중에 워드 2급 자격증도 땄었다.

- 선생님께서는 남편 분과 꽤 많은 강아지들을 키우셨던 것으로 기억난다.


미술학원

- 논술 공부방 때처럼 초등학교 같은 반이었던 여학우의 어머니께서 집에서 운영하시던 미술 학원이었다. 기초적인 소묘를 배웠던 것 같은데 역시나 무얼 했는지는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다. 여자애 집이어서 그런지 여기도 여아 성향 만화책이 많았다.

- 그 친구네 집에서 [[릴로 & 스티치]] 영화를 비디오로 처음 봤었다.


수영 학원

- 워낙 집돌이 스타일이어서 그런지 했던 스포츠 수업들 중 하나로, 수영 학원을 다녔었다.

- 수영 강사가 좀 강압적인 스타일이어서 하기 싫어했던 기억이 난다.

- 어머니께서 그래도 다녀보라고 해서 참고 다니니까 좀 나아지긴 했었다.

- 패드 잡고 수영, 자유형, 평영, 배영, 오리발, 웨이브 타기, 접영까지 배우고 새로운 거 딱히 가르치지 않고 반복하는 것 같아 그만뒀던 것 같다. 덕분에 지금까지 수영은 할 줄 안다. 기초체력이 달려서 구현이 잘 안 될 뿐이다.


스키, 스케이트, 인라인

- 초등학교 시절 스키장에 가기도 했고, A자랑 S자 타는 법도 배웠었다. 한 번은 스키 하급 코스만 타다가 재미가 없어서 중급을 타보고자 올라갔더니 착오로 상급으로 올라온 경우가 있었다. 다행히 S자로 타고 내려오니 안 다치고 무사히 내려온 기억이 있다.

- 또 태릉선수촌 부근에서 겨울 동안에는 아이스 스케이트를, 여름에는 인라인 수업을 듣기도 했다.


축구

- 학교 연계 프로그램인지 어디서 축구 교육 프로그램을 초등학교 저학년 때 잠깐 했었었다.

- 2002 월드컵 시절이어서 그런지 축구를 봤던 것도 기억하고 안정환 선수를 좋아했던 것도 기억나고는 하는데 직접 하는 것은 별로 안 좋아했던 것 같다.

- 너무 억지로 하는 나를 보고 선생이 지금 앞만 보고 달려가! 해서 말 그대로 하니 진짜로 뛰기만 했는데 공이 뺏어져 신기해하던 기억만 남았다.


바둑

- 이 시절에는 주산이나 바둑 학원이 인기였는데, 나는 바둑 학원을 다녔다.

- 처음에 집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집의 넓이가 아닌 개수를 말하는 줄 잘못 알았었다.

- 도장에서 한복 입고 사진도 찍어서 한동안 우리 집에 걸려 있었다.

- 바둑은 꽤나 재밌었는데, 결국 나중에 영어학원 다녀야 해서 끊었었다.

- 왜인지는 모르겠는데 볼 마우스의 볼 빠진걸 여기서 처음 봤었다.

- 학원 데려다주는 합승차 기사 아저씨랑 나랑 좀 친해졌었다. 이동 중간에 애들 놀라고 놀이터에 풀어다 주기도 했었는데, 나는 주로 아저씨와 대화를 했었다. 이 때는 어른들하고 얘기하는 게 뭔가 비밀리스럽기도 해서 재밌었다.


태권도장

- 우리 시대 거의 모든 남아가 다녔다는 태권도장을 나도 다녔다.

- 태권도 활동으로 어디 야간에 동네 뒷산을 오르던 기억도 난다.

- 품띠까지 따고 그만뒀었고, 주로 기억나는 것은 도장 실내에 있던 구름다리, 초록 매트, 나무 판 격파하기, 낙법, 태권도 기술 배지 - 나름 꽤나 종류가 많았었다. 30~40개 정도 등이 있다.

- 하도 학원 안 가고 도망 다니는 애들도 많아서 다 수업받고 집에 가려다가 오해받고 붙잡혀서 한번 더 수업받았던 적이 있다. 이 때는 더 소심해서 이런 황당한 일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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