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1 XX동 AA아파트

초등학교

by 허지현

유치원을 졸업할 무렵, 당신의 가족은 땡땡동 쪽 아파트 904호로 이사를 갔다.


당신에게는 첫 이사라서 사다리차도, 텅 빈 집이 채워지는 것도, 신문지를 펴고 바닥에서 먹는 짜장면도 모두 새로웠다.


당신이 소년기를 보냈던 2000년대의 그 집은 당시 유행하던 체리몰딩과 장판으로 꾸며졌으며, 이전 집보다는 조금 더 넓었다.


부엌, 거실, 베란다, 2개의 화장실 외에도 방이 3개가 있었는데 각각 안방, 동생 방, 당신이 방이었다.


이사를 오며 동생과 당신에게도 방이 하나씩 생긴 셈이다.


가구들은 밝은 우드톤이었고 거실에는 나무 프레임 위 짙은 녹색 쿠션이 올려진 소파와 두꺼운 테레비가 있었다. 거품이 보글보글 나는 물결 형태의 인테리어용 소품과 각종 난도 있었다.


안방에는 큰 침대와 실내용 자전거가 있었고, 작은 화장실도 딸려 있었다.


동생의 방에는 작은 침대 말고는 크게 기억나는 게 없다.


자, 드디어 당신의 방이다.


당신의 방에는 우드 프레임의 침대와 책상, 책꽂이가 있었다.


프뢰벨 등의 출판사에서 나온 아동용 책 외에도 다양한 학습 만화를 포함해 수백 권이 있었고, 로봇 장난감, 큰 블록 장난감, 지구본, 창의력 교육 도구 등 정말 부족함 없이 맥시멀리스트의 삶을 살았다.


신발장에 쑤셔 박혀 있던 킥보드, 롤러브레이드 등 나름 야외 액티비티 장비들도 있었지만, 당신이 가장 좋아하던 것은 곰돌이가 그려졌던 폭신한 야구 배트였다. 나중에 바다에 놀러 갔다 빠뜨렸던 것으로 기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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