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4 땅 보고 걷기

초등학교

by 허지현

지금에야 앞을 잘 보고 다니지만, 꼬꼬마 시절에는 땅을 보고 걸어 다녔었다. 어른들은 늘 내게 무언가 안 좋은 일이 있냐고 묻곤 했었는데, 어른이 되어버린 지금의 나도 정확히 이유는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별다른 이유 없이 보도 블록이 구불구불 움직이는 것을 보는 게 좋았던 것 같다. 그러다 어느 날은 길가에 튀어나온 철조망을 보지 못해 이마를 긁혀 피가 난 적도 있었다. 다행히도 깊게 긁힌 것은 아니어서 꿰매거나 흉터가 나지는 않았지만, 어머니께서 놀래셨었다. 그 와중에 내심 해리포터처럼 이마에 흉터가 남는 건 아닌가 하는 기대를 품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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